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수부 "선방했다" VS 업계 "사실상 개방"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국과 중국간 해운회담이 종료된 가운데, 국내 컨테이너 선사의 주요 쟁점인 한중항로 개방 여부를 두고 해운업계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해수부가 관련 세부내용을 공개하지 않아 논란을 키우고 있는 가운데, 사실상 완전 개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지난 4, 5일 이틀간 서울에서 열린 ‘제26차 한중해운회담’에서 한국과 중국 양측은 한중 컨테이너 항로에 대해 평택 이남지역은 내년부터 완전 개방을, 인천 이남지역은 2023년까지 개방키로 각각 결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기존 선사가 있는 항로에 대해서는 해당 선사 및 한중간 운항권(항권)을 보유하고 있는 황해정기선사협의회 회원사에 대해 우선권을 보장키로 합의했다.

앞서 해양수산부는 9일 한중해운회담에서 기존 컨테이너 항로에 대해 화물운송률(‘컨’화물 선적수량 ÷ ‘컨’선 선복량)을 적용해 컨테이너선 추가 투입을 결정하되, 세부기준은 내년 회담에서 결정키로 했다고 밝힌바 있다.

해수부나 업계 일각에서는 국내 선사들을 위해 한중항로 개방을 막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또 다른 한편에서는 ‘우선권 보장’이란 부분이 다소 애매해 항로가 사실상 열린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특히, 지역에 따라 완전 개방시기가 명시된데다, 항권이 없는 항로는 신설이 가능할 것으로 비춰질 수 있어 항로 개방을 위한 추가사항을 논의하기로 한 내년 해운회담으로 공이 넘어간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우선권을 보장한다는 의미가 기존 항권을 보유하고 있는 선사들을 보호하고 항권이 없는 중국선사들이 무분별하게 유입되는걸 막기 위한 것”이라며, “세부기준은 내년 회담에서 화물 적재율을 토대로 결정키로 했기 때문에 이 정도면 선방한 것 아니냐”고 평가했다.

반면, 중국측 합의문을 확인했다는 한 선사 관계자는 “기존 항권을 보호해 준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하나, 항권이 없는 바로 인근 항만에 항로를 개설하는 것이 신규 항로라면 이는 사실상 항로가 완전 개방된 것 아니냐”면서, “선사들이 인근 항만에 기항하는 항로가 없어 한 곳에 화물을 집결할 수 있어 유리한 것인데, 인근항만에 신규라면 항로 개설이 가능하다고 한다면 이게 개방이 아니고 뭐냐”고 반문했다.

이처럼 국내 ‘컨’ 선사들이 한중항로 개방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한중항로 개방이 곧 '한일항로 개방'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중·일 3국은 해운부문에 있어 신사협정과 같은 암묵적 합의가 존재한다. 3국은 한국과 중국간, 일본과 중국간, 또 한국과 일본간 항로를 상호 침범하지 않고 존중해 주고 있다. 다시말해 한일항로에는 중국선사가 투입되지 못하는 대신, 중일노선에는 한국선사가 운항하지 못하는 것이다. 때문에 한중항로가 개방될 경우, 이같은 암묵적 합의가 사라지면서 한일항로도 개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고려해운이나 장금상선 등 국내 근해선사들이 한일항로에서 돈을 벌어 한중과 동남아 항로의 적자를 메우고 있어, 항로개방은 자칫 선사들의 존폐 위기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한중항로 개방 여부는 상당한 의미를 갖는다.

A선사 관계자는 “한중항로 개방을 정부가 계속 막기는 어려운 입장이라는 것은 잘 알고 있다”며, “그렇지만, 시황이 회복돼서 선사들이 어느정도 체력을 다진 다음 개방이 돼야 하는데 걱정이다”고 전했다.

이렇듯 한중항로 개방 문제를 놓고 국적선사들의 관심도가 큰 가운데, 정작 합의문을 작성한 해수부는 관련 내용에 대해 예민하게 반응하며 함구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 참석한 해수부 관계자는 “외교적인 부분이라 세부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밝히고는, “중국측 합의문을 봤다는 그 분에게 관련 내용을 물어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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