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학소 객원 논설위원] 해양강국 실현을 위해 해양영토 국제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에 힘써야 한다. 이는 해양영토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이들 전문가들의 역할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바다의 헌법이라 불리는 유엔해양법협약 체제가 아주 복잡하고 난해한 부분이 많은데,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함에 있어서 국제전문가들이 결정적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도서 영유권이나 해양경계획정에 관한 국제소송을 하면 극소수의 소송전문가들이 소송전략을 짜고, 일부만이 변호인단으로 참여하고, 재판관들에 의해 최종 판단이 이뤄진다. 

아울러 연안국이 200해리 넘어 대륙붕을 확장할 수 있는지 여부는 21명의 유엔대륙붕한계위원회 위원들이 우선적으로 결정한다. 그렇기 때문에 해양영토 국제전문가들과의 좋은 네트워크 형성은 국가의 이익과도 직결될 수 있다. 독도와 해양경계획정 문제, 대륙붕 한계 확장, 불법어업문제 등 산적한 현안들을 가진 우리로서는 이들 전문가들과의 관계가 아주 중요하다. 특히, 내달에는 우리나라가 지난 해 12월 신청한 동중국해 대륙붕 한계 확장여부에 대한 심사 여부를 대륙붕한계위원회 위원들이 결정한다.

이런 점에서 지난달 27일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이 주최한 ‘제1회 글로벌 오션레짐 컨퍼런스’는 반추해 볼 필요가 있다. 이 회의는 대륙붕의 과학적·법적 한계를 대주제로 하면서 중요한 문제점들을 검토하고 해결방안을 모색했다. 내용도 좋았지만 이 회의가 더 주목을 끄는 것은 세계 최고의 해양전문가들이 대거 참석했기 때문이다. 토마스 멘사 국제해양법재판소 초대 소장을 비롯한 여러 재판관들과 200해리 넘어 대륙붕의 확장 문제를 다루는 대륙붕한계위원회의 여러 위원들, 그리고 세계적 로펌의 변호사와 학자들이 참가했다. 이들은 회의를 통해 한국의 해양문제를 자세히 이해했을 뿐만 아니라, 회의가 끝나고서는 짧지만 한국 문화에 깊이 빠져드는 시간을 가졌다. 천년 사찰 불국사의 그 소박한 아름다움과 석굴암에서 바라보이는 동해바다를 통해 이들은 형언할 수 없는 잔잔한 감동에 젖어들었다. 그리고 본국에 돌아가서도 한국인들의 친절과 세심한 배려에 진심어린 감사를 전해왔다. 이런 점에서 글로벌 오션레짐 컨퍼런스는 국제전문가 네트워크 구축의 좋은 출발점이었으며, 내년 제2회 회의를 기대하게 한다.

해양영토 국제전문가 네트워크는 한 순간에 구축되지 않는다. 다양한 방법으로 오랜 교류를 통해 신뢰를 쌓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의 목적 달성을 위해 어설프게 그들을 이용하려고 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만 불러올 뿐이다. 우리는 해양영토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 국제법이라는 공정한 룰에 따라 페어플레이를 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에게서 우리에게 유리한 판정을 기대할 필요도 없다. 전문가 네트워크를 튼튼하게 하기 위해서는 단선적이 아니라 거미집 망처럼 다중적으로 구축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국내의 한 연구기관을 중심으로 국제전문가 상호간, 국제 전문가와 국내 전문가 상호간 촘촘한 관계가 형성되도록 서로 간의 교류와 교제를 활성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는 국제법의 룰 내에서 해양영토 국제전문가들을 우리의 플레이어로 만들 수 있다. 굳이 해양강국 실현을 위해 국제전문가들이 기여할 수 있는 일들은 국제소송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많이 있다. 중요한 해양정책 방향의 조언을 구하고, 꾸준한 교류를 통해 국내 전문가들의 맨파워를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 이들은 국제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손처럼 우리를 지지해 줄 수 있다. 이는 금전적 가치로는 평가하기가 어려운 국가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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