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소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원장

[데일리로그 = 정리 김수란 기자] 해운은 전통적으로 선박을 이용해 사람과 화물을 수송하는 산업이다. 특히 화물의 수송은 해운의 가장 핵심적인 사업 영역이다. 그 동안 세계 해운은 화물 수송을 통해 성장했고 무역과 경제발전에도 많은 공헌을 했다. 현재 세계 해운시장에는 8만 4,000척 14억 1,000만 DWT 규모의 선박이 약 90억t의 화물을 수송하기 위해 활동하고 있다.

세계 해운시장에서 우리나라 해운기업은 933척의 선박(4,389만 DWT)으로 연간 387억 달러의 해운 수입을 획득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수출 효자상품인 조선, 자동차, 반도체 등의 수출액과 견줄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최근 세계 경제 침체와 해상물동량 감소, 선박과잉, 그리고 유가 급등으로 우리나라 해운기업이 매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세계 1위, 2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 CMA CGM 등이 자국 정부로부터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자금이나 지급보증을 받고 있는 실정을 고려하면 국내 선사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해운업의 불황으로 최근 4년간 60여개 선사가 폐업 또는 등록취소를 했고, 대형선사들도 적자를 기록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와 같은 해운 위기가 해운산업 내외적인 요인에 의해 주기적으로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운은 ‘재고가 없는’ 화물운송서비스를 판매하는 산업으로 해운시장의 수급 변화에 따라 서비스 가격(운임)이 급격히 변동되는 특징을 갖는다. 이로 인해 해운시장의 운임은 주기적으로 급변하고 있으며, 이 때마다 상당수의 해운기업이 적자를 기록하고 일부 선사는 도산에 직면하는 실정이다.

따라서 우리나라 해운기업이 지속적으로 생존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해운산업의 특징을 고려한 기업구조를 형성하고, 정부에서는 위기에 강한 산업구조를 조성해야 하는 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째, 선박 S&P(Sale & Purchase) 비즈니스를 활성화해야 한다. 선박 S&P 비즈니스는 운송을 통해 수입을 올리는 대신 선박의 매매를 통해 수입을 획득하는 영업이다. 선박 S&P 비즈니스는 운송화물운송과 함께 해운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영역이고, 최근에는 그 중요성이 더욱 더 증가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영국, 그리스, 일본 등의 선주들이 선박 S&P 시장을 주도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싱가포르 등에서 선박 S&P 시장이 발달하고 있다.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많은 선주들의 주된 수입원은 운임수입보다는 중고선의 가격 상승에 의한 수입이었다는 사실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선박 S&P 비즈니스가 해운의 주력 비즈니스가 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 해운기업은 S&P 비즈니스를 통한 수입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

둘째, 해운기업 사업다각화 전략 추진이다. 향후 해운시장은 급격한 운임변동이 예상되는데, 해운 불황기를 견딜 수 있는 사업군을 찾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해운기업의 사업군 포트 폴리오를 새롭게짜야 한다. 즉 해운기업의 선종 다양화, 용선과 대선 균형점 모색, 운송사업 외 신규사업 진출, 선박매매(S&P) 비즈니스 강화 등을 통해 지속적인 성장 기반으로 마련해야 한다. 부가가치가 낮은 선종은 매각하고, 수익성이 높은 분야로 진출해야 한다. 선박 금융, 선박 S&P, 선박 용선, 해사중재, 선박보험, 해운 컨설팅 등의 비즈니스를 주력사업으로 개발해야 한다. 아울러 국내 해운기업은 해외 자원개발 사업과 연계하는 비즈니스를 개발하고, 해양 플랜트 사업에도 진출해야 한다. 이러한 해운의 새로운 영역 개척을 위해 조선, 금융, 자본, 무역 등의 산업과 연계하는 융합 전략이 요구된다.

셋째, 해운위기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Tonnage Bank 등과 같은 해운 인프라를 조성해야 한다. Tonnage Bank는 해운기업이 가진 과잉선박을 사들여 별도로 관리하면서 용대선 영업을 하는 대형선박관리회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과잉선박은 각 해운기업이 운영하는 선박 중 손실이 발생하는 선박을 의미한다. 즉 높은 용선료를 지불하면서 낮은 운임을 받는 선박, 신조선 건조 후 인도받았지만 배선하지 못하는 선박, 기타 운항손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선박 등을 포함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이 공동으로 Tonnage Bank를 설립하고 국내외 선사들을 대상으로 부실자산이 된 선박을 헐 값에 매입해 재용선을 하면서, 선박금융 조달(제공), 중고선 매매(S&P) 등의 사업을 추진하면 국내 해운 및 조선기업의 위기 해소 및 지속적 성장을 위한 해운 인프라 역할을 할 수 있다. 특히 Tonnage Bank 설립은 단기적으로 공적자금 부족에 따른 캠코(KAMCO)의 선박매입 규모 한도를 늘리는 효과를 가질 수 있고, 장기적으로는 선박의 소유와 운항을 분리해 우리나라 해운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중요한 계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국내외 해운기업은 선박공급 과잉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면 우리나라 해운기업은 새로운 블루오션 시대를 맞이할 것이다. 해운시장의 변동성을 고려한 위기에 강한 산업구조를 갖추고 해운위기에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해운 인프라 조성이 시급한 시점이다. 정책당국과 해운기업의 지혜가 해운산업의 새로운 블루오션 시대를 개척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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