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발주한 선박, 현 시세가 반토막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전경.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진해운이 지난 2008년 해운산업 호황기에 고가로 발주한 선박이 회사측의 자금유동성 확보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발주한 케이프사이즈 선박 1척에 대한 선박금융이 조만간 진행될 예정지만, 한진해운이 감내해야 할 금액이 만만치 않은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금융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은 지난 2008년도에 발주한 케이프사이즈 1척에 대한 인도시기가 임박해옴에 따라 최근 금융권에 선박금융을 요청하고 나섰다.

해당 선박은 지난 2008년에 발주한 마지막 배로 3년 6개월여가 지난 현 시점에서 자금조달처를 물색하는 것이 결국 인도지연을 시켜오다, 더 이상 지연이 어려워지자 마지못해 최근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금융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발주한 케이프사이즈 1척은 당시 선가대로 금융을 조달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현재의 선가대로 금융이 조달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지난해 산은에서 한진해운에 이미 발주된 선박을 모두 금융지원 해 주겠다고도 했지만, 한진해운 측에서 시황이 반등될 것으로 예상하고 거절했다”고 밝히고는, “결국 하반기 시황반등은 고사하고 상반기보다 안 좋아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 마지막 선박에 대해 산은에 재요청을 했다”고 덧붙였다.

이 선박은 현재 신조선가로 약 4,500만 달러 규모이며, 조선소는 현대중공업이다. 산업은행에서는 해당 선박을 담보로 잡는 조건으로 최대 선가의 90%에 달하는 4,000만 달러를 조달해 줄 계획이다.

문제는 한진해운이 선박을 고가로 발주함에 따라 산은이 지원하는 4,000만 달러가 당시 계약금액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 한다는 것이다. 발주 당시에는 호황기라서 금융권에서 자금조달에 우호적이었지만, 갑작스러운 금융위기로 인해 금융권에서 선박금융에 대해 보수적으로 전환하면서 금융 조달에 어려움을 겪어 왔던 것.

금융권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당시 해당 선박을 발주하면서 8,800만 달러 가량에 계약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 선가가 4,500만 달러로 폭락했는데, 4,000만 달러를 산은에서 조달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4,800만 달러는 한진해운에서 자담할 수밖에 없어 유동성확보가 절대적인 현 시점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해당 선박 외에도 호황기에 발주한 여러 척의 선박이 한진해운의 재무구조를 악화시켜 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A사 관계자는 “2008년도 금융위기 직전 해운시황이 고가일 때 한진해운이 선박을 많이 발주했다”며 “이후 시황이 어려워지고 배 값이 떨어지자 당시 발주한 선박을 여러 척 인도 지연시키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해운업계 소식에 정통한 한 관계자도 “선박이 고가일 때 한진해운이 발주를 여러척 했는데, 결국 무리한 투자가 현재 한진해운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한진해운측도 이러한 현실을 부인하지 않았다. 회사측은 일단 해당 선박에 대한 금융지원을 받은 후, 나머지 금액은 회사 측에서 자부담한다는 입장이다.

한진해운 관계자는 “해당 선박의 일부 차액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선박금융 외에)나머지 비용에 대해서는 한진해운에서 지불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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