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운업계에 '슈퍼 갑' 생길 것” 우려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금융위원회가 선박금융업무를 전담하고 있는 4개 정책금융기관의 업무를 한 곳으로 합쳐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관련업계는 해운업계를 도와주기 위해 만들어 질 선박금융공사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인수위가 금융위에 선박금융공사 설립 방법에 대한 의견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데 대해, 금융위는 국내 정책금융기관의 선박금융 부서를 하나로 합쳐 선박금융공사를 설립해야한다는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선박금융 업무를 수행하는 정책금융기관은 산업은행, 정책금융공사,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 있다. 인수위와 금융위는 이들 기관에서 해당 파트를 떼어 내 하나로 합쳐진 거대 조직을 구성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권에서는 해운업계를 도와주기 위해 설립을 추진하는 선박금융공사가 인수위의 주장대로 탄생될 경우 오히려 독이 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이다.

선박금융은 장기론에 금액이 많이 들어가 금융권 한 곳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드문데다, 현재 해운 불황기 임을 감안해 국내 은행이 해운업계보다 '갑'의 위치에 놓여있다는 점에서 하나로 합쳐진 거대조직이 탄생될 경우 ‘슈퍼 갑’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해운업계가 호황 때는 국내외 은행 가릴 것 없이 저금리로 빌려주는 곳으로 쫓아가지만, 당장 불황에다 유럽 경제위기 오니까 국내 은행에 선박금융 해 달라고 쫓아 다니는 실정”이라며, “다른 정책금융기관에서 선박금융업무를 안 해주고 한 곳에서만 하면 해운업계에 ‘슈퍼갑’이 탄생하는 것 아니냐”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어떤 기업이 선박금융 조달을 위해 제안서를 냈는데, 그쪽(선박금융공사)에서 안 해주겠다고 하면 금융조달을 못받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도 “선박금융이라는게 신디케이트 론으로 하기 때문에 여러 은행들이 들어와서 자금조달을 하는데 하나로 합쳐 버리면 그만큼 은행 선택 폭이 없는 것”이라며 “또 선박금융을 ECA 대상에서 제외시키겠다는 것인데다, 초기 금융기관은 정책금융기관이더라도 외화조달이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ECA기관은 무역보험공사와 수출입은행인데, 업무가 이탈하면 ECA 기관으로서 받는 여러 혜택에서 제외된다”며 “외국선사들도 선박금융을 조달받기 위해 국내로 오는 경우도 있는데, 이렇게 쪼개서 하나로 합쳐버리면 글로벌 시장의 경쟁력에서 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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