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정부위탁업무 관리감독도 소홀”

-국회 농해수위 관계자, “해수부가 선급 잘못 두둔”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국선급이 정부가 허락하는 범위내에서 영리사업을 시행하면서 지난 50여년 간 제대로 된 감사도 한 번 받지 않은데 대해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의 방관자적인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80년대 초부터 회장 자리에 낙하산 인사를 내려보내는데 급급한 나머지 상대적으로 관리감독은 소홀했다는 지적이다. 결국 제식구 감싸기가 한국선급을 ‘무풍지대’로 만들었다는 것.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선급은 정부위탁사업과 ‘국내 유일 선급단체’라는 점을 내세워 매년 1,000억 원 이상 수입을 벌어들였지만, 제대로 된 외부 회계감사나 해수부의 감사에서는 늘 벗어나 있었다. 이 때문에 비용 지출에 대한 관리감독이나, 업무감시가 상대적으로 헐거울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 업계의 전반적 시각이다. 또 선급의 유일무이한 국적선박 검사 권한에 대한 관리감독도 허술해 업계의 피해도 상당하다는 전언이다.

지난해 파산한 선사의 선박을 인수한 A사는 파산한 업체에서 한국선급에 지급해야 할 선급 검사비를 상당부문 내지 않은 것을 알았지만, 법원에서 이에 대해 지급 의무가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선박을 인수했다. 하지만, 한국선급측에서 “밀린 비용을 내지 않으면 앞으로 선급 검사를 해주지 않겠다”고 반강제적으로 압박해옴에 따라 할 수 없이 파산한 선사가 미지급한 비용을 납부할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A사 관계자는 “법원에서 파산한 선사가 지불해야할 비용이었기 때문에 우리측에 전혀 지불 의무가 없는 돈이라는 법리해석을 내렸으며, 한국선급측도 이 같은 사실을 알고 있었다”며 “그렇지만, 선박 인수후 우리쪽에 막무가내로 미지급 비용을 내지 않으면 선급검사를 해주지 않겠다고 통보를 해와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지급한 사실이 있다”고 전했다.

B사도 똑같은 일을 당했다. B사 관계자도 당시 일을 생각하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B사 관계자는 “당장 배를 운항해야 하는데 선급측이 모든 검사 업무를 중단하면서 안 줘도 될 돈을 달라고 했지만, (운항을 하기 위해서는)어쩔 수 없이 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위험물 검사와 관련해서도 관련업계의 불만은 팽배해져 있다. 위험물검사는 몇 년 전부터 독점권한이 풀렸지만, 몇 십년 간 독점하고 있었던 탓에 무역업계에서는 아직까지 한국선급이 위험물 검사에 대한 유일무이한 기관으로 알고 있는 고객사가 많아 ‘슈퍼 갑’의 위치를 고수하고 있다.

한 무역업체 관계자는 “위험물검사에 대해 한국선급이 독점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다른 기관이 있었느냐”고 반문하고는, “그동안 선급측이 위험물 포장용기에 대해 3~4개 가량 샘플링검사를 했음에도 부당하게 전수검사 비용을 청구해 이를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수 십년 간 해왔던데다 하는 곳이 거기(선급) 밖에 없고 본인들도 관행이라고 주장하고 있어 함부로 따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우리 입장에서는 잘못 말했다가 검사를 못해주겠다고 하는 상황이 발생할까봐 입 밖으로 말하기 상당히 껄끄럽다”며 말을 아꼈다.

한국선급은 이 처럼 정부대행업무 등 막강한 권한을 등에 업고 업계에 횡포를 부리고 있지만, 정작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사실상 이를 눈감아 주고 있다. 해수부는 전체적인 감사보다는 정부위탁사업에 대해서만 관리감독 권한을 갖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업계는 코웃음을 치고 있다.

해수부에서 주장하는 내용이 사실이라면, 정부에서 위탁하는 사업인 '국적선의 선급업무'에 대해 부당하게 수입이 잡혀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를 지적하고 해당 요금을 돌려줬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업체는 돈을 돌려받지도 못 했을 뿐더러 해수부에서는 이 같은 사실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고 있다. 위탁사업에 대한 관리감독이 제대로 됐다면 이러한 부당행위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A사 관계자는 “정부사업에 대한 관리감독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해수부에서 선급을 제대로 감독했다면 부당하게 지급받은 비용에 대해서는 이를 해당 업체에 돌려줬어야 한다”며 “그럼에도 우리는 돌려받은 적이 없고, 또 선급측에서도 이를 지적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해수부 관계자도 “최근 관리감독은 나갔지만, 한국선급에서 부당하게 돈을 받은 것은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해수부의 허술한 관리감독은 이 뿐만 아니라, 지난 2월 한국선급 자회사인 iKR 설립 당시 상황에서도 잘 나타난다. 해수부는 영리법인에 대해 주무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iKR 설립의 부당성을, 한국선급은 iKR은 사명변경이기 때문에 허가의무가 없어 iKR출범 정당성을 각각 주장했다.

결론적으로, iKR은 한국선급의 자회사인 KRE(한국선급 엔지니어링)를 물적분할해 기존 KRE를 iKR로 만들고 자회사로 KRE를 신설했다. 이렇게 되면 한국선급에서 주장했던데로 iKR은 사명변경이 맞았던 것이며, 해수부에서는 문제의 핵심을 잘못짚었다고 보여진다.

이에 대해, 당시 해수부 측은 iKR이 물적분할을 해서 설립됐는지 몰랐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인지한 것도 지난 6월께라고 주장하고 있다. 기본적인 정보조차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한국선급에서 우리에게 일일이 보고하지 않아 물적분할을 해 iKR을 설립했는줄 몰랐다”며 “손자회사에 대한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 어떻게 할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검토 중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법률전문가는 이같은 해수부 주장이 상당부분 모순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한 법률전문가는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물적분할을 하면 주식의 수가 변하고 재산에 변동이 생기는데 (이러한 내용을) 어떻게 주무관청에서 모를 수가 있냐”고 반문하고는 “몰랐다면 공무원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해수부의 관리감독 권한에 대한 망각으로 그 피해가 고스란히 해운업계에 전가되고 있음에도 담당자들은 오히려 한국선급의 잘못을 두둔해 주고 있는 현상이 지난 반세기동안 이어져 내려오고 있는 것이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 관계자는 “조직의 방만경영에다 제도적 장치 부족 등으로 문제가 작지 않음에도 해수부 측에서 오히려 한국선급을 두둔해주고 있어 당황스럽다”며 “얼마전 설명하겠다고 온 해수부 인사는 전임회장인 오공균 씨에 대한 한국선급의 방만경영 논란을 칭찬만 늘어놓고 가 황당했다”고 말했다.

해운업계에서도 한국선급의 문제에 대해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정부가 바로 잡아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해수부의 애매모호한 태도때문에 피해를 보는 것은 해운업계인데, 개선의 의지는 보이지 않고 문제를 덮어두려고만 하고 있다”며 “최근 몇 년간 계속 전임회장들의 노조문제, 실형선고 등 사건이 끊이지 않았는데 아직까지 개선되지 않은게 이상하지만, 지금이라도 이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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