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학소 객원논설위원·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지난 2008년 이후 지속되고 있는 경제불황의 여파로 해운·항만·물류분야는 최악의 상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물류기업들이 폐업하거나 도산 직전까지 몰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외국의 물류강자들은 이러한 불황을 기회로 활용해 저렴한 가격으로 선박을 늘리거나 해외시장을 개척하고 있어 가슴을 서늘하게 하고 있다.

도대체 이들 선진 물류기업들의 불황 타개능력은 어디에서 나오는 것일까. 이들 대부분은 세계최강의 반열에 오르기까지 긴 역사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아울러 순수한 사기업이 아닌 공기업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설명이 불충분하다. 이 시대에 물류강대국들은 어느 나라들인가. 또 이들 강대국들은 어떻게 해서 당당하게 세계를 주름 잡는 물류기업들을 배출하게 되었을까. 자못 궁금하다.

최근 세계적인 물류강자로 꼽히고 있는 기업들은 초고속성장을 하고 있거나, 최대의 매출액을 기록하고 있는 DP DHL, DPW, PSA, Agility 등이다. 당연히 세계물류강국은 이들 세계 최고·최대의 물류기업들을 가지고 있으며, 세계물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독일, 싱가포르, 일본, 홍콩, 네덜란드, 아랍에미리트 등이다.

그동안 우리는 이들 글로벌 물류강자들이 글로벌 물류시장에서 감히 상상도 못할 규모의 금액으로 대규모 인수합병을 감행하는 사례들을 비일비재하게 경험해 왔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글로벌물류기업은 물론 국가적인 지원을 충분히 향수해 세계강자로 나설 물류공기업도 없다.

우리를 가장 놀라게 하는, 글로벌 물류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기업들은 어떻게 무엇으로 세계물류시장을 장악하게 됐는가.

먼저 지난 2010년 연간매출액 규모가 740억 달러에 이르고 있는 독일 DP DHL의 사례를 들어보자. 1999년 민영화 된지 4년도 안된 독일 우정공사(DPWN)가 스위스의 물류강자 단자스를 무려 11억 달러를 들여 인수했다. 이후 2002년에는 DHL을, 2005년에는 영국 굴지의 물류대기업 엑셀을 66억 달러에 매입하면서 세계적인 제3자물류기업의 최강자로 등극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DP DHL은 그 후에도 100여 건이 넘는 물류기업과 M&A를 통해 220개 국가에 50만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세계최대 물류기업으로 등극했다.

다음으로 우리를 놀라게 한 글로벌 물류강자는 단연코 아랍에미리트의 DPW이다. DPW는 1999년에 설립됐으나, 2005년 CSX World Terminal을, 2006년 P&O Maritime을 인수하는 등 세계적인 터미널 운영자(Global Terminal Operator)로 등장했다. 현재 전 세계에 49개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알제리, 이태리, 모잠비크, 유럽, 중동, 인도 등에 11개 터미널을 추가로 인수하거나 투자해 시설능력만 6,900만 TEU를 확보하는 등 컨테이너물동량 취급량이 7,200만 TEU에 이르고 있다.

또 1997년 항만 당국에서 항만운영기업으로 독립한 싱가포르의 PSA사를 살펴보자. PSA사는 2009년까지 세계 최고의 물동량을 취급하던 싱가포르 항만운영업체로, 2010년에는 2,840만 TEU를 취급해 세계 2위 항만기업을 유지하고 있다. PSA는 해외항만투자 및 운영을 통해서 글로벌 물류네트워크를 형성함으로써 2011년 현재 17개국 24개 항만에 43개의 컨테이너 터미널을 확보해 연간 9,300만 TEU의 물동량을 처리하고 있는 세계최대의 항만 터미널 운영업체의 하나로 성장했다.

이외에도 쿠웨이트의 Agility사의 경우 2006년 PWC Logistics, Trans Oceanic, Translink 등의 합병을 통해 탄생한 기업으로, 지난 10년간 무려 100배 규모로 선장한 신흥 물류강자이다. 일본통운의 경우에도 연간매출액이 200억 달러에 이르는 물류강자로, 일본 내에서 무려 250개 이상의 운송회사를 통합한 여력을 몰아 세계 37개국 210개 도시에 382개의 지역을 서비스하고 있다. 일본통운의 특징은 M&A 전략보다는 직접투자 및 제휴를 선호해 일본의 제조기업들과 함께 해외시장을 동반 진출함으로써 터키를 비롯한 유라시아 중동 뉴질랜드 등의 물류를 장악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대한통운과 비견되는 기업이다.

그런데 이들 글로벌 물류강자들은 정말로 자기 자신의 힘으로 이렇게 엄청난 성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순전히 기업의 내부역량을 강화해 세계시장을 장악하게 된 것일까. 물론 대부분 M&A, 지분참여, 주식공개를 통한 자금확보를 통해 기업규모와 기업의 역량을 확보해온 것도 사실이다. 또 타 기업들, 특히 국내제조기업과의 동반진출이나 연대·합병을 통해 해외진출에 성공한 것도 사실일 것이다. 또 자국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배양해 해외시장에서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이유가 글로벌 물류기업으로서 성공가도를 달리기에는 불충분하다.

유럽지역, 중동지역, 싱가포르, 일본 등 물류강국들이 물류기업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는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들 글로벌물류강국, 물류강자기업들의 성장 비밀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이들이 글로벌 물류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이면에는 강력한 국가지원시스템이 뒤를 받쳐주고 있다. 독일의 경우 수출신용회사, 부흥금융금고, 수출신용보증기금 등으로 수출입기업은 물론 물류기업을 지원하고 있으며, DVB, HSH, KWF 등의 국가 및 정부은행과 연방정부의 지급보증 등 다양한 국가지원시스템을 통해 물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노르웨이, 덴마크, 프랑스, 중국, 일본,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 등 물류강자기업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은 거의 모두 강력한 국가지원시스템을 갖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을 통해 독일은 최근 Hapag-Lloyd에게 20억 달러의 연방정부 지급보증을, 중국의 경우 Cosco, China Shipping에 대해 향후 5년간 95억 달러를 지원할 수 있었던 것이다. 더군다나 글로벌물류강자기업들은 거의 하나같이 공기업으로서 이러한 국가지원시스템의 직접적인 수혜자들이다. 자국의 물류기업을 불황에서뿐만 아니라 엄청난 자금이 소요되는 인수합병을 몇 백건씩 성공적으로 강행할 수 있도록 지원해준 것이 국가지원시스템이라는 것을 우리는 알아야 한다.

물류강대국들은 일찍부터 물류를 지배하는 것이 세계경제를 지배하는 것이라는 것을 깨닫고 강력한 시스템을 구축했던 것이다. 우리나라도 시급히 국내물류기업이 세계시장을 지배하도록 하기 위한 여러 가지 새로운 국가지원시스템을 강구해야 한다. 글로벌물류시장은 2020년 8조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가 세계 물류시장의 10%를 확보하려면, 무언가 특단의 조치가 내려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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