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학소 객원 논설위원, 한국해양수산개발원 원장] 지난 15일 스웨덴 키루나에서 열린 북극이사회 제8차 각료회의에서 만장일치로 한국의 북극이사회 정식 옵서버 가입이 결정됐다. 이 소식을 국내 언론들이 앞다투어 크게 다루면서 국민들의 기대도 한껏 부풀었다. 마치 북극해의 자원이 금방이라도 우리 손에 쥐어지고 상업적 항해가 곧 시작될 것만 같은 설렘을 갖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머리는 차가워질 필요가 있다.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는 말 그대로 ‘옵서버’이기 때문에 북극이사회의 8개 회원국의 지위와는 비교할 바가 못 된다. 또 아직까지는 혹독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자원개발의 상업화에 시간이 필요하며, 북극항로가 완전히 상업화되기까지는 적어도 15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자원은 러시아를 비롯한 연안국들의 권리 하에 있으며, 항로 이용도 연안국의 통제를 피할 수 없다.

이렇게 회의적인 말부터 하는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극해가 우리에게 ‘기회’임을 자신하기 때문이다. 본인은 북극해가 우리나라 미래 발전의 핵심적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하며, 또 기대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장밋빛 환상 대신 냉철한 현실 판단과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원동력이 중동의 뜨거운 사막이었다고 한다면 미래에는 차디찬 북극해가 될 것이다. 이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느냐이다.

북극해가 우리에게 기회인 이유는 크게 4가지로 들 수 있다.

첫째, 북극해는 북극항로 활성화를 시킴으로써 우리나라를 동북아 물류 허브로 만들 수 있다. 북극항로는 수에즈 항로 대비 최대 40% 거리 단축, 최대 10일의 운항기간 단축, 최대 25%의 화물운송 비용 절감 등이 가능하다. 따라서 북극항로가 활성화되면 싱가포르항이 가진 환적거점 기능을 동북아 중심에 위치한 부산항으로 옮겨올 수 있다. 2030년 아시아와 유럽 간 이동 컨테이너 물동량이 최대 4,300만 TEU로 전망되는데, 이 중 30%만 부산항에 유치하더라도 부산항의 연간 하역료 수입은 7,900억 원에 이르게 된다.

둘째, 북극해는 에너지 자원의 보고이다. 미국 지질조사국에 따르면, 전 세계 석유 매장량의 13%(900억 배럴), 전 세계 천연가스 매장량의 30%(47조㎥)가 북극해에 있다. 이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하면 13.6조 달러에 달한다. 이뿐만 아니라 1.5조~2조 달러의 철광석, 니켈 등의 광물도 매장돼 있다. 우리나라의 연간 석유 수입량은 1억 3,800만t에 이르는데, 이 중 80% 이상을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는 수입다변화를 통한 에너지안보 확보를 위해서도 북극해 진출이 필요하다. 또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의 분석에 의하면 중동 수입량의 10%만 북극해에서 들여와도 연간 10억 달러의 물류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최근 러시아는 에너지자원 개발을 서부 중심에서 베링해와 동시베리아 중심으로 이동시키는 중이며, 푸틴 대통령도 에너지자원 개발을 국영기업 독점에서 탈피해 외국 민간기업에 개방하고 있다. 요컨대 북극해 자원이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셋째, 북극해 자원개발은 또 다른 산업의 파생수요를 창출한다. 심해저 자원개발에 따른 해양플랜트 수요 확대와 개발된 자원 운송에 따른 특수선박의 수요가 확대될 수 있다. 2020년까지 해양에서의 석유 및 가스 생산이 35% 정도까지 증가할 것으로 보이는데, 세계 제일의 해양플랜트 기술수준을 가진 우리나라가 그에 따라 90억 달러의 추가 수주를 할 수 있다. 내빙유조선은 일반유조선의 1.2배, 쇄빙유조선은 4.9배 더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우리나라 조선 산업의 활성화에도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북극해 자원개발은 항만건설, 해운업, 보험·금융업, 정보통신업, 관광업 등 해양관련 산업의 연쇄적인 발전을 불러올 수 있다.

넷째, 북극해는 우리나라 수산업의 블루오션이다. 지구 온난화와 북극해 해빙으로 인해 명태, 대구, 연어 등 냉수성 어종이 점차 북극으로 이동함에 따라 북극해가 새로운 어장으로 부상하고 있다. 세계식량농업기구(FAO)에 의하면 북위 66˚ 30′ 이북 주요 어장의 어획량이 연간 1,100만t에 이르는데, 이 중 10%를 확보하면 연간 60억 달러의 수익 창출이 가능하다. 우리나라 양식산업의 발달된 기술을 바탕으로 러시아와 협력해 북극해 연안의 양식산업을 확장시킬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북극해를 미래 발전의 핵심적 성장동력, 창조경제의 모델로 삼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가.

첫째, 북극해 정책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를 설치해야 한다. 이를 통해 북극해 진출을 위한 중장기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그에 따른 극지활동 진흥을 위한 법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해운·물류·항만·자원·해양플랜트·건설·관광 산업 등 각 분야별 업무를 조정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해야 한다.

둘째, 각 분야의 산업이 서로 연계함으로써 북극해 진출에 따른 시너지 효과를 최대화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예컨대 부산항 개발계획 수립시에도 글로벌 물류 허브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북극 수산자원의 유통·판매, 북극해 연계 관광, 친환경 LNG 공급 허브기지화 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

셋째, 북극해 정책을 위한 전문 연구기관과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현재 자연환경을 연구하는 극지연구소가 있지만, 정책을 전문으로 하는 기관은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정부가 한국해양수산개발원과 같은 해양 정책연구기관 내에 센터의 설치·운영 등을 지원해, 북극 정책 연구와 전문 인력양성을 유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북극이사회 옵서버로서 의무를 다함으로써 다자간 협력체계를 굳건히 해야 한다. 여기에는 북극이사회 회의와 워킹그룹 활동에의 적극적 참여, 북극 환경보호와 원주민 공동체에 대한 협력·지원이 포함된다. 동시에 북극해 연안국들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양자적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극이사회의 정식 옵서버 가입은 우리나라의 적극적 북극해 진출을 상징하는 것이다. 상상해 보라! 앞으로 20년, 30년 후 우리의 기업들이 북극해 자원개발을 선두 지휘하고, 부산항을 비롯한 한국의 항구들이 동아시아의 명실상부한 허브항이 되어 외국 선박들이 줄지어 입항하는 것을! 우리가 만든 특수선박과 해양플랜트들이 북극해에 산재하고, 우리의 원양어선들이 만선을 이루어 돌아오는 것을 생각하면 가슴이 뭉클해 온다. 북극 하늘을 바라보면 가슴이 뜨거워진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