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차 비율 낮춰 네트워크 바로잡아야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동부익스프레스가 내년 1월부터 택배부문을 분사키로 한 데 대해 택배업계에서 의견이 분분합니다. 혹자는 “적자에 허덕이는 택배사업에 새로운 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것”이라고 하고, 또 다른 사람은 “누적적자가 심해 사업을 접기 위한 과정”이라고 분석합니다.

누구 말이 사실인지는 동부그룹의 김준기 회장과 몇몇 고위관계자만 알고 있겠지요.

어찌됐든 동부익스프레스(이하 동부)는 7일 보도자료를 통해 내년 1월 1일부터 택배사업을 분사해 독립 경영체제로 전환, 메이저 택배사로 도약하기 위한 인프라 투자와 서비스 품질 개선에 나설 계획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택배부문 분사 배경으로 경영효율성 제고와 사업 확장을 내세운 것이지요. 

따라서 택배부문만 놓고 볼 때, 이번 분사의 핵심은 만년 적자상태인 택배부문에 대한 경영효율성을 어떻게 제고하느냐에 달렸다고 할 수 있습니다. 투자부문이야 김준기 회장이 택배사업에 대한 애착이 높아 미래에 대한 비전이 보인다면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2007년 훼미리택배를 인수하면서 택배시장에 진출했던 동부는 지난 5년간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동부는 택배사업에서 매월 평균 10억 원 가량의 적자를 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동부는 지난해 물류사업부문에서 132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매출액은 6,608억 원입니다. 물류 부문에서 택배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846억 원) 정도에 불과하지만, 전체 수익부문에는 상당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냉정히 따져 동부는 우리나라 택배 물동량의 60%를 차지하고 있는 초대형마켓인 수도권에서의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이는 곧 실적 악화로 이어집니다. 수도권에서 경쟁력을 상실한 동부의 지난 발자취가 가시밭길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입니다.

동부택배가 적자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 중 딱 한 가지만 짚으라면 네트워크가 미흡하다는 것입니다. 택배사업이 ‘네트워크 싸움’이라는 점에 비춰보면 네트워크에서 밀리는 동부의 경쟁력 저하는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네트워크가 뭐길래 동부가 택배사업에서 지난 5년간 단 한 차례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것일까요.

네트워크는 어찌보면 복잡해보이지만, 사실 간단히 말해 화물차와 택배거점을 말합니다. 특히, 화물차는 좁게는 각 지역 골목골목을, 넓게는 전국을 운행하는데, 이러한 차량의 동선이 곧 거미줄 같은 네트워크가 됩니다. 당연히 물량이 많은 수도권에서는 이 거미줄이 좀 더 촘촘해야 합니다. 거미줄이 느슨해지면 곧바로 서비스 저하로 이어집니다.

하지만, 동부는 화물차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 회사는 용차(일명 119빵, 콜빵)를 씁니다. 물건을 배송하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요. 문제는 이 용차의 몸값이 장난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같은 지역에 동일한 물건을 배송할 경우, 현재 각 택배업체가 영업소에 주는 배송수수료는 800~1,000원 안팎입니다. 이에 비해 용차는 2,000~3,000원을 호가합니다. 이 때문에 택배업체가 용차를 많이 쓸수록 손해액은 늘어나기 마련입니다.

추석이나 설 등 명절특수기 물량은 평상시 2~3배이지만, 택배업체의 이익이 평상시의 2~3배가 아닌 1.2배 가량밖에 되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일시적으로 늘어난 물량을 처리하기 위해선 용차를 대량으로 쓸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화물차가 부족한 택배업체가 사업을 계속 영위하기 위해서는 용차를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배송이 안 되는데 어떻게 택배업체라 할 수 있겠습니까. 배송이 늦어지거나 물건이 파손되면 클레임이 늘어나게 되고 이는 곧 회사의 보상액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이러한 클레임이 지속적으로 늘어난다면 결국 택배시장에서 불량 택배업체로 낙인찍혀 사라질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동부의 가장 큰 고민거리는 바로 용차 사용률이 높다는 것입니다. 물론 이러한 고민은 동부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하지만, 동부는 계약된 화물차량에 비해 용차 사용비율이 타사에 비해 월등히 높기 때문에 화근이 되고 있는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고민을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입니다. 정부가 화물차에 대한 신규 증차를 막고 있는 상황에서 기존 화물차주와 계약을 해야 하는데, 동부가 전체 택배업체 가운데 7위 권이기 때문에 그다지 물량이 많지 않아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이유로 차주들이 꺼리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동부는 정말 쓰고 싶지 않은 용차를 쓸 수밖에 없는 입장인 것입니다. 현재 동부는 국내 택배업체 가운데 용차를 가장 많이 씁니다. 이 때문에 동부의 누적적자는 점점 불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따라서 동부가 가장 우선적으로 개선해야 할 점은 바로 이 부문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과연 동부가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나갈지, 내년도 택배시장에서 눈여겨볼 만한 또 하나의 관심사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동부는 그동안 수많은 루머에 휩싸여 왔습니다. 적자 폭이 지속적으로 커져 곧 문을 닫을 것이라는 것이 주된 내용입니다. 어떻게 보면 이러한 악성루머가 동부에는 상당한 상처가 됐을 것이며, 이는 곧 경영환경에도 악영향을 미쳤을 것입니다.

그때마다 동부가 루머에서 비껴갈 수 있었던 것은 김준기 동부 회장의 ‘택배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김 회장이 택배사업에 대한 애착이 워낙 강하기 때문에 절대로 접지는 않을 것이라는 기대가 시장에서 먹혔던 것입니다.

이번에도 시장에서는 ‘택배사업 포기론’이 조금씩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이에 대해 동부 측 고위관계자는 “회장님(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택배사업에 상당한 애착을 갖고 있기 때문에 절대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는 똑같은 말로 항변하고 있습니다.

택배부문 분사를 전격 결정한 동부. 2012년 택배시장에서 어려운 주변여건을 딛고 새롭게 비상할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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