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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시선] ‘해운산업 재건’이지, ‘현대상선 살리기’가 아니다

오병근 기자l승인2019.05.28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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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로그 = 오병근 국장] 지난 20일 CI를 변경한 현대상선이 회사명까지 변경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수십 년간 이어온 CI에 이어 사명을 변경하는 이유는 ‘새로운 출발’이라고 한다. 도대체 이 회사 경영진들에게 ‘위기의식’이라는 것이 조금이라도 있는지 의문이다. 현 시점에서 CI와 사명을 바꾸는 것이 시급한 것이었을까.

모두가 주지하다시피 현대상선은 정부의 자금지원이 없으면 그 즉시 문을 닫아야 한다. 국민 세금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회사가 ‘새로운 출발’이라는 이유로 CI와 사명을 변경한다는 것이다.

세계가 무대인 해운업계에서 CI와 회사명은 가능한 한 오랫동안 지켜야 할 자산이다. 세계 1위인 머스크도 시랜드를 인수한 후 ‘머스크 시랜드’로 운영해오다 10년이 지난 시점에서야 ‘머스크’로 교체했다. 또 CMA-CGM도 회사 합병 이후 양사의 사명을 붙여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 중국 국영기업인 코스코(COSCO)와 차이나쉬핑도 합병후 차이나코스코쉬핑으로 불리운다. 이 외에도 회사가 합병하거나 인수되더라도 사명을 그대로 활용하는 사례는 많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사명이나 CI는 영업이나 상호관계적인 면에서 경쟁력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영업을 강화해 경영정상화에 매진해야 할 회사가 나랏돈을 써가며 CI와 사명을 변경할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이러한 행동은 ‘정부가 절대로 현대상선을 죽이지 못할 것’이라는 아주 확실한 자신감이 깊숙이 배어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미 3조원이 넘는 세금이 투입된 기업이 경영 호전은커녕, 16분기 연속 적자에 허덕이는 모습이 현대상선의 현실이다. 그럼에도 불구, 염치도 없이 지원금만 요구하고 있다. 회사 경영진 중 누구하나 자발적으로 자신의 연봉을 삭감하겠다고 나서기라도 했었다면 배신감은 덜할 것이다.

이 회사의 국제경쟁력은 또 어떤가. 수 조원을 쏟아 부은 해운사가 제 앞가림은커녕, 원양컨테이너선사라면 기본적으로 가입하고 있는 글로벌 해운 얼라이언스에 가입조차 못하고 있다. ‘선복 교환’이란 웃기는 모양새로 다리만 간신히 걸쳐놓고는 해당 얼라이언스(2M)의 멤버가 되기 위해 그들의 윤허만 기다리고 있다.

세계 해운시장은 살아남기 위한 경쟁이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하다. 경쟁사가 헤매고 있으면 그들에게는 먹잇감인 것이다. 작금의 현대상선은 목이 빠져라 2M만 쳐다보고 있다. 이미 호랑이 아가리에 머리를 넣어놓고 있는 것이다. 이는 협상이 아니다.

현대상선의 가장 큰 문제는 이미 경쟁자들로부터 낙오자 취급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톱니바퀴와 같이 굴러가는 해운시장에서 ‘나홀로 생존’은 불가능에 가깝다. 시장점유율 1.8%가 조금 넘는 소형선사인 현대상선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이렇듯 현대상선에는 여러 중차대한 문제가 산적해 있다.

그럼에도 불구, 그들에게는 CI를 교체하고 사명을 변경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시급했었는가 보다. 하긴 현대상선만 탓할 순 없다. 이들이 이러한 행동을 하는데는 든든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CI 변경 선포식' 이틀 후인 지난 22일, 정부는 현대상선에 또다시 1,000억 원의 자금을 지원했다. 기름값과 용선료 지급이 목적이다. 미래를 위한 투자가 아닌 현재를 연명하기 위한 운영자금인 것이다. 기름값 낼 돈도 없으면서 CI와 사명을 교체할 비용은 있었는지, 당혹스러울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현대상선 경영진에 책임감이라는 것이 있는지 의문입니다. 월급만 챙기고 임기가 만료되면 나가면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는 것 같습니다. 살아남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요.”

현재 국내 해운시장에서는 정부가 덩치가 큰 2자물류기업을 겁박해 현대상선에 물량을 지원하기 위한 꼼수를 쓰고 있다는 소문이 확대돼 있다. 이렇듯 어처구니없는 내용이 사실이 아니길 바라겠지만, 이미 시장에선 상당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시장 반응이 나오는 이면에는 현대상선에 대한 정부의 ‘묻지마 지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설마 하나 남은 선사를 죽이기야 하겠어.’

설마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정부가 보여줘야 한다. 정신이 바로 서야 해운산업 재건도 가능하다.

 
오병근 기자  bkfree@dailyl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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