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국선급이 이달부터 비상경영체제에 들어간다고 한다.

한국선급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 임직원 연봉 5% 삭감 ▲사업성 예산 15% 절감 ▲불요불급한 사업의 합리화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 조직은 비상경영 이유에 대해 “해운·조선업계의 불황에 적자경영이 예상돼 고객들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몇 년간 지속되는 해운·조선경기 불황에 따라 자체적으로 연봉을 삭감하고 사업예산을 절감하는 등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운업계는 계속되는 불황에 미동도 않던 한국선급이 이제 와서 뒤늦게 업계의 고통을 분담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는 것에 꺼림칙한 느낌을 지우지 못하고 있다.

특히, 업계는 전임회장이 이미 불필요한 사업확장과 목적을 알 수 없는 비용 지출 등을 강행해 놓고, 이제 와서 비상경영을 하겠다는 선급의 진실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선급이 직원들 월급을 5%씩 깎겠다고 하는데, 재무제표가 외부에 제대로 공개되지도 않는데다 외부 회계감사도 받지 않는데, 실제로 삭감했는지 안했는지 어떻게 알겠느냐”고 따져 묻고는, “게다가 업계 불황이 하루이틀 일도 아닌데 본인들끼리 방만하게 조직을 경영해 놓고 이제와서 업계의 불황에 동참하겠다며 비상경영을 선포한 것도 웃기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게다가 업계에서는‘비상경영’이라는 명목 하에 자체적으로 임금을 삭감하거나 사업비를 절감하는 식은 진정으로 업계와 고통을 분담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A사 관계자는 “적자가 예상되는 시점에 해운업계에서 이미 진행하고 있는 임금 삭감과 사업비 절감은 당연한 것”이라며, “무슨 대단한 일이라도 한 것처럼 보도자료까지 내면서 생색을 내는지 모르겠다”고 전했다. 이어 “진심으로 업계의 고통을 분담하고 싶다면 타국 선급보다 높은 검사 수수료를 인하해 줘야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 때문데 일각에서는 ‘비상경영’을 빌미로 최근 5년간 동결했던 선박검사 수수료를 인상하기 위해 꼼수를 부리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현재 한국선급은 국적선박에 대해 해양수산부로부터 사업을 위탁받아 여러 가지 명목으로 검사 수수료를 받고 있다.

한국선주협회 관계자도 “한국선급이 선박검사에 대한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타 선급에 비해 높은 검사 수수료를 한 푼도 깎아 주지 않고 있다”며 “매년 진행하는 수수료 협의에서 비상경영을 했음에도 적자가 났다면서 올해는 선박 검사 수수료를 올려달라고 주장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어 “본인들이 업계 상황이 어렵건 말건 사업을 확장하고 직원도 대거 여행을 보내 주는 등 방만하게 경영한 것은 생각하지도 않고 선사들에게 그 책임을 전가하는 것 아니냐”며 “진짜 도움이 되고 싶다면 실질적으로 회원사를 위한 대안을 내놓아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이번 ‘비상경영체제 전환’ 관련 보도자료 배포시점에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본지는 지난달 25일 ‘한국선급, 연구 및 교육비 과다지출 논란’이란 제하의 기사를 통해 선급의 지출내역에 대한 의혹을 보도했다. 이어 후속기사를 내보내려 취재에 들어가자, 선급측이 이같은 자료를 배포한 것이다.

특히 지난 1일 보도한 ‘한국선급, 지난해 방만경영 문제없나’라는 기사를 내보내기 하루 전인 지난달 31일 선급 측에 전화통화 및 이메일로 사실확인을 문의하자 답변은 거부, 다음날 부랴부랴 ‘비상경영’ 관련 보도자료를 배포했다는 점에서도 업계의 의구심은 커지고 있다.

조선·해운경기 불황은 이미 수 년 전부터 여러 리서치 기관을 통해 예측된 결과였지만, 조선·해운업계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한국선급은 그동안 이를 외면해 왔다. 경기가 조금씩 회복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뜬금없이 고통을 분담하겠다고 나선 선급측의 진정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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