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9.16 월 11:04

[창간기획]단가 인상에 사활 건 CJ대한통운…택배시장 ‘핫 이슈’

CJ대한통운, 작년 인건비 추가지출만 200억원 넘어 오병근 기자l승인2019.04.25 1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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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공하면 ‘탄탄대로’…실패하면 ‘경영 악화’

   
 

지난 수년간 택배업계는 각사가 알게 모르게 택배요금 인상을 추진해 왔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단가를 올리면 화주가 택배업체를 바꾸기 때문이다. 지난 2월 중순, 국내 택배업계 1위인 CJ대한통운이 단가인상을 선언했다. 이 회사의 택배시장 점유율은 49%. 현재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기 때문에 경쟁사로 물량이 조금 빠져나가더라도 감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섰을 것이다. CJ 입장에선 부피가 크고 계량화 되지 않은 이른바 ‘똥짐’도 정리하고, 단가인상에도 성공하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단가 인상 움직임이 시장에서 인정되면 CJ의 택배사업은 거칠 것 없이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속된 말로 앞으로 돈 좀 만지게 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반대 상황이라면... CJ로서는 생각도 하기 싫을 것이다. 문제는 물량이 얼마만큼 이탈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CJ가 생각한 것보다 많이 이탈하면 이 회사의 가장 큰 경쟁력인 ‘높은 배송밀도’는 무너진다. 경쟁업체인 한진과 롯데글로벌로지스도 단가인상이 절실하지만, 동참은 하지 않는다. 단가인상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고, CJ에서 이탈하는 물량을 힘 안들이고 흡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현재의 위기상황을 잘 활용하면 힘 들이지 않고 CJ에 상당한 타격을 입힐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이라는 변수가 택배시장을 흔들고 있다. <편집자 주>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CJ대한통운의 단가인상 움직임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지난 2월 중순께 인상계획을 공식 발표했지만, 이미 3~4년 전부터 꾸준히 진행돼 왔다. 지난해 기준 택배물량이 3억개를 돌파한데다, 매년 물량이 늘고 있어 단가만 조정되면 영업이익이 크게 오르기 때문이다.

이 회사의 전략은 간단하다. 단가를 내려 물량을 최대한 많이 확보한 후, 시장지배적 위치에 오르게 되면 조금씩 단가를 올리는 것이다. 실제로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한 후, 이러한 행보를 이어왔다. 인수 당시 30%가 조금 넘었던 시장점유율은 7년 만에 48%를 넘겼다. 크고 작은 화주의 택배사 선정관련 입찰에서 단가를 내려 물량을 확보한 것이 크게 작용했다.

CJ는 시장점유율이 45%가 넘어선 3년 전부터 조금씩 인상의 필요성을 강조해 왔다. 요금이 인상되면 2위권인 경쟁사들에 비해 2.5배나 덩치가 큰 CJ가 안정적인 독주체제를 굳힐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생각치도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인건비 지출이 크게 늘어 2017년 대비 200~300억 원 이상 추가 지출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유수의 증권사들에 따르면, 지난해 CJ의 인건비 추가지출은 약 3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 회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452억원. 앞으로 지속적으로 인건비 상승이 예상돼, 지금 단가조정을 하지 못하면 큰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 것이다.
 

- 나홀로 단가인상 선언한 CJ

“3월 1일부터 기업택배 요금을 평균 100원 인상합니다.”

지난 2월 중순께 CJ는 택배요금 인상을 전격 선언했다. 이 회사는 “온라인 쇼핑과 홈쇼핑 등 기업고객이 부담하는 택배비용을 평균 100여원 올리기로 하고, 업체들과 협의하고 있다”며, 택배인상 계획을 공식 발표했다.

이 회사가 요금 인상 방침을 밝히자, 노조가 화답했다. 지난해 말, 노조 출범 후 사사건건 CJ와 마찰을 빚었던 택배노조도 처음으로 회사측 방침에 공감을 표한 것이다. 택배노조는 지난달 5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매년 택배요금이 하락해 택배사의 영업이익률이 떨어져 택배노동자가 받는 수수료도 줄었다”며, “택배요금 인상은 잘못된 요금 체계를 바로잡는 것으로, 모든 택배사는 택배요금 정상화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회사의 주가를 전망하는 증권사도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 10일 CJ대한통운에 대해 “시장의 주요 관심사인 택배단가는 1분기에 전년 대비 2.4% 상승할 것이며, 단가인상 협상이 연중 지속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2분기 5.0%, 3분기 6.5%, 4분기 6.4% 수준의 단가상승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실적방향성을 고려하면 주가는 1분기 실적을 전후해 바닥을 다진다는 판단”이라며 “2020년에도 단가인상이 지속되고 최저임금 인상 속도가 조절될 경우 안정적으로 실적이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도 11일, “단기 실적 우려보다는 반등에 성공한 택배운임 추이가 더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요금을 인상하겠다는 CJ, 이에 공감을 표시한 노조에 더해 회사의 가치를 매기는 증권사까지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 목표치 보다 낮지만 소기의 성과 거둬

CJ가 단가인상을 발표한지 2개월 가까이 지난 현재, 택배업계는 현 시점에서 어느 정도 성과는 거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일단 이 회사가 생각한 것만큼은 아니지만 일정부문 요금인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홈쇼핑을 비롯한 대형화주의 움직임은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중소형 화주들 위주로 50원 가량 인상된 것으로 알려졌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CJ가 요금인상 방침을 강하게 추진해 일정부문 수지가 개선된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직 초기이기 때문에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며, “어찌됐든 사회 전반적으로 택배기사들이 너무 고생을 하기 때문에 조금 올려줘도 된다는 심리가 확대돼 있어 요금인상에 큰 반발은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 회사의 요금인상 방침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이나 대도시를 중심으로 비교적 덩치가 큰 영업소의 반발이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CJ 입장에서도 이 같이 대형 영업소의 반발이 확대되면 영업소가 이탈하거나, 화주들의 타 택배사 이전에 따른 물량 저하현상이 동반될 수 있어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시장지배적 위치에 있다. 시장점유율이 48%를 넘어섰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회사가 이번 단가인상에 성공할지, 아니면 실패할지 여부는 시장에서 가장 큰 관심사라 할 수 있다.
택배업계 전반적으로 단가인상에 대한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어떤 업체도 선뜻 나서지 못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택배업이 서비스업인데다, 전국 영업소를 본사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본사의 지배력이 타 업종에 비해 취약하다는 것이다.

택배의 경우, 본사의 가격인상 정책으로 거래처가 이탈하면 해당 영업소는 먹고살기 위해 타 택배사 간판을 달고 영업을 할 수밖에 없다. 설사 해당 영업소가 손해를 감수하고 기존 택배사와의 계약을 이어간다고 하더라도, 이러한 영업소가 하나 둘 늘어난다면 본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많은 물량이 빠지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택배시장에서의 단가인상 작업은 번번이 실패했다.

 
   
 

- 동참 않는 경쟁사…조금씩 이탈하는 CJ물량

단가 인상이 쉽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빅3사 중 나머지 2개 사가 동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상위 5개사의 국내시장점유율은 89.5%이다. CJ대한통운(48%), 롯데글로벌로지스(13%), 한진(13%), 우체국(8.5%), 로젠(7%) 순이다.

이들 5개사 중 단가인상에 참여하고 있는 업체는 CJ와 로젠이다. 나머지 3개사는 기존 각사의 단가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특히, 업계 2위권인 롯데와 한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실은 CJ 입장에서는 가장 큰 걸림돌이다. 로젠은 중소형사로 사실상 개인택배에 특화된 업체이고, 우체국은 국영기업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CJ를 견제할 수 있는 업체는 롯데와 한진인 것이다.

CJ가 홀로 단가인상을 추진하면서 일종의 ‘마이웨이’를 선언할 수 있었던 것은 시장점유율을 50% 가까이 올려놓았기 때문이다. CJ가 지난 수년간 경쟁업체들과 단가경쟁에서 앞서면서 물량을 사실상 싹쓸이 했던 근본적 이유는 시장지배적 위치에 올라서게 되면 단가를 좌지우지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CJ의 처리물량은 연간 3억개를 넘어섰다. 산술적으로 박스당 단가를 100원만 올려도 이 회사의 이익금은 300억 원 가까이 늘어난다. 단가를 움직일 수 있으면 수익 개선은 땅 짚고 헤엄치는 것과 마찬가지인 셈이다.

단, 여기에는 함정이 있다. 한진과 롯데, 이 두 회사는 CJ와 마찬가지로 대기업 계열사이다. 나름 자존심도 있고, 경쟁이 된다 싶으면 자금을 투입할 여력도 된다. 이보다 중요한 것은 CJ가 단가를 인상하는 과정에서 반드시 이탈물량이 발생하게 되는데, 이를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기업이라는 점이다. 실제로 단가 인상작업 2개월이 지난 현재, 롯데와 한진 두 업체에는 CJ의 이탈물량이 심심찮게 유입되고 있다. 양사는 이에 대해 “자연스러운 상승분”이라며, 아직 그다지 의미를 부여하진 않고 있다. 하지만, 양사의 시장점유율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 인건비 상승분만 220억원 안팎…코너에 몰린 CJ

CJ 입장에서 한진과 롯데가 단가 인상에 동참하게 되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물량이 이탈하려 해도 갈 데가 없어 본인들이 원하는 단가 인상을 성공적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사에서 이러한 움직임을 찾아볼 순 없다.

그렇다면 한진과 롯데는 왜 단가인상에 참여하길 꺼리는 것일까. 단가인상에 동참해 시장에서 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가면 자사에도 상당한 이익이 된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도 잘 안다. 그런데 양사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같은 길을 가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판단이 앞서기 때문이다. 동반자라기 보단 경쟁자라는 것이다.

CJ는 시장점유율을 이들 두 업체보다 2.5배 가량 벌려 놓았기 때문에 더 이상 경쟁자가 아니라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이 두 업체는 다르다. 아직 충분히 경쟁할 수 있고,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할 수 있다.

CJ가 나홀로 단가인상을 추진하려는 가장 큰 이유는 최근 택배터미널 분류인력 등에 대한 인건비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 회사가 전년 대비 추가로 지출한 인건비는 약 220억 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같은 기간 한진과 롯데는 80억 원 가량이 추가로 지출됐다. 지난해 최저임금이 대폭 인상됐고, 시간외 근무수당이 크게 늘어나는 등 인건비가 예년 대비 10% 증가했기 때문이다. 이는 올해라고 다르지 않다. 택배업계는 올해도 인건비가 지난해 대비 10% 가량 추가로 지출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건비 상승은 택배업계를 고통스럽게 하고 있다. 예년 대비 추가지출을 상쇄시키려면 택배단가를 인상할 수밖에 없다. 다른 길이 없는 것이다. 여기에 각 사만의 세밀한 전략이 있다. 일반적으로 주변상황이 좋지 않으면 기업들은 몸집을 줄인다. 똑같은 조건과 환경에서 덩치가 큰 기업이 피해도 크기 때문이다. 한진과 롯데는 지난해 인건비로 80억 원을 추가로 지출했지만, CJ는 이보다 훨씬 많은 220억 원이나 들었다는 점에서 잘 알 수 있다. 220억 원은 이 회사의 지난해 택배부문 영업이익(452억 원)의 절반에 달한다. 주변여건이 좋을 땐 이익이 크지만, 반대의 경우 손실도 크다는 것이다.

또 양사가 현 시점에서 단가인상에 동조한다면 CJ는 물량 이탈의 우려 없이 영업이익을 대폭 향상시킬 수 있다. 화주 입장에서 요금이 동일하게 오르면 굳이 택배사를 바꿀 이유가 없고, 반발 수위도 그만큼 낮아진다. 이는 CJ가 원하는 가장 완벽한 시장이라 할 수 있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CJ가 추진하고 있는 단가인상 추이를 지켜보고 있지만, 아직 단가 인상에는 참여할 생각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한진 관계자도 “우리는 지난 수년간 조금씩 꾸준하게 인상정책을 펴왔다. 한진만의 전략이 있기 때문에 경쟁사가 추진하는 단가 인상에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 단가 인상돼도 택배기사에 혜택은 미지수

CJ대한통운측은 택배비 인상으로 확보되는 수익 중 절반은 택배기사에게 수수료로 지급하고, 나머지도 화물 상하차 직원 등 택배 구성원들에게 돌아가게 하겠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평균 100원을 인상하는 것이 목표이다. 그렇다면 CJ대한통운 택배기사에게는 인상분의 절반인 50원이 돌아가야 한다. 나머지 50원은 상하차 근로자에게 지급돼야 한다. 이 경우, 회사에는 남는 것이 없다. 올해에도 인건비만으로 220~250억 원 가량이 추가로 지출될 것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요금인상분의 전액을 택배근로자에게 준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되는 상황이다.

아마도 100원을 인상하게 되면 300억 원(물량 3억개 기준) 가량의 이익이 추가로 발생하는데, 이중 인건비 상승분을 제외한 이익금 중 일부를 택배근로자에게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인건비 상승분은 박스당 평균 50원에 해당한다. 100원을 올리면 50원은 인건비 상승분으로 지출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마저도 CJ가 현 시점에서 그들의 목표치인 평균 100원을 인상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년에 1,000만개가 넘는 택배물량을 의뢰하는 대형화주의 경우, 박스당 100원을 올려주게 되면 1년에 최소 10억 원의 물류비가 추가로 지출되기 때문이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만약 평균 100원이 인상된다고 하더라도 택배근로자에게 돌아갈 금액은 미미한 수준이 될 것”이라며, “CJ가 이번에 요금을 인상하지 않으면 내부적으로 상당히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지, 택배근로자들을 위해 단가인상을 추진하는 것 같이 비쳐지는 것은 좀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홈쇼핑이나 대형 화주들의 이해가 없는 상황에서 평균 100원을 인상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화주업체별로 차이는 있겠지만 일부 화주업체에 20~50원 가량 인상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또한 단기적 효과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어찌됐든 현 택배시장은 CJ가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로 변화했다. '인건비 상승'이란 변수가 승승장구해 오던 CJ를 당황스럽게 하고 있다.단가를 올리지 않으면 경영위기는 불가피하다. 단가인상이 이 회사에는 '옵션'이 아니라 반드시 이뤄내야 할 '미션'이 된 것이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롯데와 한진은 일단 현 상황을 컨트롤하며 관망하고 있다. CJ가 단가 인상에 성공하면 이들도 자연스럽게 단가를 올릴 수 있고, 실패하면 경쟁사는 큰 타격을 입는다. 현 시점에서 관망은 양사 모두에 ‘플랜 A’인 것이다.

 
오병근 기자  bkfree@dailyl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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