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선 대형화 추세 불구, 양대 선사는 자산 매각에 급급

- 금융권, “'해운보증기구' 설립은 산으로 가는 정책”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국내 양대 선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불안정한 재무구조를 개선할 필요는 있지만, 재무구조 안정화를 뒷받침할 수 있는 사업을 매각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게다가 머스크의 선박 초대형화 전략의 타깃이 결국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을 겨냥하는 것임에도 정부정책은 전혀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1위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가 지난해 7월부터 시장에 1만 8,000TEU급 선박 운항을 시작으로 초대형 컨테이너선 시대가 개막한 데 이어, 지난 1월 중국 차이나쉬핑이 머스크보다 더 큰 1만 9,000TEU급 선박을 발주, 오는 11월 첫 배가 인도된다.

이번에 차이나쉬핑이 발주한 초대형 선박은 5척뿐이지만, 시장파급효과는 상당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시장에 초대형 ‘컨’선이 계속 투입되고 있는데 물동량은 이에 못 미치니까 결국 저가운임정책을 고수할 수밖에 없다”며, “외국 분석기관에서 1~2년 뒤에 ‘컨’선 시장이 살아날 것이라고 예측해도 회복되지 않는 이유는 초대형선이 계속 시장에 투입되는데 이에 따른 물동량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상대적으로 낮은 선가에 국내 금융기관의 금융지원 등으로 국적 선사보다 저가에 선박을 확보한 외국적 선사들에 비해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이 선박들 모두 불안정한 유가시장에 대비해 연비효율이 높은 선박들로, 이러한 선박들을 확보하지 못한 국적 선사는 구조조정이 끝나더라도 회사가 안정화되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선박 운항에서 제일 많은 비용을 차지하는 것이 연료유인데, 최근 초대형 ‘컨’선들 대부분이 연료소비가 낮은 장치들을 장착하는 옵션을 택해 그만큼 가격경쟁력에서 국적선사들이 뒤처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이 같이 글로벌 해운시장의 패러다임이 선박 대형화임에도 국내 양대 국적 선사 모두 경영악화로 초대형선 발주는 고사하고 기업의 안정적 기반인 자산을 모두 매각하고 있는 것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관계자는 “초대형선이 시장에 계속 투입되면 우리 국적 선사들도 같이 발맞춰가야 하는데, 금융권에서 한진과 현대에 심하다 싶을 정도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니까 그나마 회사를 받쳐주던 안정적 수익원을 모두 팔고 있다”고 밝히고는, “회사의 경영악화에 대해서는 사업 포트폴리오를 잘못 짠 양대 선사들 책임도 있겠지만, 적어도 정상화된 이후에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베이스(Base)는 남겨둬야 할텐데 금융권이 본인들만 살아남으려고 해 안타깝다”고 전했다.

특히, 최근 닐스 안데르센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신흥시장의 슬럼프를 투자 기회로 이용하고 있다”며, “인도나 중남미 등의 신흥시장에서 단기투자자들의 이탈은 우리와 같은 기업에 더 큰 수익을 안겨줄 것”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해운업계는 이같은 안데르센 CEO의 주장이 결국 국내 양대 선사를 비롯한 세계 10권 이내의 ‘컨’시장을 염두에 둔 발언이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국내 양대 선사가 소속된 얼라이언스들이 최근 신흥시장으로 불리는 중남미 항로에서 단계적으로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머스크가 시장에 투입된 선박이 물량을 못 따라가주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초대형선을 계속 투입시킴에 따라 결국 경쟁사들이 신흥시장 항로에서 얼라이언스들이 철수하게 됐다”며, “결국 머스크의 이러한 사업방향에 제일 피해를 보는 것은 5~10위권 이내 선사들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머스크의 독주와 초대형선 투입에 대해 국내 해운업계의 정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는 해운업계뿐만 아니라 국내 수출입업계도 마찬가지 입장이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초대형선 투입은 무역업체들에 운임을 낮출 수 있는 효과는 있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러한 방향이 국내 수출업체들에 꼭 유리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전했다.

한 경제전문가는 “국내 무역업체들에 글로벌 선사들이 낮은 운임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은 국적 선사들이 글로벌 얼라이언스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라며, “결국 이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살아남지 못하면, 해외선사들이 국내 무역업체에 높은 운임을 제시해도 이를 저지할 방법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머스크 주도로 흘러가고 있는 현 시장상황에 금융권도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특히, 금융권이 양대ㅍ선사에ㅍ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가장 큰 이유가 회사의 높은 부채비율 때문임에도 신조 선박 발주를 원활하게 하는 ‘해운보증기구’ 설립 정책은 현재 국내 해운업계의 어려움을 해소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한 금융기관 관계자는 “양대 선사에 금융권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요구하는 것은 부채비율을 줄이기 위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며, “현대와 한진에 고효율연비를 장착한 선박이나 초대형선을 확보해 경쟁력이 뒤처지지 않게 할 필요는 있지만, 현실적으로 지금과 같은 높은 부채비율로는 (선박 확보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필요한 것은 어떻게 해서든 빨리 회사를 정상화해 선박을 확보하는 등 양대 선사가 글로벌 경쟁력에 뒤처지지 않게 해야 한다”며, “한진, 현대뿐만 아니라 현재 국내에서 선박 발주를 못해 어려운 회사가 없는데, 도대체 왜 신조선박 발주를 위한 해운보증기구를 설립하겠다고 방향을 선회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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