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그룹 자금 유동성 확보 위해 조기 매각 불가피”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국내 1위 벌크선사인 STX팬오션이 해외로 팔릴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STX그룹의 자금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작업이 빨리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STX조선해양 다롄조선소의 실적악화로 자금확보가 절실함에 따라 국내보다는 해외에 매각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STX다롄조선소는 매달 적자규모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으로, STX그룹은 당장 손실이 나는 부분을 매꿔야 하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그룹의 캐시카우(Cash Cow)로 알려진 팬오션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특히,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STX그룹의 현금확보가 절실한 상황에서 매각작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 국내보다는 해외기업에 우선 매각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팬오션 매각은 다롄조선소가 한달에 1,000억 원 가량 손실나는 부분을 매꿔야 하기 때문에 결정됐다”며 “당장 큰 자금이 투입돼야 하기 때문에 빨리 팬오션을 팔아야 하며, 국내에서 매각을 진행하면 시일이 걸리므로 해외에서 매각을 진행할 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도 “산은에서 팬오션을 국내보다는 해외에 먼저 오픈을 시키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국내 유력 인수자로 거론된 기업들이 대량화주 해운업 진출이라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어 부담스러운데다, 해외 쪽에서도 인수자들이 많아 산은 입장에서도 (해외 매각이)오히려 편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최근 팬오션의 해외 유력 인수후보자로 조디악마리타임이 지목되면서 이같은 해외 매각설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영국 선사인 조디악은 세계 5위 벌크선사로, 지난 2004년 범양상선이 시장에 나왔을 때도 매입 의사를 밝힌바 있다.

이 같이 국내 1위 벌크선사인 팬오션의 해외 매각설에 무게가 실리는 것과 관련, 업계 및 주무부처인 국토해양부에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국내 인수자가 없어 해외에 매각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정부에서 민간기업의 매각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는 없지만, 좋은 회사가 해외에 팔리게 되면 아쉬울 수 밖에 없는 것 아니겠냐”고 전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 역시 “국내 벌크업계 맏형격인 대한해운도 현재 법정관리를 진행하는 등 상황이 좋지 못한 가운데 국내 벌크선사를 이끌어 가야할 팬오션이 해외로 매각되면 안되는데 걱정스럽다”고 우려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