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글로벌 주요 항만들이 앞다퉈 터미널 단일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수 년째 말로만 통합하겠다고 하니 화물차 안전운임제 도입 하나만으로도 이렇게 발칵 뒤집어지는 것 아닙니까.”

화물차 안전운임제가 지난달 1일부터 본격 시행되면서 국내·외 컨테이너 선사들이 반발하는 등 관련업계가 어수선한 가운데, 항만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안전운임제 시행에 대해 대다수 선사들이 무효화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이를 준비해 온 정부와 화물연대측은 이미 내륙운송시장 운임안정화를 위해 시행되고 있는 제도를 무효화 할 순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외국적선사들의 환적화물 이탈 가능성에 대해 충분히 예측하지 못했던 점은 인정하고, 부산항 부두간 셔틀(ITT, 타부두간 환적) 부문에 대해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재논의키로 방향을 정했다.

해수부는 현재 문제가 되는 ITT 비용 상승분에 대해 조사 중이며 조만간 마무리 할 계획이다.  전문가 및 업계 관계자 다수의 의견을 종합해보면 부산항에서 평균 40~60% 수준으로 오를 것으로 추정된다.

TF에서 어떤 결론을 낼지 모르지만, 관련업계에서는 이미 시행되고 있는 안전운임제를 선사들이 뒤늦게 반대한다고 ‘없었던 일’이 되진 않을 것이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다만, ITT 비용은 타국 항만에서는 없는 비용으로, 우리나라에만 적용돼 왔기 때문에 문제가 간단치 않아 보인다. 해당 비용은 부산항을 기항하는 선사들이 떠안고, 이는 또 다시 운송사들에게 전가돼 왔기 때문이다.

항만업계 한 관계자는 “ITT 비용이라는 것이 선사들 입장에서 보면 외국항만에서는 받지도 않는 비용인데, 그동안 유독 부산항에서 집중적으로 수수한다는 것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는데, 이번에 정부가 나서 해당 비용을 올린다고 하는데 불만이 폭발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부산항의 ITT 문제가 공론화된 것은 201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는 글로벌 ‘컨’ 선사들이 얼라이언스 대형화를 본격화한 시기이다. 당시에는 글로벌 1~3위 선사가 합쳐진 P3네트워크 출범이 가시화 됐으나, 여러 복합적인 문제로 3위 선사인 CMA-CGM이 빠진 2M(머스크·MSC)이 결성됐다.

글로벌 1위 선사의 이 같은 행보에 국내외 해운전문 분석기관들은 앞다퉈 얼라이언스 수가 줄고 대형화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고 이는 현실화 됐다. 선박이 접안하는 터미널도 이러한 추세를 따랐다.

하지만, 부산항은 글로벌 추세에 전혀 따라가지 못하고 여전히 분산된 채 각자 터미널을 운영해 왔다. 결국 부산항의 북항과 신항 또는 신항과 신항을 오가는 화물들이 많아지면서 이에 따른 운송비용이 운송업체에 고스란히 전가된 것이다. 이 비용이 ITT인 것이다.

부산항 관계자는 “2M이 선박을 빼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면 BPA가 인센티브를 통해 ITT 비용 일부를 보전해주는 식으로 땜질식 처방만하다 안전운임제가 시행되니 다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격이다”며, “부산항 발전의 가장 큰 저해 요소 중 하나가 ITT인데, 해결이 안 되고 있으니 선사들도, 터미널도, 관련 운송사들도 불만이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ITT 대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타국 항만처럼 터미널 단일화를 위한 통합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정부가 공표한 대로 신항 통합작업이 이미 끝났다면 안전운임제 도입에 따른 선사들의 반발은 크지 않았을 것이다. 정부와 부산항만공사(BPA)측은 북항통합작업에만 9년 가까이 소요됐다는 점을 들며 통합이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해수부와 BPA는 그동안 ITT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센티브를 통한 비용 보전이라는 단기적 방안에만 급급해 왔다. 근본적인 방안을 찾지 못하니 계속해서 문제가 반복되고 커지는 것이다.

이달 중 ITT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협상테이블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이 협상에서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가 나온다면, 2M을 비롯한 외국선사들은 언제나 그러했듯 환적화물 거점을 타국으로 옮기겠다고 큰소리를 칠 것이다.

정부와 BPA는 이에 대해 어떤 방안을 내놓을까. 묘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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