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및 업계, “현 시황 지속되면 쉽지 않을 것”

-상반기까지 시황 반등 절실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 선사인 한진해운이 올해 상반기까지 현재와 같은 해운시황이 이어진다면 상당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및 관련업계는 월 평균 약 700억 원씩 적자가 누적돼 온 한진해운이 지금까지의 시황이 지속된다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금규모로는 상반기까지 밖에 버티지 못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시황 반등이나 운임 인상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차선책 마련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 금융기관이 한진해운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말 현재 한진해운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은 5,904억 원이며 단기금융상품은 1,170억 원이다. 이중 은행에 담보로 제공되는 등 사용제한 금액 871억 원을 제외하면 총 6,203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여기에 4분기 중 대규모 유상증자와 감천터미널 매각 등으로 추가자금을 확보했으나, 4분기 손실금을 빼면 지난해말 현재 7,000~8,000억 원 가량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8,239억 원의 손실을 봤는데, 해당 분기동안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음을 감안하면 한 달에 약 700억 원 가량을 소요했을 것”이라며 “3개월 동안 2,000억 원 정도의 손실을 봤기 때문에 현재 1조 원도 안 되는 자금을 확보하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현 상태에서 한진해운이 올해 만기도래하는 회사채 6,500억 원을 차환 발행한다고 가정했을 때, 업계에서는 해운시황이 지난해와 비슷한 상황을 유지한다면 한진해운이 상반기까지 밖에 버틸 여력이 안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A사 관계자는 “만기 회사채에 대한 차환발행을 차치하고라도 한진해운의 선대 규모나 용선 등의 상황을 고려한다면 선지급금으로 상당금액을 확보해 놓아야 한다”며 “여기에 현재와 같이 한 달 평균 700억 씩 손실이 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머지않아 상당한 위기에 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컨테이너 선사들은 운항선박들이 평균 1항차를 운항할 수 있는 자금이 있어야 한다”며 “국내 2위 컨테이너 선사인 현대상선이 2,000~3,000억 원 정도의 항차비용을 마련하고 있음에 비춰볼 때 한진해운은 선대규모가 커 고유가에 따른 벙커값 등의 영향으로 약 4,000~5,000억 원 가량 소요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통상 ‘컨’ 운송은 화주들과 계약 후 물건을 실어 나른 후에 대금이 치러지기 때문에 선사에서 운영자금을 선지급하고 있다. 이 때문에 1항차를 운항할 수 있는 자금은 선사에서 반드시 비축해 둬야 한다.

이에 대해 한진해운 관계자는 “선박당 몇 항차를 운항하는지 예상할 수 없는데, (1항차 비용으로)4,000~5,000억 원이 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장에서 유동성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데, 유동성 확보가 문제라면 최근 시장에서 회사 주가가 왜 오르겠냐”며 “실제 보유자금에 대해 오픈하는데 한계가 있지만, 내부적인 문제는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한진해운을 바라보는 금융권의 시선은 싸늘하다. 경쟁사인 현대상선에 금융권이 책정한 회사채 차환발행 금리에서도 차이가 난다.

최근 발행한 두 회사의 회사채 금리는 한진해운이 6.2%, 현대상선이 이 보다 0.4% 낮은 5.8%를 적용받았다.

월평균 약 400억 원 가량 손실을 본 현대상선의 경우, 지난해 3분기까지 1조 1,140억 원 정도의 유동성자산을 보유했으며, 4분기 손실을 감안하더라도 1조 원 가량의 자금을 확보하고 있어 지난해와 같은 상황이 이어진다고 하더라도 충분히 버틸 수 있다는 것이 금융권의 판단이다.

B은행 관계자는 “시장에서 한진해운의 리스크가 더 크다고 판단해 금리를 현대상선보다 높게 책정한 것”이라며 “금융권에서는 차환발행에 대한 금리 리스크를 반영하고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를 적용하기 마련인데, 이번 금리는 한진해운의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A사의 또다른 관계자도 “현대상선이 최근 해운시황 악화로 심사평은 부정적이지만 등급은 유지를 했다”며 “한진해운은 등급이 A-로 강등됐음에도 최근 주가가 오르는 게 이상할 정도”라고 전했다.

최근 운임인상에 성공했다는 소식으로 한진해운의 실적개선에 대한 희망적인 소식도 들려오지만, 금융권이나 화주사무국측의 시선은 냉랭하기만 하다.

화주사무국 관계자는 “선사들이 인상을 하겠다고 발표하는 것은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내놓은 것뿐이지, 이 금액이 100% 인상에 반영된 경우는 거의 없다”며 “최근 인상안에 대해 올려줄 수는 있겠지만, 선사들이 원하는 만큼의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진측이 요금을 올렸다고 하는데, 실제로 인상이 됐는지에 대해서는 1개월이 지난 후에야 확인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설사 선사들이 운임인상에 성공했더라도 현재 가장 큰 문제가 되고 있는 선박 과잉공급 상태가 지속되고 있는 현 상황에서는 그리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운임이 인상되더라고 선박공급이 과잉된 현 상황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시장은 여전히 불안할 것”이라며 “선박을 계류시키는 등의 공급 조절행위가 없으면 운임 인상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금융권은 한진해운이 운임을 원하는 만큼 끌어올리지 못하거나, 해운시황 악화가 지속된다면 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금 상태가 계속 이어지고 시황이 불투명하다면 유상증자나 신규 회사채 발행 및 자산매각 등을 통한 현금 확보가 필요한 상황이지만, 한진해운의 부채비율이 높아 신규 회사채 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고는 “선박매각 등의 방법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선박외 자산매각이나 유상증자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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