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우체국택배 요금이 박스 크기 및 중량에 따라 500 원에서 1,500 원까지 인상된다고 합니다. 요금인상 이유는 수익성 향상입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내달 1일부터 우체국택배 요금이 무게를 기준으로 5㎏ 초과 10㎏ 이하는 500 원, 10㎏ 초과 20㎏ 이하는 1,000 원, 20㎏ 초과 30㎏ 이하는 1,500 원씩 각각 인상됩니다.

예를 들어 동일지역(배달지역과 접수지역이 같음)에 보내는 등기소포(택배)를 우체국 창구에서 신청하는 경우, 5㎏ 초과 10㎏ 이하 소포의 요금은 현행 5,000 원에서 5,500 원으로 조정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우체국택배의 요금인상 방침이 국내 택배시장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CJ대한통운, 한진, 현대택배 등 메이저 택배 3사의 반응은 일단 나쁘지 않습니다. 3사를 비롯한 대다수 택배업체가 공히 환영하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우체국택배가 요금을 인상한 목적은 우선 본인들이 돈을 벌기 위해서지만, 결과적으로 우리(민영업계)한테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택배시장에서 서비스단가가 너무 떨어져 있어 힘든 상황인데, 우체국이 올리면 우리도 인상하는데 부담이 덜하기 때문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A사 고위관계자의 말입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택배종사자들이 보다 나은 환경에서 근무하려면 현재 바닥권인 단가가 올라가야 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정사업본부의 이번 조치는 회사 입장 보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B사 고위관계자의 말도 그다지 다르지 않습니다.

다른 업체 관계자들도 이와 유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민영업계는 우정사업본부의 이번 인상방침을 환영한다고 봐도 무방할 것 같습니다.

그동안 불공정경쟁을 외치며 우체국택배를 질타해왔던 민영업계가 처음으로 우정사업본부를 향해 따뜻한 시선을 보낸 것입니다. 그래서인지 조금은 어색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이번 우체국택배의 요금인상으로 택배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상당한 관심거리가 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민영업계는 그들끼리도 격렬하게 경쟁하고 있는 처지이기 때문입니다. 때문에 실제로 이번 기회(?)에 단가인상에 동참할지, 아니면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단가를 그대로 유지할지, 각 사가 저마다 유리한 방향으로 계산기를 두드릴 것으로 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택배업계가 지난 수십 년 간 유지해 온 성향에 비춰볼 때, 일단 우체국택배 요금이 인상되는 2월 이후부터 일정기간 동안은 지켜볼 것으로 판단됩니다.

사실 일부 민영업체들은 올 상반기부터 요금을 인상할 계획을 갖고 있었습니다. 업계는 그동안 틈만 나면 택배시장에서 단가가 너무 떨어져 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해 왔지만, 실제로 실행에 옮기는 데는 부담을 느껴 온 것이 사실입니다. 때문에 국영기업인 우체국택배의 요금인상 계획이 민영업계에는 어떤 식으로든 적지 않은 파장을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 왜 개인택배 요금까지 인상하나

사실 이번 우체국택배의 단가인상에는 또 다른 측면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바로 개인택배(C2C) 요금의 인상입니다. 이 부문은 일반인들이 지불해야 하는 요금이니 가장 관심이 클 것으로 생각됩니다.

최근 몇 년 간 일부 민영업체가 단가인상을 추진해 왔지만, 이는 기업물량(B2B, B2C)에 국한된 것입니다. 택배업체가 가장 꺼리는 부문이 바로 개인택배에 대한 서비스단가 부문입니다. 어떤 회사도 일반 개인을 상대로 ‘단가 인상’이라는 모험을 하기가 쉽진 않습니다. 괜히 가격을 올렸다가 혹시라도 여론의 역풍(?)이라도 맞게 되면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기업물량 저하로까지 확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 한 가지. 사실상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CJ대한통운, 현대로지스틱스, 한진 등 빅3사(시장 점유율 약 55%)의 전체 물량 중 개인택배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다는 점도 이 부문 요금인상을 주저하게 만듭니다.

이들 민영업체의 개인택배 비중은 CJ대한통운 10%, 현대로지스틱스 15%, 한진 20% 등입니다. 나머지 물량이 기업택배물량이라는 점에 비춰볼 때, 개인택배가 전체 물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그다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택배를 이용하려면 최소 5,000 원에서 1만 원을 줘야 하는데, 왜 평균단가가 2,000 원대 밖에 안 된다고 하는지 궁금해 하신 분들은 이제 이해가 되실 겁니다.)

때문에 그동안 인상해 왔거나 앞으로 인상할 계획인 업체 관계자들에게 ‘개인택배요금 인상’ 여부에 대해 물으면, 공히 “아직 생각하지 않고 있다”, “그럴 계획이 전혀 없다”, “기업물량에만 한정된다” 등등의 답변만 되풀이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내용은 각 사의 평균단가에서도 잘 나타납니다.

택배관련 업·단체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국내 택배시장의 평균 단가는 상자 당 2,449 원입니다. 물량은 10억 8,500만 상자 조금 못 미칩니다. 전체 물량은 4분기를 더할 경우 이 보다 약 2억 5,000만 상자 가량 더 늘어나겠지만, 평균단가는 그대로 유지된다고 보면 틀림없을 것입니다.

다시 말해 현재 국내 시장의 택배 평균단가는 2,450 원 정도입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번에 택배(개인+기업) 단가를 높이겠다던 우체국택배의 평균단가가 국내 택배업계 ‘빅 4사’ 중 유일하게 시장 평균단가를 상회한다는 것입니다.

2013년 3분기 누적자료 기준 CJ대한통운은 2,087 원(매출 8,073억 원), 현대로지스틱스는 2,237 원(〃 3,167억 원), 한진은 2,352 원(〃 2,993억 원) 등 빅3는 모두 시장 평균단가를 밑돌지만, 우체국택배는 2,517 원(〃 2,805억 원)으로 유일하게 넘어서고 있습니다.(* 참고로 우체국택배는 매출 및 물량기준 국내 4위에 해당합니다.)

우체국택배가 이 같이 평균단가가 높은 이유는 이들 3사보다 개인물량이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입니다.

우정사업본부에 따르면, 우체국택배의 개인택배 비중은 전체의 30%를 상회합니다. 위에 언급한 민영업체와 비교했을 시, 개인택배 비중이 상대적으로 월등하다는 것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이는 우정사업본부가 개인택배를 제외하고 요금을 인상한다면, 그 효과(수익)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정사업본부가 민영업체와는 달리 이번 요금인상 계획에 개인택배도 포함시킬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 같습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우정사업본부의 택배 요금인상 계획은 개인택배 부문이 포함돼 있어 향후 여론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여론이 긍정적으로 반응하면 민영기업의 요금인상이 뒤따를 것입니다. 반면, 그렇지 않을 경우 우체국택배는 커다란 상처만 안게 될 것입니다.

소비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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