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선사는 필요한데 외국계는 안된다니…

▲ 부산신항 2-5단계 전경.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부산신항 2-5단계 운영사를 선정해야 하는 부산항만공사(BPA)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선사는 필요하지만, 외국계 지분의 부산항 유입에 대한 비난여론이 큰데다, 정부 정책대로 부산북항 통합법인에 주기에는 리스크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BPA와 항만업계에 따르면, BPA가 2022년 6월 개장을 목표로 올연말까지 부산신항 2-5단계 운영사 선정을 마무리하기 위해서는 최소 40일 전에는 모집공고를 내야하기 때문에 늦어도 이달 말까지는 운영사 선정방식을 확정해야 한다.

결국 수의계약이든, 경쟁입찰이든 선정 방식에 대해서는 이달 말까지 결론을 내야한다는 것이다. BPA는 양쪽 모두 검토를 진행해 왔으며, 최근 북항 완전통합법인에 가산점을 주고 경쟁입찰을 진행하는 방식이 유력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BPA 관계자는 “조만간 해수부 국정감사가 끝나고 중순께 정부와 상의해 결론이 날 것”이라고 전하고 있으나, 업계에선 정부가 수천억 원의 예산을 들여 건설하는 시설인 만큼 수의계약은 사실상 불가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부산신항 한 관계자는 “PNC(2부두)같이 건설부터 운영까지 민간자본으로 금융을 일으킨 민자부두도 아닌 부두에다, 수천억 원의 예산이 투입된 시설을 수의계약으로 추진할 경우 두고두고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문제는 경쟁입찰로 진행할 경우 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북항 운영사인 동부익스프레스(신감만, DPCT)와 장금상선이 대주주인 BPT의 반발과 글로벌 해운시장의 변화이다.

올초까지만 해도 BPA는 글로벌 1위 선사인 머스크나 혹은 글로벌 얼라이언스 선사와 손을 잡고 들어오는 운영사에게 우선권을 주겠다고 공공연히 이야기해 왔었다. 이는 현대상선이 디(THE)얼라이언스에 승선하지 못하고 2M과 전략적협약을 체결하고 있었던데다, 2M 선사 중 부산신항에 거점이 있는 선사가 없었기 때문이다. 또 2M이 얼라이언스 재편 후 PNC와 계약을 종료하고 부산신항에서 3부두(HJNC)와 1부두(PNIT)를 나눠 기항하고 있었기 때문에 머스크나 혹은 현대상선과 손잡고 들어오는 운영사를 염두해뒀던 것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지난 6월 현대상선이 2M과 작별하고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하기로 결정된데다, 미중 무역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중국이 자국의 카보타지(Cabotage, 외국적선의 연근해수송 금지)를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상황이 달라진 것.

부산항의 경우 중국의 카보타지 적용으로 환적화물이 몰리는 수혜를 입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산항의 환적비율이 부산항 전체 컨테이너 물량의 60% 수준으로 이중 대다수가 중국의 카보타지 영향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외국적선사가 중국에 곧바로 화물을 연결해 실어나르지 못해 부산항에 화물을 내려놨다 되찾아가는 식으로 부산항의 환적물량이 창출됐던 것이다.

중국의 경우 미중무역전쟁이 장기화되면서 자국으로 들어올 자금이 외국으로 흘러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이미 하역요율을 낮춘데 이어 카보타지까지 해제하겠다고 공표했다. 이를 근거로 업계에선 최소 2~3년내에는 중국이 카보타지를 풀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항만공사 관계자는 “미국이 대선 후 트럼프의 재당선 여부와 관계없이 이미 중국 압박으로 상당한 수혜를 봤기 때문에 민주당이 재집권해도 트럼프 이전의 수준으로 돌아가진 않을 것”이라며, “카보타지로 인한 혜택을 상당히 보고 있는 부산항의 경우 환적화물이 급격히 빠질 수 있어 2-5단계 운영에 머스크를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머스크가 한진해운 파산 훨씬 전 부산신항에서 처리량을 늘렸을 때도 중국당국에서 카보타지 수송을 의심해 화물을 선회했기 때문이라고 했을 정도로 처리량이 많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한국에 다량의 화물을 확보하고 있는 머스크가 굳이 부산신항에 거점이 없어도 기항지를 변경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오히려 정부예산을 투입한 부산신항의 최상위 노른자 부두를 외국선사에게 안겨 국적선사나 국적 운영사들에게 역차별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산신항 관계자는 “글로벌 포워더들이 한진해운 물량의 대부분을 흡수한 머스크를 견제하면서 부산신항에서 터미널을 나눠 기항하는 부분을 핑계로 물량을 일부 뺐고, 머스크는 터미널 한 곳에서 처리하지 못하는 부분 때문에 물량이 이탈했다고 생각해 2-5단계를 사수하려고 하는 것”이라며, “그렇지만 국내 수출입화물이 부산신항에 있는데 머스크가 터미널이 없다고 안오진 않는다”고 주장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도 “부산신항의 외국계 터미널의 태생은 민자부두로 자체 론(Loan)을 일으켜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는데, 머스크에 줄 거였으면 애시당초 정부예산이 투입되지 말았어야 한다”며, “머스크에 10~20% 소액 지분으로 줘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머스크는 자체 터미널 운영법인인 APMT도 있기 때문에 메이저가 아니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외적인 무역환경에 의해 머스크를 배제시키지 못하겠다면 탄탄한 국내 항만 운영사와 손을 잡은 형태로 하던지, 특혜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내 컨테이너 선사 전체의 컨소시엄을 통해 별도의 독립 SPC로 국적선사 모두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한 항만 전문가는 “대외 무역환경은 불확실성으로 인해 계속 변할 수 있어 머스크를 끝까지 끌어안고 가야 한다는 확고한 판단이 든다면, 머스크에 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그렇다고 하면 머스크가 향후 국내 운영사의 지분을 집어삼키는 형태를 견제할 수 있는 자본금이 탄탄한 항만운영사와 손을 잡은 형태가 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특정업체 한 곳이 주도적이 될 경우 특혜시비가 계속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선사 전체가 포함된 공동 컨소시엄을 구성해 별도의 독립된 법인을 설립해 추후 BPA가 글로벌 운영사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 될 수 있다”며, “선사 공동 컨소시엄이라면 장금상선이나 현대상선 모두 똑같이 참여하니 윈윈(win-win)하는 방법이 아니겠냐”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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