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인도 택배시장 개척 1년… 태국으로 확대

- 오토바이 배송 등 맞춤서비스 제공
- 어디서든 주문하고 집에서 받아보는 ‘라이프스타일’ 수출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지난해 7월, 베트남과 인도 현지에서 한국식 택배서비스가 처음 시작됐다. 국내 물류업계가 해외에서 택배사업을 시작한 사례는 CJ GLS가 최초이다. 이 회사는 택배산업 수출 1년 여가 지난 현재 태국으로도 사업 영역을 넓혔다.

택배는 이미 한국에서 생활서비스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홈쇼핑ㆍ온라인쇼핑몰ㆍ소셜커머스 등 유통시장의 상당 부분이 택배에 의존하고 있다. 특히 TV나 컴퓨터, 스마트폰을 이용해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쇼핑을 즐기고 편안히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는 점은 바쁜 현대인에게 큰 매력이다. 이 때문에 CJ GLS는 택배사업이 단순히 상품을 배송하는 것을 넘어 ‘문화’로 자리잡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른바 ‘택배 한류(韓流)’다.

CJ GLS 관계자는 “국내에서와 똑같은 택배 서비스를 해외에서 제공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기업은 CJ GLS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12개 국 25개 법인을 운영하며 보유한 해외사업 노하우 뿐 아니라, 엔터테인먼트, 식음료, 홈쇼핑 등의 계열사들이 해외 현지에 활발히 진출하며, 경쟁사들이 갖출 수 없는 ‘한류 인프라’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CJ대한통운을 인수하며 사업에 시너지 효과를 불어넣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는 강점이다.

CJ GLS는 초기 고정 물량을 확보하기 위해 CJ오쇼핑과 함께 현지에 진출한 뒤, 이를 기반으로 현지 고객사를 확보해 나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 한국 온라인쇼핑몰이나 홈쇼핑 고객사들과 마찬가지로 창고 보관, 재고관리, 포장 및 가공 등 고객사 특성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신유통사업과의 동반진출이 자리를 잡으면 현지 개인 고객들을 대상으로도 택배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기존 특송업체들이 단순 배송 서비스만을 제공하던 것에서 나아가, CJ GLS는 방문 집하에서부터 배송까지 모두 책임지는 완벽한 ‘도어 투 도어(Door to Door)’ 서비스를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사업 진출 1년이 지난 지금, 성적은 양호한 편이다. 베트남과 인도 모두 사업 초기에 비해 월간 물량이 3~4배 가량 증가했다. 여기에 추가로 현지 고객사 대상 영업이 활발하다. 곧 신규 고객사를 영입해 물량을 실어 나르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베트남에서는 호치민, 하노이를 비롯해 총 10대 도시 지역에 차량 20여대와 오토바이 60여대를 투입해 직영 배송망을 구축하고 있다. 분류 거점 2곳, 배송 거점 6곳에서 120명의 인력이 운영을 맡고 있다. 사업 초기 30명의 인력을 투입해 트럭 6대, 오토바이 11대로 시작한 것에 비하면 1년간의 성장세가 꽤 가파르다. CJ GLS측은 오는 2015년이면 도서 지역 등 오지를 제외한 베트남 전국에 배송 네트워크를 갖출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인도는 최대 인구밀집지역인 우타르프레데시(Uttar Pradesh)주 10개 도시를 중심으로 배송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4대의 간선차량으로 6개의 물류센터를 연결하고 있으며, 트럭 40여대와 오토바이 30여대가 상품을 배송한다. 조만간 한국에서 이용하는 택배 운영 시스템인 ‘넥스(NEXS)’를 글로벌 환경에 맞도록 최적화해 적용할 예정이다.

아직까지는 초기 단계인 만큼 어려운 점도 많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보급률이다. 베트남 정보통신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베트남 전체 2,010만 가구 가운데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가구는 160만 가구이다. 약 8%에 불과하다. 인도 역시 7% 수준에 불과하다. 아무래도 전자상거래 시장이 작을 수밖에 없다.

현지 교통 사정도 어려움이다. 한국에 비해 국토가 넓은데다, 도로 여건도 좋지 않기 때문이다. 인도 우타르프레데시주 하나의 면적(약 29만 2,700㎢)이 대한민국 전체 면적(약 9만 9,720㎢)의 네 배에 이른다. 베트남은 교통 체증 문제도 심각하다. 때문에 한국에서와 다르게 오토바이가 주요 배송 수단으로 이용된다. 이미 태국 법인에서 쏠쏠한 재미를 본 방식이다. 12개국 25개 법인에서 사업을 해 본 노하우가 큰 도움이 되고 있는 셈이다.

낮은 신용카드 사용률, 전자상거래 관련 제도 미비 등도 걸림돌이다. 때문에 모든 상품 비용 결제가 물품을 전달하는 배송기사에게 현금으로 지불하는 COD(Cash on Delivery)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현지에서는 농담 삼아 “수금한 돈을 가지고 시골로 숨어버리면 못 찾는다”고 말한다. 때문에 수금 관리가 가장 중요하게 여겨진다.

하지만 전망은 밝다. 베트남에는 현재 1,000여 개의 인터넷 쇼핑몰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부에서 2011∼2015년 정보화 5개년 계획, 2020년까지 정보화 10년 계획을 추진하는 등 정보통신 인프라가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고 전자상거래 결제 시스템도 마련되고 있어 전망이 매우 밝은 편이다. 도시 지역의 젊은 층을 중심으로 전자상거래 이용이 확대되고 있으며, 회원 수 100만 명 이상의 소셜커머스 사이트도 3개나 된다. 일찍 진출한만큼 CJ GLS가 현지 택배시장을 선점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도는 인구수 세계 2위, GDP 세계 4위 규모의 거대한 소비 시장이다. 인도 온라인쇼핑몰 시장은 인구 약 12억 명에 달하는 거대한 내수를 바탕으로 2015년까지 매년 35% 가량의 고속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인도 전체 인구 중 홈쇼핑을 이용할 수 있는 고객은 10% 내외에 불과하지만, 이것만으로도 1억 2,000만 명에 달하는 시장이다. 인도의 경제활동인구 수는 2025년경 중국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폰 보급이 빠르게 확대되며, 무선인터넷 이용 인구가 급증하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해외 현지에서 택배의 편리함은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직접 보지 않고 구매한 상품에 대해 신뢰도는 낮다. 때문에 택배업체가 배송만 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을 확인시켜주고 직접 시연까지 해 보여야만 한다. 전자제품 등은 조립이나 설치 서비스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잦다. CJ GLS는 국내에서의 앞선 서비스와 더불어 현지의 특수한 니즈를 파악해, 시장에 조기 안착하고 선두주자로서 확실한 인지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처음 시장을 개척한 만큼 어려움은 있겠지만, 시장이 자리 잡으면 그만큼 선점효과를 크게 볼 수 있다는 CJ GLS. 현지에서 택배시장을 개척해 나가는 그들의 도전은 이미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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