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경기도 내달 1일부터 시행 예정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중앙정부는 어르고, 지자체가 뒤통수를 쳤습니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내달 1일부터 불법 화물차량에 대한 카파라치 제도를 도입한다고 하자 택배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서울시는 현재 시의회에 관련 내용이 담긴 개정조례안을 상정해 놓고 있으며, 경기도는 이미 지난 8일 시의회에서 관련 조례를 통과시켰다.

개정조례의 주요골자는 사업용 화물차가 아닌 차량으로 유상운송을 하는 차량 등 현행 화물운수사업법을 위반하는 화물자동차를 신고할 경우 최고 2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한다는 것.

양 지자체의 관련 개정조례의 주요 내용은 ▲자가용 화물자동차 유상운송 행위 ▲운송사업자의 직접 운송 의무 위반 ▲운송주선사업자의 준수사항 위반행위 등이지만, 카파라치들의 주요 타깃은 ‘자가용 화물차동차의 유상운송 행위’가 될 수밖에 없다. 도로 상에서 움직이는 택배차량 중 차량번호가 흰색인 차량만 찍어 지자체에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이들 지자체의 이 같은 방침에 택배업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조례 개정후 실제로 카파라치제가 시행되면 택배업계에 상당한 타격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 택배물량 가운데 서울과 경기도에서 취급되는 물량이 60%에 달하며, 이를 배송하는 택배차량의 40% 가량이 자가용 차량이다. 때문에 자가용 차량 보유율이 높은 업체는 사실상 서비스가 중단될 가능성이 높다.

자가용 차량에 대한 불법 유상운송행위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에 기인한 점이 인정돼, 그동안 강하게 단속하지 않았다. 국토해양부는 이 같은 내용을 인지하고 있고 신규증차에 대한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에 지난 4월 택배차량에 대한 신규증차를 허용키로 한바 있다.

하지만, 카파라치 제도가 도입되면 사정이 달라진다. 국토부가 약속한 택배차량 신규증차가 아직 허용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가용 화물차량의 유상운송행위는 현행법 상 분명 불법이기 때문에 신고가 있으면 이에 따른 행정조치가 취해질 수밖에 없다.

택배업계가 반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국토부는 택배차량 신규 증차를 허용한다고 발표를 했는데, 현 상황에서 카파라치제를 도입한다면 신규증차가 허용되기까지 자가용 차량은 배송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

한국통합물류협회 관계자는 “서울시와 경기도에서 카파라치제가 도입되면 수도권에서 현재 운행되고 있는 택배차량 가운데 40%는 운행할 수 없게 된다”며 “이 경우 택배서비스 파행은 불가피해져 결과적으로 국민적 피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서울시 및 경기도가 카파라치제를 도입한다면 업계도 강력하게 대응할 수 밖에 없다”며 “이들 지자체는 관련 조례 제정을 유예하거나 중단해야 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자가용 차량 운행비율이 높은 A사 관계자는 “만약의 사태(카파라치제 시행)에 대비해 대책회의를 하고는 있지만, 이 문제가 회사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카파라치 도입 예정에 겁을 먹은 일부 영업소 기사들은 과태료가 우려돼 벌써부터 배송을 거부하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는 등 심각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업계의 이 같은 반응에 서울시는 문제 인식에는 공감하지만, 행정적인 부문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은엽 서울시 물류팀장은 “이 사안은 지난달 시의회에 상정한 것으로 현재 관련 업계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는 중”이라며 “택배업계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국토부에서 공식적으로 조례 시행 유예를 요청해 오지 않는 한 시가 자진해서 철회하지는 못한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공식적으로 지자체가 합법적으로 진행하는 사안에 대해 중앙정부가 왈가왈부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효철 국토부 물류산업과 사무관은 “카파라치제도는 각 지자체가 연초부터 시행한다고 한 사안”이라며 “서울시 및 경기도가 합법적으로 조례를 제정하는 것에 대해 중앙정부가 왈가왈부할 순 없다”고 전했다.

다만, 국토부는 표면적으로는 이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지만, 오늘(14일) 오전 서울시의회를 방문해 관련 내용을 설명하는 등 조례 제정 유예를 위한 물밑 작업은 계속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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