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11.11 월 15:21

[창간기획] '갈팡질팡' 해운재건, 어떻게 보완해야 하나

선박발주만 있고 화물 적취율 방안은 WTO 등에 발목 김수란 기자l승인2019.04.22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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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도그만 안해도 그만인 근해선사 통합에 참여율 저조
- 정책 수혜 기업에는 반드시 공익적 목적 있어야

   
한진해운이 보유했던 1만 3,000TEU급 5척은 모두 머스크가 인수했다. <사진은 고 조수호 한진해운 회장 이름을 본딴 한진 수호호. 현재는 머스크유레카호로 운항되고 있다.> [사진 : 데일리로그 DB]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내가 이 책을 쓸 땐 30년 뒤에도 읽힐 거라곤 상상도 못했지. <중략> 다만, 확실한 건 세상이 지금 이대로 가면 깜깜하다는거, 그래서 미래 아이들이 여전히 이 책을 읽으며 눈물지을지도 모른다는 거, 내 걱정은 그거야.”

1970년대 급변하는 산업화 뒤편에 빈민층의 아픔을 다룬 소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이제 하나의 희생을 통해 사회적 이슈나 변화의 도화선을 마련하는 대명사로 통하고 있다. 해운업계에 있어 작중 난쟁이는 ‘한진해운’이라 할 수 있겠다. 2016년 9월 한진해운 파산이라는 희생은 정부에게 뒤늦게나마 해운산업을 살리겠다는 명분을 실어줬고, 그 대책으로 지난해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이 발표됐다. 무너진 해운네트워크를 회복하고 현대상선을 글로벌 선사 반열에 올려 국내 해운사업의 물꼬를 트겠다는 것이 이 ‘계획’의 주요 요지이다. 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선 1년이 지난 현재까지 물음표가 따라붙고 있다. 한 해운 전문가는 “해운재건이라는 정책을 만들겠다는 의도는 좋았으나, 국내 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해 현대상선을 글로벌 얼라이언스에 탑승시키겠다는 내용에는 공감을 못하겠다”며, “수 차례에 걸쳐 글로벌 선사와의 인수합병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았고, SM상선과의 정확한 정책 시그널이나 국가 전략화물의 적취율 등에 대해선 디테일한 전략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책이 나온지 수십년이 지났는데도 여전히 책이 잘 읽히는 것이 걱정스러운 작가의 고민처럼 해운인들 역시 해운재건 정책이 끝나는 2022년 이후 또다시 제2의, 제3의 한진해운이 나와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이에 본지는 작금의 해운재건정책에 대한 문제점을 짚어보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본다.<편집자 주>

- 무대포식 대규모 선박발주만 있는 해운재건

지난해 4월 발표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의 골자는 내년까지 선박 200척을 발주해 2022년까지 해운매출 51조 원을, 또 현재 세계 14위 수준인 현대상선을 10위권으로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신조 선박 200척에는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선 20척도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선복량을 100만TEU로 끌어 올려 글로벌 원양 얼라이언스에 재승선시킨다는 전략이었다.
   
지난해 4월 해수부는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발표했다. <사진은 김영춘 전 해수부 장관이 해운재건 정책에 대해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데일리로그 DB]

껍데기만 키운다는 비판도 의식한 듯, 선주와 화주, 조선사가 공동으로 선박투자에 참여하고 수익을 공유하는 상생펀드 설립과 전략물자 등 운송에 국적선사를 우선 사용토록 하는 한국형 화물 우선 적취 방안을 마련키로 했다.

해운재건정책이 발표된지 1년 가량 지난 현 시점에서 현대상선이 발주한 초대형선 20척과 일부 선사들의 장기운송계약을 기반으로 한 신조를 포함해 지난달까지 총 99척을 발주했다고 정부는 추산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실제 인도까지 이어질지는 불분명하다. 게다가 내년까지 100척 가량의 선박을 어떠한 방식으로 발주시킬지에 대해선 확인이 불가하다.

선화주 상생펀드도 국내 화주를 대표하는 단체인 대한상공회의소 및 무역협회와 MOU를 맺은 외에는 뚜렷한 추진내역이 없다. 관련업계가 가장 기대했던 무대포 선박발주를 뒷받침 해줄 한국형 화물 적취 방안에 대해서는 지난해 하반기 해외사례를 조사해 법 제정을 추진키로 했으나, 현재까지 답보상태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해운업 특성상 주변 국가의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는데, 주변 동북아 3국 중 자국 선박이 있는데도 자국 화물을 남의 나라 배에 싣는 곳은 우리나라밖에 없질 않느냐”며, “미국 전략화물 수송을 근거로 한국형 화물 적취 방안에 대해 법에 명문화 시키겠다고 했는데, 정부는 방법이 없다면서 스스로 약속한 것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선박 200척을 발주해 매출을 올리는 것도 다 좋은데, 화물이 수반돼야 할 것 아니냐”면서, “지금같이 불안정한 선가에 선박발주 하는 것은 일감없는 조선소와 돈 빌려주는 은행만 좋은 것 아니냐. 선사들이 어디 배가 없어서 장사 못한다는 소리 한적 있느냐”고 분개했다.

일각에서 글로벌 선사들이 이미 시작한 해운에 대한 새로운 서비스나, 4차산업에 기반한 플랫폼 개발에 대한 부분은 언급 조차 안 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또 다른 해운업계 관계자는 “머스크 등 글로벌 메이저 선사들이 이미 자체적 구조조정을 마치고 새로운 시스템 개발이나 고객 특화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는 중인데, 우리는 구조조정 하나도 제대로 못하고 있다”며, “물류업계에서 로켓배송이나 새벽배송, 아마존 혁명 등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가 나오면서 변화가 불고 있는데, 해운에도 이러한 특화된 서비스를 개발하고 구조조정 완료후 완벽한 글로벌 선사와 어깨를 나란히 할 물류 플랫폼 개발 준비도 병행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 근해 ‘컨’선사 통합정책에 대한 확실한 방안도 필요

해운재건에는 원양 선사뿐만 아니라 근해 컨테이너 선사 지원 방안도 포함돼 있다. 가장 핵심은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의 ‘컨’부문을 통합해 글로벌 19위 선사로 만든다는 것이다. 최근 이들 업체는 통합계획 방안을 확정지었다.

양대 선사의 통합 방안을 마련한 것까지는 긍정적인 반응이었으나, 문제는 오너쉽 경영이 뚜렷한 나머지 선사들까지 통합에 동참할 것을 요구하는 정부의 태도이다.

실제로 지난해 11월 해양진흥공사의 한 인사가 한국해운연합(KSP) 선사들을 대상으로 통합 컨설팅을 받으라고 강요해 ‘갑질’이라는 비난여론까지 자초한 헤프닝을 빚기도 했었다.

A 해운업체 관계자는 “근해선사들 대부분이 오너쉽 경영을 하고 있어 통합을 할 경우 한평생 일궈놓은 회사를 내놓는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굳이 흑자가 나는 회사까지 통합에 참여하라고 하는 경우는 무슨 경우냐”면서, “겉으로는 자발적이라고 하는데, 뒤에서는 통합을 강요하고 흥아와 장금 통합이 마무리도 안됐고, 하겠다는 곳도 없는데 추가로 더 통합을 시키겠다고 공표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형평성 문제도 끊임없이 흘러나오고 있다. 해양수산부 스스로 통합에 참여한 선사에게는 자구적 노력을 전제로 ‘통큰 지원’을, 그렇지 않은 곳은 정책적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표명했었다. 문제는 통합계획을 확정지은 선사 조차도 자구적 노력을 하는 선사와 그렇지 못한 선사로 나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흥아해운의 경우 통합과 잔여 법인의 자생을 위해 대주주가 상반기내에 90억 원을 출자할 방침이지만, 장금상선의 경우 차일피일 통합방식을 미루다 결국 10월께 동남아항로만 우선 통합키로 했다.
   
지난 11일 해운빌딩에서 흥아해운과 장금상선의 컨테이너부문 통합을 위한 기본합의서에 서명했다. [사진 제공 : 해수부]

이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아시아항로도 같이 붙여주겠다는 당초 계획은 흐지부지됐는지 이야기도 나오지 않고, 장금과 흥아는 동남아항로만 우선 통합키로하면서 내년까지 완전 통합을 하겠다는데, 그때 가서 못하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반문하고는, “통합법인에 2,000억 원, 잔여법인에 각각 1,000억 원과 600억 원 씩 지원을 한다는데, 만약 못하게 되면 지원한 금액과 항비면제 등의 정책지원 부문은 어떻게 처리할지 아무런 대책도 없는데 이런 게 통합이냐”고 황당해 했다.

해운업계는 해수부가 본인들이 원하는대로 선사들의 통합을 더 동참시키려면 좀더 강하고 확실한 방안을 만들어 이를 적극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통합을 하지 않더라도 추후 회사가 어려울 때 막무가내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거나, 회사를 정부에 내맡겨버릴 경우에 대한 페널티도 확실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운 전문가는 “지금 통합을 하면 여러 가지 혜택방안을 주는 대신 중간에 못하게 되거나, 기회를 줄 때 참여하지 않은 선사들이 나중에 참여하려고 할 때 또 다른 제약같은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게 있다고만 하지 실제로는 그 ‘뭔가’가 있긴 한거냐”며, “해운재건 정책이라는 큰 틀의 국가 정책안에 정부 정책에 동참하지 않은 선사에게는 향후에 어떠한 정책적 배려도 받지 못한다는 확실하고 세분화된 계획안이 필요한데, 아무것도 없으니 선사들이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일본이 과거 대대적인 해운합리화정책을 발표했을 때 동참한 선사들에게는 회사를 끝까지 살려주겠다는 확실한 정책안이 있었고, 실제 당시에 동참하지 않은 산코는 회사가 어려워지자 파산의 길을 걸었다”며, “정부 정책에 동참한 선사와 그렇지 못한 선사를 확실히 구분해서 정책을 추진하고, 양대 선사의 통합이 중간에 중단되지 못하게 할 강한 제동장치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 해운재건에 공익성·국익 등 반드시 전제돼야

벌크선사에 대한 지원책이 부족하다는 점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작용하고 있는데, 분명한 것은 정부 정책 수혜에는 반드시 국익과 공익성이 전제돼야 한다는 점이다.

또 다른 해운 전문가는 “해운재건 정책이 ‘컨’ 선사로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는 것은 ‘컨’ 선사들이 직접 선대를 운항하고 화물을 수송하면서 국내 수출입을 지지하는 등 국익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며, “해운을 경제 혈맥이라고 칭하고 해운산업을 살려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국가의 에너지 원료나 수출입화물 등을 수송해 국민들이 기본적으로 누리고 있는 것들을 해운사들이 묵묵히 받쳐주고 있어서다”고 설명했다.

직접 해상운송을 하는 선사들에게 국익을 위해 정책 혜택을 주는게 맞다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문제는 선사와 선주에 대한 명확한 구분이 없어 투기성 발주나 선박 용대선업체에도 정책 혜택이 돌아간다는 점도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여러차례에 걸쳐 해운법에 직접 운항 비율에 따라 선주와 선사를 명확히 명시하자는 주장도 제기된 바 있었다. 그렇지만, 선사들에게 선박을 지어 용대선해주는 일명 ‘배장사’도 선사들의 수익의 한 부분인데 이를 명문화시키는게 말도 안된다는 반대논리에 부딪혀 제대로 추진되지 못했다.

과거 국토해양부 시절 한 담당자는 “배장사가 사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선주사 역할만 하는 선사에게까지 정책 수혜를 준다는 반대급부에 밀려 해운지원에 대한 정책 추진이 번번히 무산됐었다”며, “이 때문에 직접운항 비율을 놓고 선주와 선사를 구분짓자는 의견이 나왔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이후로 흐지부지 됐다”고 회고했다.

해운 전문가들은 정책 수혜에 있어서 이같은 구분을 명확히 짓지 않으면, 또다시 불필요한 논란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직접 해상운송을 하는 해운사’를 선사로 간주해 구분짓지 않는다면 지속적으로 공익성과 형평성에 대한 문제에 발목을 잡힐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전문가는 “특정 산업에 대한 정책자금 지원에 대한 반감이 심한 만큼 공익성이 수반되지 않은 기업에게까지 정책 수혜가 가버리면, 향후 또 다시 필요할 때 해운산업에 지원에 대한 명분을 얻기 어려워진다”며, “한진해운으로 야기된 해운재건에서 핵심은 한진해운이 없어지면서 생긴 물류대란이었는데, 선주사들은 이미 톤세제로 충분히 정책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해운재건이 우리나라의 모든 해운사를 살리기 위한 정책은 아닌만큼 정책기관에서도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며, “좀비기업 붙들다가 정작 살려야할 기업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우를 또 범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수란 기자  sooran@dailyl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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