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해외 장기용선 선박 정리 필요”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STX팬오션이 산업은행에 인수되기 전 법정관리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수의 금융기관 관계자들은 해외 선주들에게 장기 용선한 선박들에 대한 정리가 필요함에 따라, 금융권에서 이러한 결정을 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5일 해운업계 및 금융기관에 따르면, STX팬오션은 산업은행에 인수되기 전 법정관리를 신청할 전망이다. 이를 위해 STX그룹은 오는 7일 이사회를 열고 팬오션에 대해 법정관리를 선택할 예정이다.

당초 주채권은행인 산은은 STX팬오션을 살리기 위해 인수를 결정하고 예비실사에 나섰지만, 실사결과 부실규모가 예상보다 큰 것으로 밝혀져, 인수 여부에 대해 상당한 고민을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산은에서는 해외 선주들에게 고가에 장기용선한 선박들이 약 80척 가량 된다는데에 부담을 갖고, 최종적으로 법정관리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산은에서 실사결과, 부실규모가 상당해 부행장이 법정관리를 해서 다시 가지고 와야된다고 하기도 했다더라”며 “법정관리를 하면 해외 선주들에게 장기 용선한 선박들을 정리해주기 때문에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고가에 장기용선한 선박들이 약 80척 가량되는데 산은에서 인수해 봤자 해외 선주들에게 지불해야 되는 규모가 커서 자금을 투입해 봤자 회사 정상화보다는 해외 선주들에게 돈이 들어가니까 불가피하게 법정관리로 방향을 잡은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금융기관에서는 STX팬오션이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국내 해운업계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올해 발행할 회사채에 대해 상당부문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국내 메이저 해운업체인 STX팬오션까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해운업계에 대한 인식이 나빠지면서,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이 발행하는 회사채에 대해 인수할 곳이 나타나지 않을 우려가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이에 대해서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배선령 STX팬오션 대표는 5일 경영 악화에 대한 도의적 책임과 일신상의 이유로 사임했다. 후임에는 유천일 STX팬오션 경영지원부문 부사장이 사장으로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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