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업계, “재무부담 일방적으로 운영사에만 떠 넘겨”

- 해수부, “부두 용도 변경해 문제 해결할 것”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1. 인천북항의 동부익스프레스가 운영하는 MRG 부두는 계획물량 대비 5~10% 가량을 처리하면 정부에서 이에 상응하는 MRG 보상액을 받을 수 있다. 이에 따라, 회사측은 부두 운영에 따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MRG를 최대한 받는 수준까지만 물량을 처리해 MRG를 매년 받고 있다.

#2. 평택의 동방이 운영하는 MRG 부두인 평택아이포트는 계획물량 대비 50%를 처리해야만 정부의 MRG를 받을 수 있지만, 평택항의 입지상 한정된 컨테이너 물동량으로 결국 지난해 계획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올해 MRG를 한 푼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다.

국내 MRG(최소운영수입 보장) 사업의 대표적인 사례이지만, 물동량 처리와 부두 계약 시기에 따라 내용은 상이하게 다르다. 어느 한쪽은 MRG가 과다 지급돼 국가 재정 낭비와 운영사의 도덕적 해이 문제 등으로 MRG 보상액을 축소시켜야 되는 입장이다. 다른 한쪽은 MRG 보상액도 낮으면서, 물동량 미달로 부두 건설시 과다한 이자와 원금상환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 MRG 지급 한도를 높여야 하는 상황이다.

똑 같은 MRG 사업이지만, 정부와 언제 계약을 맺었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정부는 MRG 사업 초창기에는 90% 가량을 보상해 줬지만, 재정부담 등을 이유로 이후 보상액을 단계적으로 축소시켰다.

MRG 도입 취지는 IMF 이후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민자사업 활성화를 위해 도입됐다. 기존 한국컨테이너부두공단을 통해 국가 기반시설을 건설해왔던 정부가 순수 민간자본으로만 국가기반시설을 건설하고 최소운영수입에 대해서 보장하겠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하지만, 계약 당시와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와 협약 당시 예측했던 물동량과 요율에 비해 실제 수요가 따라주지 못하자, 정부의 MRG 보상에 따른 재정부담이 심해져 지난 2006년 제도가 완전 폐지됐다.

정부 관계자는 “MRG는 협약에서 예상수익률을 모두 예측해 반영하고 이에 따른 운영 수익을 반영해 지원금을 지급하는데 협약서의 재무모델에 따른 예측이 현실과 맞거나, 그 이상을 벌면 정부에서 환수할 수 있기 때문에 도입이 됐다”며, “하지만, 현재 여건상 협약 당시 예측보다 미달되다보니 정부 입장에서는 MRG에 대해 환수는 커녕 오히려 재정부담만 늘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MRG 계약 당시 협약서대로 물량이나 주변 여건이 따라줬더라면, 부두 운영사가 지금과 같은 어려움을 겪지도 않았고, 그 이상을 처리하면 정부의 재정이 늘어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수요 예측에 실패함에 따라, 협약서의 재무모델에 따라가 주지 못하는 MRG 부두 중 초창기에 계약한 동부는 계획 물량의 5~10% 가량만 처리해도 MRG를 보상받을 수 있고, 후발 주자인 동방은 계약 물량 대비 50%도 주변 여건 상 채우지 못해 MRG를 받을 수 없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 것.

이 관계자는 “MRG 사업에서 협약서대로 재무모델(매뉴얼)이 따라줬다면, 오히려 운영사들의 수익 악화나 재정부담이 없었을 것이며, 정부도 예측 이상의 수요에 대해서는 환수를 할 수 있어 양쪽 다 윈윈할 수 있는 구조였다”며, “계약 당시 예측과 현재 상황이 전혀 달라져서 운영사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부에서는 2007년 부실수요 예측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수요측정 용역기관이 부실수요를 예측하면 형사 처벌할 수 있게끔 '건설기술관리법'을 개정하고 부실수요예측 기준을 '수요의 30% 이상 차이가 날 경우'라고 법에 명시화 했다.

이 같이 수요예측 실패에 대해 책임을 묻는 법은 명시화 했지만, 운영사들이 현재 처한 상황에 대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마련돼 있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MRG를 과다 지급한다는 동부가 MRG를 받아도 수익이 남지 않고, 동방이 MRG를 받게된다 하더라도 수익이 남는 구조가 아니다. 양측 모두 원리금 상환과 이자를 책임져야 하기 때문에 MRG를 과다지급받는 동부는 MRG를 지급받고도 겨우 이자와 원금상환을 할 수 있을 뿐이며, 동방은 MRG를 받게 되더라도 원리금 상환과 이자부담에 대한 차입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정부의 기반시설인 항만을 운영하는 운영사들이 부두를 30년 이상 운영하면서 실시협약 당시의 재무모델이 따라가 주지 않는다면, 운영사들의 재정은 계속 악화될 수밖에 없다.

상황이 이러한데도,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아직 전무한 실정이다. 게다가 부두를 건설하면서 투자자를 모집했던 건설사들은 사업시행자로서 대주주 역할을 하고 있지만, 모든 재정적 부담에 대해서는 부두를 운영하는 운영사에게 책임을 지게하는 불합리한 구조에 대해서도 개선되지 못하고 있어 운영사는 이중고를 겪고 있다.

최근 동방과 비슷한 구조로 계약된 부산~김해 경전철 사업에 대해 MRG를 받지 못하게 된 김해시의 국고지원에 대해 국토교통부는 “실시협약에 따라 운영사인 지자체에서 책임지는 것이 타당함에 따라 건설비외의 운영단계에서 MRG 추가지원은 타당하지 않다”며 운영에 대한 책임은 모두 운영사에게 떠넘기고 있다.

항만업체인 A사 관계자는 “MRG 부두의 대주주가 대부분 건설사들인데 건설사들이 MRG 부두를 건설하기 위해 투자자들을 모으고 계약을 했음에도 모든 책임은 운영사에게 전가하는 것도 문제”라며, “앞뒤 가리지 않고 경쟁업체에 부두 운영권을 뺏길까봐 무작정 들어간 항만업체들도 잘못이 있지만, 무리한 계약으로 주주사를 모집해 놓고도 남의 일인냥 손 놓고 있는 건설사들도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운영사들이 겪는 재정부담에 대한 가장 큰 문제는 높은 이자율을 꼽고 있는데, 현재 항만이든 경전철이든 정부시설이 자기자산이 아니라는 이유로 담보가 없음에 따라 금융권에서 이자율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MRG 사업 초창기 금리가 10% 가량으로 고금리 였는데, 이는 SOC사업이 정부 자산으로 담보를 잡을 것이 없어 높은 금리를 책정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금융권과 원활하게 협의를 해서 현재 금리에 맞게 리파이낸싱을 해야 하는데, 민간 시중은행에서 수익률 감소를 이유로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주무부처인 해수부에서도 이 같은 문제를 직시하고 있고 해결하기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부두 운영에 어려움이 장기화되면 결국 부두가 멈출 가능성도 있고, 최악의 경우 파산으로 가면 투자자들도 배당을 받지 못하고 정부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기 때문에 부두 용도변경 등 최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의 이러한 방안은 단편적일 뿐, 근원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항만업체 관계자는 “A항만 MRG 부두의 경우 해수부에서 문제를 원활하게 해결해 주기 위해 옆의 부두에 기항하던 B선사를 유치할 수 있게 해주는 등 노력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옆의 부두가 TOC부두라서 계획물량을 처리하지 못하면 정부에 패널티를 내야하는 입장이라 타 부두 기항 선사를 유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부두 용도변경도 포항 영일만항의 경우 한진이 운영하는 MRG 부두는 MRG 지급을 최소화하기 위해 바로 옆에 일반부두가 버젖이 있음에도 컨테이너 부두에 일반화물을 처리할 수 있게 해 줘 일반부두를 운영하는 대한통운과 동방이 물량을 처리하지 못해 패널티를 내고 있는 상황”이라며, “평택아이포트도 컨테이너부두를 다목적부두로 전환하게 되면 다른 부두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용도변경이 해결책이 될 순 없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