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업계, “美 LBCT 인수자금 마련키 위해 매각 추진”

 맥쿼리가 부산신항에 위치한 BNCT의 보유지분 전량(30%)을 매각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은 BNCT 부두 선박 하역작업 모습>

- 업계전문가, “통합 주도권 쥘 수 있게 BPA가 인수해야” 조언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부산신항 5부두(BNCT) 대주주인 맥쿼리가 BNCT 지분을 매각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관련업계는 맥쿼리측이 미국 롱비치항 자동화 터미널 인수자금 확보문제와 함께 부산신항 터미널 운영사 통합 등의 이슈가 겹쳐 출구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지분 매각을 서두르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항만업계에 따르면, 맥쿼리는 자사가 보유한 BNCT 지분 30%에 대해 매수자를 찾고 있다. BNCT는 맥쿼리가 1대 주주로, 인터지스 12.5%, 터미널링크(CMA-CGM 터미널 법인)와 KCTC 각각 12%, 고려해운 11.5%, 부산항만공사(BPA) 9%, 현대산업개발과 프랑스 건설사 브이그가 6.5%씩 보유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BNCT가 민자부두임에 따라 맥쿼리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려면 기존 주주들의 승인을 얻어야 하며, 매각대상 주식의 우선매수권도 기존 주주에게 있는 것으로 알려져 매각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BNCT의 외국계 지분이 맥쿼리를 포함해 48.5% 수준으로, 나머지 51.5%는 국내기업 우호지분으로 분류된다. 특히, 지분 매각에 대한 우선매수권은 지분율과 관계없이 모든 주주들에게 동등하게 부여된데다,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 등 복잡한 것으로 확인됐다.

BNCT 주주인 BPA 관계자는 “맥쿼리측에서 현재까지 지분 매각을 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적은 없으나, 지분을 매각하려면 이사회 의결을 거쳐야 하고 주식에 대한 매수권한은 모든 주주들에게 동등하게 부여받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국내우호지분을 갖고 있는 주주들은 맥쿼리의 지분을 매입할만큼 여력이 없다. 이 때문인지 맥쿼리측이 지분 매각을 위해 별도로 외부에서 매수자를 찾아 접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총사업비가 9,000억 원에 이르는데다 맥쿼리측이 법인 운영에 대한 적자 보전을 위해 일으킨 후순위 펀드에 대한 이자가 높아 접촉한 매수자들이 모두 난색을 표했다는 전언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이미 PNC의 대주주인 DP월드와 3부두 운영사인 한진측에 접촉했으나, 양측모두 비싼 가격에 난색을 표하면서 거절했다고 들었다”며, “다만 신항 통합작업에 앞서 DP월드가 주도권을 쥐려면 추가 지분 인수가 반드시 필요할 것으로 예상돼, 맥쿼리측이 DP월드에 해당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을 포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현실적으로 해당 지분 매각이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항만업계는 맥쿼리측이 어떠한 방식으로든 매각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맥쿼리가 처음 지분 매각 움직임을 보인 시점이 정부가 부산신항 통합에 대해 기존 부두 운영사와 새로 개발하고 있는 서컨테이너측을 별도로 통합하겠다는 정책을 확정지은 이후였다는 것이 그 이유다. 맥쿼리로서는 신항 통합 전에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신항 통합 후 10년 이상은 출구전략을 찾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맥쿼리는 현재 입찰이 마감된 미국 롱비치항 자동화 터미널인 LBCT를 사수하기 위한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BNCT 지분을 매각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항만업계 관계자는 “신항 통합 전에 지분 매각을 하지 못하면 장기간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기 때문에 지금 빠져 나가야 된다”며, “과거 한진해운의 해외 터미널들을 인수해 손해를 봤던 맥쿼리측이 BNCT에 대해서도 장기적으로 발목잡히고 싶진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맥쿼리는 미국 OOCL이 내놓은 롱비치터미널의 운영사 입찰에도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있는 상황인데, 이 터미널의 가격이 2조 원이 넘는 상황이라 자금이 필요할 것”이라며, “해당 터미널을 반드시 사수하려고 사활을 걸고 있어 될수 있으면 빨리 BNCT 지분을 팔려고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항만업계 일각에서는 맥쿼리가 지분 매각을 공식화하기 전에 BPA가 적절한 수준에서 맥쿼리 지분을 인수해 부산신항 운영사 통합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항만 전문가는 “부두 운영사들이 언제 지분을 매각한다고 공식화한 적이 있느냐”며, “BNCT는 BPA가 주주로 있으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과거 PNC 지분 매각 당시 외국계에 지분이 넘어가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넋놓고 보고만 있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이어 “맥쿼리가 부인하더라도 어차피 언젠가는 팔텐데, 적정한 수준에서 BPA가 인수를 할 수 있도록 선조치를 취해놔야 할 것”이라며, “향후 신항 통합에 BPA가 주도권을 쥐려면 통합 이후 민간에 지분 매각을 조건으로 맥쿼리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맥쿼리가 욕심내는 미국 롱비치항 LBCT는 OOCL이 운영했으나, OOCL의 중국의 차이나코스코쉬핑으로 인수되면서 미국 정부가 제동을 걸어, 결국 매각절차를 밟게 됐다. 해당 터미널은 미국 최초 자동화 터미널인데다 OOCL의 물량 개런티까지 있는 등 여러 호재로 인해 50여 개 운영사에서 입찰에 관심을 보였다. 현재 맥쿼리를 비롯, 터키의 일디림(Yildirim)그룹과 미국의 스톤피크(Stonepeak infra partners) 등 3곳이 막바지 경쟁을 펼치고 있다.

미 당국은 8일 입찰을 종료하고 낙찰자를 발표할 예정이었으나, 무슨 이유에선지 10일인 현재까지도 낙찰자를 발표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이나, 항만 등 국가 인프라자산에 적성국의 자본 투입을 원천적으로 금지하고 있어 무슬림계인 일디림그룹을 낙찰자로 받아주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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