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양종서 객원논설위원] 최근 조선업 회복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고 있다. 조선산업과 시황을 연구하는 필자로서도 예상보다 빠른 속도의 회복에 다소 놀라고 있다. 우량 조선사들의 주가는 연초 대비 40% 이상 치솟았고 연일 증권가에서는 조선업 회복 전망으로 주식매입을 권유하는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3분기까지 수주량은 전년 동기대비 89% 증가했고 수주잔량의 감소폭은 현저하게 둔화됐다. 지난해까지 이어오던 드릴쉽의 수주 호황이 멎은 상황임에도 상선만으로 이러한 수주회복 속도를 나타내는 것은 당초 예상보다 더 좋은 상황인 듯하다. 요즘은 만나는 사람들마다 조선업이 다시 살아나는 것이 맞는지, 이제 고비를 넘긴 것인지를 묻는 사람들이 많다. 대략 최악의 고비는 넘긴 것으로 보인다고 대답하지만, 사실 현 시점에서 조선업 회복 기대감에는 우려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증권가에서는 대세 호황기라는 전망까지 있지만 필자의 느낌으로는 너무 앞서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올해 수주량은 1,400만CGT 내외로 예상된다. 이는 전년도 수주량에 비하면 거의 2배에 가까운 수준이며, 대단히 큰 폭의 수주증가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정상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으로 추정되는 1,500~1,600만CGT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조선소들로서는 올해 영업이 전년도에 비하면 만족스러울 수준일 수 있으나, 선표를 채우기에는 아직까지 부족한 수준이다. 세계 조선산업을 선도하는 한국 조선소들의 사정이 그러하니 시장에서 신조선 가격이 대폭 상승하기에는 아직까지 이른 감이 있다.

무엇보다도 시황회복에 가장 큰 걸림돌은 선복량과잉의 문제이다. 현재까지도 주요 선종들이 약 30% 내외의 선복량이 초과 공급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의 시황회복은 공급과잉이 아직까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어난 것이다. 고효율 그린쉽의 확보를 위한 수요로 조선업황이 회복되는 듯 한 양상을 보이고 있으나, 사실상 선복량과잉의 문제로 해운시황의 회복은 요원한 것으로 보인다. 고효율 그린쉽의 등장으로 구형 선박들의 대량 폐선이 이뤄진다면 조선업 시황회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아직 지켜봐야 할 것이다.

대부분의 선박들이 향후 그린쉽으로 빠른 시간 내에 대체되기 어려운 또 하나의 요인은 선박금융이 아직까지 충분한 자금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해운사와 선주들은 2008년 이후 지속되어 온 해운경기 침체로 선박을 발주할 여력이 극히 부족한 상황이다. 선박펀드, 은행 대출 등 모든 분야의 선박금융이 총력적으로 지원되지 않는다면 그린쉽에 대한 많은 수요에도 불구하고 실질적 발주량은 제한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금융시장은 미국의 양적완화 출구전략, 유럽의 재정위기 사태 지속 등으로 만만치 않은 실정이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자면 지금의 상황은 ‘불안한 회복’으로 평가된다. 분명 해운시장에서의 수요는 큰 것으로 보이나 과연 얼마나 실질 주문으로 이어질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시장에 대한 왜곡된 인식의 부작용을 생각해봐야 한다. 주식 투자자들의 실적보다도 정부의 정책이나 사회가 바라보는 조선산업에 대한 시각이 더 우려되는 점이다.

우리 정부는 많은 산업에 대해 한정된 예산으로 지원정책을 펴나가고 있다. 조선업에 대한 침체로 수년째 많은 고민을 하고 있으나 최근의 시황회복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으로 지원책이 약화될 수 있다는 것이 우려이다. 고비를 넘겼고 산업 자체적인 회생이 가능하니 다른 산업으로 관심을 돌릴 가능성이 그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번 회복은 선박금융 지원이 확대될수록 회복의 정도가 커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대부분 정책금융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 선박금융 시장의 특성상 정부의 지원은 금융 확대와 시장 회복에 가장 중요한 요인이다.

여기에 선복량 과잉에도 불구하고 회복이 진행 중인 것은 고효율 그린쉽 수요 때문이다. 아직까지 그린쉽 기술이 개발 중이고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도 치열하게 이를 개발 중인만큼 R&D에 대한 지원 없이 시장에서의 입지를 굳히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중소 조선산업의 경우 관련 기술개발에 대한 정부의 지원은 더욱 절실하다. 사회적 분위기도 문제가 될 수 있다. 조선업 회복에 대한 기대를 부풀리고 나서 기대에 못 미치는 실적이 나올 경우 ‘조선산업은 사양산업이 맞다’라는 인식이 확산될 수도 있다. 이러할 경우 학생들은 관련 전공을 기피하고 관련 인재양성과 산업에 대한 인력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도 있다.

조선산업은 우리나라가 가장 잘하는 산업이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지리적 여건이 다른 나라에 비해 크게 유리하고 관련 인재들도 풍부하다. 고용효과도 다른 산업에 비해 월등히 높아서 절대 포기해서는 안 되는 산업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확한 상황에 대한 인식, 적절한 지원정책, 사회적 관심이 매우 중요하다. 언론은 성급한 기대감과 분위기 조성 보다는 이를 위해 노력해 주었으면 한다.
 

* 본고는 필자의 개인적 견해일 뿐 필자가 소속된 기관의 공식 입장과는 무관함을 밝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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