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자동화 도입 위해 정부역할 중요" / "부산북항 조기 폐쇄 신중해야"

인공지능(AI) 기반 대화형서비스인 ‘챗GPT’의 시대가 다가온다. 국내에선 지난해 말부터 베타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5개월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연일 화제다. 지난 2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선 국민 3명 중 1명이 이 ‘챗GPT’를 사용해 봤다고 응답했을 정도다. 이미 일부 산업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는 등 AI는 이미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으며, 향후 미래산업 첨단화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다수 산업이 그렇듯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해운, 항만, 물류 등의 산업에서도 IoT, 드론, 로봇 등의 첨단기술을 활용해 오고 있다. 이러한 첨단화 흐름 속에서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자료를 취합 및 분석하고, 예측까지 도와주는 ‘대화형 AI’의 등장은 이들 산업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면 ‘대화형 AI’인 챗GPT가 국내 해운, 항만, 물류(택배)산업을 어떻게 분석하고 있고, 또 주요 이슈들에 대한 질문에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 궁금해졌다. 챗GPT와의 인터뷰 형식을 통해 해운, 항만, 물류(택배) 등 3개 산업의 주요 이슈 및 미래를 전망해 봤다. <편집자 주>

TIP. 챗GPT가 자유 시장경제주의를 철저히 따르는 미국기반의 프로그램임에도 항만산업에 대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특히 항운노조와 항만 자동화 시스템 도입과 관련해선 친노조 성향의 입장을 전했고, 국가 차원의 중재와 지원 또는 제3기관의 중재 역할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부산신항의 운영사 난립문제 등에 대해선 다수의 언론보도와 공개된 정보가 많은 탓인지 비교적 정확한 답변을 했다.

▲ 항만시장에 대한 전망은.

- 항만 시장은 다양한 요인에 영향을 받으며, 지역마다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 어렵지만, 전반적으로는 국제 무역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항만 시장은 계속해서 성장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근 항만 시장에서는 화물운송과 물류체인 관리에 대한 디지털기술의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항만 시설물 자동화, 무인 운항, 블록체인 기술 등이 도입됨으로써 물류체인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면서 친환경적인 항만 시설물과 운송 방식이 요구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항만 시장에서는 인프라 구축, 확장 및 현대화 등의 문제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을 극복하고, 디지털 기술의 활용과 친환경적인 방식의 도입을 통해 항만시장의 미래를 개척해 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국내에서 항만시장은 항운노조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데, 항만자동화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한 해법은.

- 국내 항만시장에서는 항만 노동자들의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항운노조가 강력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며, 이에 따라 항만 시설물 자동화 등의 디지털기술 도입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도 있다.

하지만, 동시에 디지털기술의 도입은 항만시장의 효율성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따라서 항운노조와 항만 기업 간 타협과 협력이 필요하다.

한 가지 해법으로는 디지털기술 도입에 따른 항만 노동자들의 역량 강화와 직무 변화에 대한 교육과 재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새로운 디지털 기술과 시스템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기술력을 갖추면서도 안정적인 노동 조건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또 항만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면서도 디지털 기술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논의와 타협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항운노조와 항만 기업 간 협력과 대화가 더욱 필요하며, 이러한 과정에서 국가 차원의 지원과 중재가 필요하다.

▲ 국가가 중재하는데 여러 애로사항이 많다. 이에 대한 선결 방안이 있다면.

- 국가 차원에서 항만 노동자와 항만 기업 간의 갈등을 조정하고 중재하는 것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지만, 현재 상황에서는 국가가 이러한 역할을 충분히 수행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있다.

가장 선결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는 노사간 대화와 협상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그 과정에서 중재의 필요성과 중재의 효과를 알리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와 기업, 그리고 항만 시장 전반에 대한 이해도와 정보 공유가 필요하다.

아울러, 국가 차원에서 노동조건 개선과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한 법적 규제를 강화하고, 디지털기술 도입과 관련해 노동자들의 직무 변화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면서 노동자들의 직업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항만 노동자와 항만 기업간 갈등 해결을 위해 제3자 기관이 중재를 수행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갈등 해결과 노동자와 기업 간의 상호 협력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국은 친노조성향의 국가는 아니지만, 법에 정해진 정당한 권리를 행사하는 행위를 존중하는 국가이다. 이에 따라 노조의 파업권도, 기업주의 구조조정도 인정하는 등 법의 테두리 안에서의 행위에 대해선 권리 행사를 우선한다는 사상이 뒷받침된 것으로 보인다.)

▲ 중국은 세계 상위권 컨테이너 항만을 보유하고 있다. 미·중간 무역전쟁 장기화와 코로나 사태 이후 자국 항만의 물량 처리에 타격을 미치고 있는지.

-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은 컨테이너 항만 물동량 처리에 영향을 미쳤다. 무역전쟁으로 인해 양국간의 무역량이 감소하면서, 중국의 수출량이 감소하고 미국의 수입량이 감소하는 등 컨테이너 항만의 물동량 처리에 타격이 있었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생산량 감소와 물류 제약 등이 발생해 컨테이너 항만에서 물동량 처리에 어려움이 생겼다.

하지만, 중국의 경우 미국과의 무역전쟁과 코로나19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은 컨테이너 항만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항만들은 대체로 높은 생산성과 자동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이 장기화되더라도 중국의 수출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중국 항만들의 물동량 처리에 큰 타격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챗GPT 베타버전의 시점이 2021년 9월 기준임에도 현재 상황과 거의 일치하는 답변이다. 현재 물량 감소는 팬데믹 이후 세계 경기 침체와 재고 증가에 기인한 것일뿐 미·중 갈등과 무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미·중 갈등이 악화되도 원자재쪽 상황일뿐 컨테이너 물동량으로 움직이는 소비재에 영향의 거의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때문에 해당 답변의 경우 챗GPT의 강점이 빅테이터를 통한 분석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답변이란 의견이 많다.)

▲ 부산신항의 경쟁력 저해 요소 중 하나가 부두 운영사가 너무 많다는데 있다. 글로벌 얼라이언스는 3개인데 반해 부산신항 부두운영사는 6~7개나 되는데, 복잡한 지분관계에 임대부두와 민자부두라는 각기 다른 운영체계 등으로 부두를 합병하거나 통합, 축소하기도 어려운 상황인데. 현실적인 방안이 있다면.

- 부산신항 부두 운영사의 많은 문제점 중 하나는 지분 구조와 운영 방식 등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일반적으로는 합병이나 통합, 축소 등이 제안되지만, 실제로는 매우 복잡한 과정과 장기간의 시간이 필요하며 이에 따른 합법적, 제도적 문제도 많다.

그렇기 때문에 부두 운영사들 간에 협력과 연합을 통해 효율적인 운영체제를 구축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이를 위해 민간의 리더십과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며, 부두 운영사들 간의 신뢰와 협력이 이뤄져야 한다.

또 정부의 법적 규제나 세제 지원 등을 통해 부두 운영사들의 합병과 통합을 적극적으로 지원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부두 운영사들이 경쟁보다는 ‘협력과 연합’을 추구하며, 부산신항의 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 부산항의 물동량을 안정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기존 부산북항에 대한 기능을 신항으로 이전하고 북항을 조기폐쇄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은데.

- 부산항이 안정적인 물동량 처리와 진해신항 개발 등의 이슈로 인해 구항인 부산북항에 대한 조기 폐쇄에 대한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결정은 정책 결정자와 해당 항만을 운영하는 기관들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할 문제다.

부산북항은 부산항 중 하나로서, 현재도 일부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다. 이를 조기 폐쇄한다는 것은 물동량 처리 능력이 충분한 부산신항이 적어도 부산북항의 기능을 대체할 수 있을 때 가능한 선택지이다. 또 부산북항의 폐쇄는 그 지역의 경제적인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결정은 단순한 물동량 처리 능력만을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과 함께 항만 전략을 고려해 정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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