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신항 2-5부두 운영권 활용해 물량 이탈 방어(?)

중국이 자국 내에서 시행중인 해운부문 카보타지정책을 해제할 것이 확실시 되면서 부산항에 기항중인 외국적선사의 환전화물 이탈이 예상돼 부산항만공사가 큰 고민에 빠졌다. (사진은 부산신항 전경) <사진제공 : 부산항만공사>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중국이 카보타지를 해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부산항을 기항하는 글로벌선사들의 환적화물 이탈이 예상돼 부산항만공사에 비상에 걸렸다. 대외적으로 미·중 무역전쟁 장기화와 시진핑 체제 이후 고립되는 외교적 상황이 겹치고 있어 관련업계는 중국측이 빠르면 내년 카보타지를 해제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 당국이 카보타지(Cabotage, 외국적선의 연근해수송 금지) 해제를 공식 선언하면서 빠르면 내년 중 이를 현실화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 환적화물을 처리하는 글로벌 외국적선사의 물량 이탈이 우려되고 있다. 중국의 카보타지 정책으로 글로벌 국적선사의 물량이 중국과 가장 가까운 부산항으로 유입돼 왔기 때문에 해당 정책이 철회되면 중국으로의 물량 이탈이 현실화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산항만공사(BPA)는 관련업계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는 부산신항 2-5단계 운영사 선정작업을 미루는 등 중국의 카보타지 해제에 따른 대응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을 거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환적물량의 대다수가 중국으로 향하기 때문에 글로벌 국적선사의 물량이탈을 막기 위해 대다수 선사 및 항만업계가 군침을 흘리고 있는 2-5단계 운영권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것이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이미 지난달 운영사 선정 방식이 결정됐어야 했는데, 중국의 카보타지 해제 가능성이 높아지자, BPA가 다시 업계에 의견조회를 하겠다고 해 향후 2-5단계 부두운영사 선정은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중국의 카보타지 해제 가능성을 크게 보는 주요 요인은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 ▲시진핑 체제의 중앙집권화 ▲중국의 세계 공장화 이탈 ▲양대 국영선사의 합병 등이다.

우선 중국의 국내외 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것이다. 끝이 보이지 않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중국이 사실상 글로벌 시장에서 고립되고 있는 상황이 지속되면서 자금압박이 가속화 됐고, 과거 지자체 위주의 지방분산화에서 시진핑 체제의 중앙집권화로 ‘하나의 중국’을 위한 중앙 정부위주의 체제로 전환됐다.

아울러 지난 2016년 중국내 양대 국영선사인 코스코홀딩스와 차이나쉬핑컨테이너라인(CSCL)이 합병하면서 사실상 거대기업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과 ‘세계의 공장’이었던 중국이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동남아 등지로 공장이 이탈하고 있어 결국 카보타지를 해제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국내외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중국측이 자금 압박을 해소하기 위해 외국으로 이탈하는 자금을 막겠다는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카보타지 해제로 글로벌선사의 연근해 소송이 가능해져 중국의 연근해선사들이 도산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부산항으로 새는 돈은 틀어막겠다는 것이다.

한 항만공사 관계자는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중국이 고립된 상황에서 이미 오래 전부터 상당한 자금압박을 받고 있다”며, “중국의 고립이 가속화된데다 자국 내에서도 위기감을 느끼는 가장 큰 요인은 더이상 중국이 1차 가공을 하는 세계의 공장이 아니라는 점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중국의 인건비 상승으로 ‘메이드 인 차이나’가 줄어들고 베트남이나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 등지로 옮겨가면서 중국도 이제 우리나라와 같이 2차 가공이나, 반제품을 완제품으로 만드는 공장들로 바뀌었다”며, “현재로서 무역전쟁에서 더 이상의 압박카드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밖으로 새나가는 돈을 틀어막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GTO 관계자도 “중국의 지방 성(省)에 재량을 맡겼던 체제에서 작금의 시진핑체제는 중앙집권화로 중앙정부의 권한이 막강하고 지방이 이를 따라오고 형국인데, 최근 중국 항만에서 항만 간 통합을 하면서 내륙물량을 제어하고 나아가 대형화체제로 바꾸고 있다”며, “이미 양대 국영선사를 통합할 때부터 카보타지는 단순히 연근해 선사를 보호하는 것 이외에는 얻을게 없는데, 양대 국영선사를 통합하면서 카보타지 해제를 염두하고 정책을 추진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근거로 중국이 카보타지를 해제할 경우 부산항의 환적물량은 최대 300만~500만TEU까지 빠져나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재 부산항의 환적물량이 1,000만TEU라는 점을 감안하면 최대 절반 가까운 물량이 이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BPA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결국 물량이탈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글로벌 국적선사들의 요구사항을 어느 정도는 들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BPA는 외국적선사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2-5단계 운영사 선정을 놓고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맞물려 BPA는 부산신항 2-5단계 운영사에 MSC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중국 환적물량의 3분의 1 가량을 MSC가 수송하고 있어 MSC의 이탈은 부산항 환적물량 처리량에 막대한 타격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BPA측은 이 같은 문제 등을 모두 충분히 고려한 후, 2-5단계 운영자 선정작업을 마무리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항만 전문가들은 중국의 카보타지 해제가 부산항의 악재인 것은 맞지만, 이번 기회에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돼 왔던 인센티브제에 대한 효용성을 다시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현재 항만물동량 유치를 위해 활용되고 있는 인센티브제는 매년 환적화물 처리량이 많을수록 인센티브로 현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실상 합법적인 리베이트인 것이다.

이는 부산항 이용선사를 통해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부산항 운영방침에 반하는 행위인데다, 부산항의 요율이 중국 항만보다 낮은 상황에서 인센티브제의 효용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 항만 전문가는 “외국적선사를 유치해 요율을 더 받아 부산항의 경제적 가치를 끌어올리고 외화를 벌어들이는 역할을 해야 하는데, 인센티브제는 돈을 주면서 선사를 붙들고 있는 격”이라며, “이번 기회에 돈을 쥐어 주면서 ‘세계 5위 부산항’ 타이틀을 유지하는 것이 나은지, 물량이 떨어지더라도 알짜를 쥐고 가는 것이 나은지 검토를 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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