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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휘청거리는 해운산업 구조조정

오병근 기자l승인2018.11.19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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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로그 = 오병근 국장] 정부의 해운산업 구조조정이 휘청거리고 있다.

정부가 추진하는 해운산업 구조조정의 핵심은 ‘현대상선’이라는 하나의 기업만 남긴 채, 이 회사에 이른바 ‘몰빵 지원’을 하는 것이다. ‘하나의 크고 단단한 선사’를 부르짖었지만 3년이 지난 현재, 현실은 우물 안에 갇혀 허우적 거리는 형국이다. 막대한 정책자금을 쏟아 붇고 있지만, 몰빵 지원의 주인공인 현대상선의 경영상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다. 현실이 이러함에도 현대상선은 몇 년만 더 기다려 달라고 한다.

현 상황만 놓고 보자면, 정부가 왜 현대상선에 수조원대의 정책자금을 제공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이다. 무언가 잘못되도 한참 잘못 되고 있다.

이 회사의 경영실적은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고, 임직원은 모럴헤저드 의혹을 받고 있는 등 만신창이가 됐다. 수술대에 오른 회사에 메스를 대야 하는데, 의사는 어디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쩔 줄 몰라 하는 형국이다.

상황이 이 지경에까지 흘러온 이면에는 정부의 잘못된 시그널이 큰 영향을 미쳤다 할 수 있다.

해운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정부는 ‘하나의 국적선사’를 강조했다. 3년 전, 한진해운은 좌초됐고, 현대상선은 홀로 살아남았다. 현대상선이 정부지원금을 독식할 것이라는 소문은 공공연히 퍼졌고, 해수부와 산업은행은 현대상선에만 힘을 실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대상선의 행보는 거칠 것이 없었다. 마치 80~90년대 식 ‘대마불사(大馬不死) 경영’이 재현되는 듯 했다. ‘우리가 아니면 어떤 선사에 정부가 자금을 지원할 수 있겠느냐’는 식이었다. 상대적으로 이 기간 나머지 선사들은 불만이 쌓여 갔다. 현대상선은 지원금을 나눠 먹기 싫었는지 SM상선과의 협업을 거부했고, 대다수 선사들은 정부 눈치만 보느라 하소연도 못했다. 서럽고 힘들었지만, 정부의 눈치를 보며 콩고물이라도 떨어지길 바랄 수밖에 없는 현실이 이어져 왔다. 

최근 들어 상황이 호전되자 대다수 해운선사들이 속속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고 있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머스크라인은 지난 3분기 매출액 73억 2,100만 달러, 영업이익 9억 2,500만 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법인세 감가상각 차감전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6% 증가했다. 세계 5위권인 하팍로이드도 같은 기간 2억 5,200만 달러의 영업이익을 달성, 전년 동기(2억 달러) 대비 26% 늘었다. 머스크를 필두로 대다수 글로벌 선사들은 3분기 실적이 크게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국적선사인 SM상선 역시 3분기 흑자로 전환함에 따라 올해 적자폭을 크게 낮출 예정이라고 한다.

반면, 현대상선만은 ‘적자의 바다’를 헤매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3분기에만 1,231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올해에만 누적적자 4,929억 원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분기 누적적자) 실적인 2,887억 적자 보다 크게 악화된 수치이다. 적자폭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측은 적자의 이유로 여전히 고유가를 들먹이고 있다. 현대상선을 제외한 모든 경쟁 선사들은 면세유를 사용하는지 착각이 들 정도이다.

작금의 상황이 발생한 데에는 당연히 현대상선 내부의 문제가 가장 크겠지만, 정부가 잘못된 시그널을 준 것도 큰 몫을 했다.

정부는 해운산업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애초부터 경쟁이 없는 구도를 만들어 놓았다. 정부가 현대상선에 대한 무조건적 지원을 보증한 것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제공한 것이다. 경쟁을 배제하려 했다면, 내부적으로 모럴헤저드가 나올 수 없게끔 철두철미하게 감시를 해야 했다. 하지만, 관리는 느슨했고, 결정은 느렸다.

상황은 더 이상 나빠질 것도 없이 최악의 상태로 치닫고 있는데, 이를 바로 잡으려는 움직임은 답답스러울 정도로 느리다. 

현재까지 현대상선에 3조원이 지원됐고, 추가로 5조원이 더 투입될 예정이다. 구조조정에 들어간 지 3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실적은 곤두박질치고 있다. 무언가, 어떤 식으로든 바꿔야 하지만, 속절없이 지원금만 우겨 넣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가 미적거리니 현대상선은 여전히 위기감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 하다. 유창근 사장을 대신해 국감에 참석했던 현대상선 고위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지속적인 지원을 바랍니다.”
오병근 기자  bkfree@dailyl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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