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채’로 결론나면 현금 유동성 확보 비상

- 부채비율 높아 추가 채권 발행도 쉽지 않아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최근 금융감독위원회가 제동을 걸고 나선 영구채에 대한 유권해석 여부에 현대상선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영구채(하이브리드 채권)의 성격이 ‘부채’로 규정되면 현대상선이 발행하려는 3,000억 원대 영구채는 사실상 물 건너가기 때문이다.

금융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은 2010년 242.8%에서 지난해 403.8%로 급등했으며, 올해에는 667.1%(추정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더군다나 지난해 3,666억 원, 올해에는 지난 2분기까지 3,256억 원씩 각각 영업적자를 기록해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은 재무구조개선을 위해 현재 2,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3,000억 원 규모의 영구채도 발행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최근 현대증권 노동조합이 폭로한 ‘현대그룹 경영회의 녹취록’에도 잘 나타나 있다. 녹취록에는 당시 회의에 참석한 김현겸 현대그룹 상무가 이날 회의를 주재한 A씨의 영구채에 대한 질문에 대해 “동양증권 같은 (곳에) 알아봤는데 발행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다”며 “2,000~3,000 개(억 원)하는데 문제는 없어 보인다”고 보고했었다.<본지 11월 8일자 보도>

영구채는 만기가 30년인데다 연장도 가능해 이자만 지불하면 사실상 갚지 않아도 되는 신종자본증권이다. 지난달 국내 일반기업 최초로 두산인프라코어가 발행한 영구채 5억 달러의 성격을 놓고 금융위가 자본이 아닌 부채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영구채 발행을 검토했던 현대상선도 손 놓고 기다릴 수 밖에 없게 됐다. 

현재 이 사안에 대해 한국회계기준원이 전문가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워낙 후폭풍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지난 8일 연석회의에서 해당 내용에 대해 결론지을 예정이었던 한국회계기준원은 유권해석을 유보하고, 향후 2~3주 간 검토기간을 거쳐 회의를 다시 열기로 결정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의 부채비율이 연말까지 600%대로 추정되고 있어, 영구채가 부채로 인정되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기 때문에 (영구채를)발행하지 않는 것이 낫다”며 “영구채의 성격이 어떻게 결론지어질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상선은 영구채를 발행해 재무구조 개선 및 운영자본 확보에 따른 유동성 리스크 완화를 기대했지만, 영구채가 ‘부채’로 인정되면 자금 유동성 확보계획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상선이 현재 부채비율이 높은데다, 6분기 연속 적자라는 점을 감안하면 자금 유동성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유상증자는 현재 진행 중이기 때문에 한 번 더 진행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만약 영구채의 성격이 ‘부채’로 결론난다면 다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현재까지 분위기는 현대상선측에 불리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영구채를 ‘자본’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금융권에서 “‘부채’로 결론이 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여러 경로를 통해 알아본 결과, 현재 분위기는 ‘부채’로 가닥이 잡히는 것 같다”며 “관련 사안이 워낙 커져 좀 더 신중하게 결론을 내리기 위해 발표를 늦추는 것 같다”고 전했다.

현대상선측은 회계원의 유권해석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아직 (영구채의 성격에 대해)결론이 나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에 관련 내용을 검토만 하고 있다”며 “현 상황에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차선책에 대해서는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