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학소 객원논설위원 ·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인류의 재앙으로 인식돼 온 북극해가 새로운 기회로 다가오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인해 심하게 녹아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북극해빙의 변화가 지구촌에 새로운 변화와 비즈니스를 만들어 내게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북극해의 해빙현상은 북극해의 상업적 항로이용 가능성의 증대와 에너지 및 자원개발, 수산자원의 획득과 같은 기회를 제공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 2007년 9월 사상 최소의 면적을 기록했던 북극해 빙하는 지난달 들어 4만㎢가 감소한 421만㎢를 기록했다. 이같은 북극해 해빙현상은 해수면의 상승, 다발성폭풍과 홍수의 발생, 자연재해의 증가 등으로 식량공급의 감소, 질병의 발생 등 인류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급격한 해빙현상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기후변화를 방지할 수 있는 녹색성장을 통한 이산화탄소의 발생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북극해의 해빙현상으로 나타나게 될 새로운 기회도 무시할 수 없다. 사실 북극해는 지구상에 남아있는 마지막 자원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북극해에는 전 세계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25%가 매장돼 있고 바닷물의 온도가 상승하면서 대구, 명태, 연어들 냉수성어종들이 북상하고 있어 수산자원도 풍부해지고 있다. 이러한 북극해의 에너지 및 광물자원의 경제적 가치는 13조 6,000억 달러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어쩌면 기나긴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지구촌경제에 새로운 기회와 활력을 일으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특히 에너지 자원의 개발과 관련해 해양플랜트의 건조, 어족자원의 채취, 해상관광과 같은 새로운 비즈니스가 개발되는 경우, 북극해지역은 또 하나의 새로운 세계비지니스 중심지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북극해는 북극해 연안국들과 비북극해 국가들 간 항로개설문제나 에너지자원과 광물자원을 개발하기 위한 프로젝트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북극해 지역은 이제 세계 각국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태풍의 눈으로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대통령이 직접 러시아, 그린랜드, 노르웨이 현장을 방문해 북극해 진출을 선언함과 동시에 북극해 연안국들과의 실질적인 협력을 위한 초석을 다지고 온 바 있다. 이들 국가들은 북극해연안국들 중 가장 중요한 나라이고 국가원수가 북극해현장을 방문한 것은 우리나라의 미래 국부창출을 위해 획기적인 기반을 다진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우리나라가 북극해개발과 관련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우선 북극해항로가 활성화되는 경우 우리나라는 새로운 글로벌물류중심국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농후하기 때문이다. 북극해항로는 금년 여름 러시아 연안지역의 항로를 막고 있던 빙하가 붕괴됨으로써 쇄빙선의 도움없이 선박의 운항이 가능하게 됐으며 이미 독일, 러시아 중국 노르웨이와 같은 나라들이 시험항해에 성공해 본격적인 준비에 나서고 있다. 북극해항로가 열리는 경우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것보다 수송일수가 10일 정도 단축되며 비용이 25%절감되게 됨으로써 대대적인 물동량이 북극해를 이용하게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되는 경우 현재 싱가폴항, 홍콩항, 상해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물류중심항만 시스템은 완전히 재편돼 부산항이 새로운 글로벌물류중심항만으로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30년 기준으로 북극해 항로를 이용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물동량은 약 4,300만TEU로 우리나라 부산항의 경우 최소 1,300만TEU가 될 전망이다. 이 경우 경제적인 파급효과는 약 3조 원에 이를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또 석유, 가스와 같은 에너지 자원과 광물자원이 개발되기 시작하는 경우 우리나라는 에너지 안보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해양플랜트, 해양관광산업에서 상당한 상업적기회를 누리게 된다. 먼저 중동지역의 정치불안시 마다 겪고 있는 에너지 수급불안의 해소는 물론 배럴당 1~2 달러를 지급하고 있는 아시아 프리미엄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에너지 자원의 개발에 참여하게 되는 경우 해양플랜트 산업이 크게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으며 쇄빙선, 내빙선박과 같은 조선수요도 폭발적으로 증가된다. 우리나라 단백질공급의 46%를 담당하고 있는 수산자원도의 확보를 위해서도 북극해 진출이 필요하다. 최근 해수의 온도가 상승으로 북극해지역에 전 세계 수산물의 42%가 분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북극해 연안국들과의 적절한 협력을 통해서 수산자원확보를 하는 경우 상당한 국부를 창출할 가능성이 있다.

그렇다면 이러한 북극해와 관련해 우리나라는 어떠한 정책과 전략을 펼쳐나가야 할 것인가? 무엇보다도 정부차원의 북극해 중장기종합정책과 전략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안개가 많아 앞이 보이지 않을 때는 멀리 있는 별빛을 보아야 한다는 말이 있듯이 현재 앞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해운, 항만, 물류, 해양, 수산 등 바다와 관련된 산업들의 미래를 위해 북극해진출과 관련한 산업분야별 단계별 북극해진출 전략을 시급히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

한편, 무엇보다도 시급한 것은 북극이사회에서의 상시옵져버 지위를 획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과 지원이 집중될 필요가 있다. 포괄적인 논의가 이뤄지는 북극이사회에 공식적으로 참여해 파트너로서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우리나라의 북극해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또한 북극해 이사국들은 물론 북극해 이용국가들 즉 비 북극해 국가들과의 양자간, 다자간 협력관계를 형성하는 동시에 전문가간의 네트워크 구축방안 등 다양한 전략이 추진돼야 한다.

KMI에서는 지난해부터 미국의 동서문화센터와 북태평양 북극해컨퍼런스를 개최하고 있는 바 미국, 캐나다, 러시아, 노르웨이 등 주요 북극해 연안국가와 한국, 중국, 일본, 프랑스 등 비북극해 연안국가의 전문가들이 항로문제, 생물 및 에너지 자원문제, 환경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북극해 이용을 위한 관련국가들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협의의 장을 마련해 국제사회의 여론을 주도하면서 조정해나가는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해나갈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도 중요한 국가적 전략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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