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돈 KGB물류그룹 회장

택배라는 신산업이 시작된 지 20년이 지났습니다.

20년 전 철도화물, 정기화물로 시골에서 부모님이 농사를 지은 정성스런 감 한 상자가 오면 서울역에서 또는 정기화물 하치장에 물어물어 찾아가 화물을 싣지 않겠다는 택시기사에게 웃돈을 주며 하루의 상당한 시간과 노동을 해야 감 한 상자를 받았습니다. 노력과 비용 그리고 파손이나 물품양이 줄어도 모든 것을 감수해야하는 시절이었지요.

농촌 유학생들 생활필수품 또한 철도화물, 정기화물로 받던 시절 이를 착안해 국내 택배산업이 1990년대 초에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철도화물, 정기화물보다 더 저렴하게 집까지 배달 해주는 획기적인 서비스로 폭발적인 성장을 했습니다.

좋은 서비스에 기본가격도 저렴해지고 찾으러가는 수고와 택시비 등을 비교하면 50%에서 거리에 따라 20%도 안 되는 가격으로 집에서 앉아 물품을 받는 시절로 바뀐 것입니다.

한데, 작금에 이 편리함을 제공하는 택배종사자분들을 정부는 어떻게 취급하고 있는지요.

이 분들은 다수가 극빈 서민층입니다. 사업에 실패하거나 기업에서 명퇴 당하고 나서 그래도 노숙자의 삶으로 가지 않고 가진 것이라고는 신체와 가족사랑 밖에 없어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아주 열심히 아파트 계단을 수백 수천 개를 오르고 산간오지 수십 키로라도 배달하며 오직 가족부양 하나만을 위해 대다수 살아가시는 분들입니다.

일부 이익단체를 위해 법을 만들고 이를 집행한다는 명분을 위해 이분들을 정부는 어디로 몰고 있는 것인지요?

이분들 대다수는 영업용 차량을 차량 포함 1,500~3,000만 원을 주고 살 수 있는 분들이 아닙니다.

삶의 끝자락에 어렵게 주변에서 200~300만 원을 빌려 6~7년이 지난 중고차로 세상에 다시 살아보자고 도전하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1종 면허 시험을 준비할 시간도 경제적 여유도 전혀 없는 분들입니다.

오직 2종 면허와 몸 하나, 빌린 몇 백만 원의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택배 배달 말고 또 더 무엇이 있겠습니까?

정부에서 시도한 미소금융 대출도 신용불량이라 못 받는 분들입니다. 열심히 살아서 1년 2년 지나 새 차 할부보증금을 만들어 자주 고장나고 고쳐야 했던 차를 바꾸고 오직 가족만을 생각하며 더더욱 열심히 해 어떤 분들은 거래처가 생기고 개인노력에 따라 바닥에서 중산층까지 가시는 분도 있습니다.

그래도 국가에서는 아주 어려운 국민도 쉽게 접근해 자영업 또는 취업을 하고 노력에 따라 성장할 수 있는 희망이 싹트는 프로그램을 몇 직종은 가지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누구나 접근할 수 있고 노력하면 꾸준히 일정한 수입을 얻으며, 인력시장처럼 기복이 심하지 않는 안정적인 직종 말입니다.

택배는 온 국민이 모두 잘 알고 있고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직종 중 하나입니다. 이것을 꼭 영업용차량으로 해야 한다고 자격기준을 올리면 실패한 많은 분들은 어디에 어떤 업종에서 재기를 시도해야 하나요?

재기에 대표적인 방법이 작은 용달차 사서 장사하는 것이라 알고 있습니다. 이것을 시도하는 분들은 그래도 어느 정도 말주변이나 있기에 용기를 내는 것이겠지요. 그럼 돈도 없고 말주변도 없고 신용도 없는 분은 국민에서 제외돼야 하나요? 이분들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창업자금을 받지도 못하고 방법도 모르는 분들이 대다수입니다.

바보가 아닙니다. 단지 정부지원자금을 변칙으로 받아 딴 짓 하는 그런 사람이 아닌 오직 본인 노력으로만 세상을 살아야 하는 줄 아는 순수 그자체인 분들이 많습니다. 택배는 1년 아니 몇 개월만 종사하면 영업용차량은 정부혜택 즉 유가보조금 등을 많이 받는다는 것도 알게 됩니다. 그러나 그렇게 할 돈도 없고 남한테 의존해 물어봐서 유불리를 따져가며 세상을 사는 분들이 아닙니다.

현실적으로 이런 분들이 많이 있고, 존재합니다. 정부에서 이들의 애로를 찾아서 도와주려고 노력해야 할 것인데, 법 참 좋습니다. 법은 국민들 삶에 들어가서 살피고 도와야하며 양성법과 제재가 필요한 내용이 있다면 해야겠지요. 그렇지만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단체가 있는 업종을 위해 그들 편에서만 법을 만들고 집행한다면 영업용 차 넘버 가격이 올라갈 것이고 이것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지요

최소한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1t 이하 차량은 넘버가격을 2004년 이전과 같이 0원으로 유지하고 이일을 기초로 해 삶이 자리를 잡는다면 타 업종으로 갈수 있는 환경을 만들 필요는 없는지요?

택배사 임원으로서 현장의 애로를 직접 경험하고 듣고 느끼기 위해 택배지점을 돌아보며 현장체험을 해보았습니다. 이분들의 현장에서 체험내용을 소개하면 2011년 여름 무척 비가 많이 왔지요. 그 때 현장체험을 나가 택배물품을 비에 맞지 않게 품에 안고 자세를 기울여 전달하는데 그 폭우 속에서 박스에 비 몇 방울 맞았다고 고객에게 야단도 맞아 보았습니다. 물론 한 방울이라도 비를 맞춘 본인의 잘못이지만 그때는 야속함도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전국을 돌아보면서 고마운 분들도 너무나 많습니다. 점심시간에 점심도 못 먹어가며 배달하는 종사자를 위해 그들이 방문할 시간에 맞춰 공장에서는 냉커피를 챙겨주고, 떡공장에서는 떡을 준비주는 모습을 보고 세상은 아직 살만하다고 느꼈습니다. 이처럼 아직 가슴이 따뜻한 분들이 많습니다.

택배현장이 그렇습니다.

모든 사람에게는 당연하지만 택배종사자에게는 인정해 주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물론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요. 부산에서 체험할 때도 동행했던 기사의 말인 즉, 1일 280개 배달하던 택배종사자가 피로가 누적돼 쓰러졌다 1주일 만에 회복돼 못 나올 줄 알았는데 배달하러 나왔다는 말을 듣고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최소생활 또는 재기를 위해 노력하는 택배 현장종사자분들을 보면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이런 분들을 대변해 줄 단체도 전무하여 항상 소외되고 있습니다. 택배 특성상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집에서는 해를 볼 수 없는 분이 많지요. 고된 몸을 일요일 하루 휴식으로 가다듬는 정도입니다.

우는 아이 젖 준다고 했나요. 고객과 약속 때문에 울 시간이 없으니 아무 일 없는 것으로 알고 있지요. 피로해서 실수라도 하면 여론에 몰매 맞는 것은 다반사입니다. 이런 분들을 정부는 과거에 없던 일명 카파라치법을 만들어 때리지나 말아야지요.

지금은 통신비가 내려 조금 낫지만 과거 통신비가 비쌀 땐 고객과 통화가 길면 배달비보다 통화비가 많은 경우도 있었습니다. 문자 몇 번 통화 몇 번만 하면 택배 배달 비는 무 깎듯이 깎여 나갑니다. 수수료가 줄든지 없어지게 되지요. 그래서 현 수수료로는 전화도 문자도 못하는 것입니다. 시골 오지에는 수수료 보다 기름 값이 훨씬 많은 경우라 며칠마다 배달하는 경우도 있지요. 1,000원 받고 시골길 10km를 배달 왕복하면 3,000~5,000 원 기름 값이 듭니다. 이래도 오는 길에 보내는 물품 몇 개 있겠지 하는 기대에 매일 배달하는 것입니다. 또 가을에는 자녀에게 보낼 쌀 배달을 나한테 맡겨 주겠지라는 기대도 하면서 말입니다.

영업용 용달하시는 분들 누구도 택배를 하려 하지 않습니다. 1건에 3~4만원 하는 일을 하루에 몇 건씩 하지요. 구조와 패턴이 근본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삶의 방법이지요. 그리고 영업용 차량을 가지게 되면 일자리의 탄력성이 없어지기도 하지요. 자신의 목소리를 내고 이익을 위해 투쟁을 해야만 하고, 묵묵히 자신의 책임만 다하면 생활의 보장을 받는 세상은 과연 만들 수 없는 것인가요.

택배의 등장으로 과거 불편했던 철도 소화물이 사라진지 오래되었습니다. 그리고 철도는 여객과 컨테이너 수송으로 국민 편익과 수출산업에 주요 수단으로 바뀌었습니다. 세상이란 그렇지 않습니까.

시장에 순응하고 또 나갈 길을 제시하는 역할을 과연 누가 해야 하는 것인가요. 국제 물류도 발전하는데 역행하는 단체 때문에 발목이 잡힌다면, 항상 그들의 이익만 받아준다면, 법 또한 그들의 입장에서만 만들고 집행된다면 글로벌 시대에 따라나 갈수 있을지 의문이 듭니다.

글로벌 물류기업이 나오기만 기대하면 될 수 있는 일인지요. 국내에서 힘이 빠져 바다는 고사하고 백사장도 못 지날 것입니다.

무엇보다 생계형 1t 이하 차량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환경이 될 수 없는지요. 2004년 이전처럼 타업종에 갈 때도 자연스럽게 넘버를 반납하고 가는 환경과 영업용넘버를 가지지 않고도 택배배달은 할 수 있는 과거와 같이(2004년 이전에는 영업용 신고제 때 임에도 영업용 자격이 안 되는 사람은 자가용으로 택배를 해도 되었음. 프리미엄이 없었기 때문) 극빈자 생활을 도울 수는 없는지요.

택배가 발달하면 시골 할머니도 도시민과 직거래가 가능하여 국민 모두가 신선한 먹을거리를 24시간 내 원가로 구입할 수 있는 시대가 될 것이며 이로 인해 국민 모두가 행복하고 건강해 지는 날이 올 것입니다. 영업용 넘버를 준다고 해도 달지 못하는 택배현장 종사자가 많습니다. 하루만 따라다녀 보십시오.

이분들 너무나 열심히 사시는 분들이십니다. 제가 이분들 현실을 대변한다고는 하지만 1%도 전달하지 못해 죄송합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힘이 되기를 바랍니다.

누군가 이들이 재기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합니다. 여러분께서 누군가가 되어 주시길 간절히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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