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발주가 과연 누굴 위한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최근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건조자금에 대한 선박금융 고비용 논란에 대해 한 선사 관계자가 한 말이다.

논란은 지난 17일 열린 ‘해운재건 성과 세미나’에서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현대상선 초대형선 건조자금의 금융비용에 대한 입장을 달리하면서 발생했다. 당시 세미나에서 산업은행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자본비로는 초대형선 인도 후에도 수익을 내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금융이자 비용만 7.5% 수준이어서 수익성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해양진흥공사측은 각종 수수료를 제외하고 4.7%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이 같은 내용이 한 언론보도를 통해 공개되자, 산은측은 해당 발표자의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일축하고 나섰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당초 해운업계는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발주에 대해 선박금융에 대해서 만큼은 해양진흥공사와 산업은행이 뒷받침 하고 있어 그다지 우려하지 않았었다. 그렇기 때문에 거대 선박에 화물을 어떻게 실을지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지난해 7월 해양진흥공사가 설립된 주된 이유는 선사들의 금융비용을 낮춰 경쟁력을 가질수 있게 지원하기 위함이다. 그렇지만 산업은행 관계자의 의견을 들어보면 진흥공사 설립 전이나 후나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일례로 과도한 금융비용으로 파산한 한진해운의 경우, 시황이 좋았을 때 금리가 2~3%였고, 파산직전에는 8~9%가 책정돼 있었다. 산업은행측 주장대로라면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발주에 따른 금리 7.5%는 파산직전 한진해운의 금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

구조조정 중인 현대상선을 글로벌 원양선사로 재진입 시키기 위해 초대형선을 발주시키면서 금리는 한진해운 파산직전과 근접하게 책정됐다는 점은 누가 봐도 이해하기 어렵다.

특히 논란이 더 가속화되는 것은 지속적으로 업계와 언론에서 지적했던 ‘현대상선이 초대형선을 인도받은 후 경쟁력이 갖춰지느냐’는 부분이다. 국제경쟁력을 강화하려면 초대형선 발주보다 M&A가 더 현실적이라는 것이고, 실제 대다수 글로벌 선사들의 몸집 불리기도 M&A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초대형선 발주 계획 자체가 조선소들을 위한 것이어서 귀를 막고 강행했는데 인도시점에 이르러 고비용 문제를 들먹이면 지금이라도 현대상선의 선박 인도를 재논의해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한진해운 파산의 원인이 고금리 금융비용 때문이었는데, 앞에서 생색만 내다가 이도 저도 아닌 상황이 되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물론, 초대형선 인도를 통해 현대상선의 경쟁력이 강화되고 글로벌 얼라이언스에 들어갈 수만 있다면 높은 이자는 돈을 벌어 갚아 나가면 된다. 문제는 현실적으로 쉽진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해운 전문가들 대다수가 현대상선의 수익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는 것은 이를 뒷받침한다.

설상가상 현대상선이 초대형선을 안정적으로 기항하기 위해 확보한 부산신항 4부두는 정작 2만 3,000TEU급 선박이 접안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현대상선이 초대형선을 인도받아 영업을 본격화 하면 수익성이 개선돼 흑자로 전환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은 오간데 없고, 끊임없이 논란만 발생시키고 있다.

초대형선을 활용해 100만TEU에 달하는 선대를 만들어 현대상선을 글로벌 국적선사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크게 틀어지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장 기본적인 금융비용도 계산하지 못하고 '성공적 해운재건'을 운운했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설사 금융비용이 해결되더라도 초대형선에 실어나를 화물은 어떻게 가져올 것이며, 외국적선사에 비해 경쟁력은 있는지 등등 발생 가능한 모든 문제에 대해 꼼꼼히 따져는 봤는지 의문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이러한 문제가 아직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좀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부터라도 현대상선의 초대형선 발주 프로젝트 대해 현실가능한 활용방안을 논의해야 한다. 그냥 '선박이 인도되면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도대체 누굴 위한 해운재건이고, 누굴 위한 초대형선 발주인가.

해운재건은 수조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이다. 때문에 실패는 곧 국내 해운산업의 침몰을 의미한다. 관련 정책을 추진해온 정부 및 금융권 관계자들이 너무 안일하게 대처해 오진 않았는지, 반드시 짚어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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