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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리걸음 하는 '부산 유류중계기지', 해법은 없나

업계, “원유 공급 리스크 커 반드시 보증 필요” 김수란 기자l승인2014.03.31 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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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사업으로 전환은 말도 안돼”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부산 유류중계기지 건설사업이 정부당국과 민간사업자, 부산항만공사(BPA) 등 3자간 이견이 커 사업이 5년째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BPA 및 항만업계에 따르면, 부산 유류중계기지 추진을 위해 민간사업자인 부산 마린앤오일은 몇 년째 원유공급자에 대한 투자사를 찾지 못해 사업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최근까지도 아랍에미리트의 원유공급자가 투자의향을 보였지만, 막판에 사업투자의사를 철회했다. 현재 말레이시아 원유공급사와 협상 중이지만, 실제 투자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다.

업계에서는 실제 원유공급자의 투자가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로 원유공급에 대한 리스크 보증과 프로젝트 오일 파이낸싱에 대한 높은 금리와 함께 사업 추진을 재촉하는 BPA 등 복합적인 문제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BPA에 따르면, 부산 유류중계기지는 당초 한진해운과 삼성물산, 씨엘 및 원유 트레이딩사인 켐오일(Chem Oil) 측이 BPA에 사업을 요청함에 따라, BPA에서 사업 시행에 대한 입찰에 들어가고 해당 사업자가 낙찰받아 진행키로 했다.

하지만, 사업 진행을 결정한 직후인 2009년 원유공급을 맡았던 켐오일의 전 오너가 사망한 후, 2세가 사업을 철회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BPA 관계자는 “2009년 초기 사업자로 켐오일이라는 싱가포르 오일 트레이딩 및 저장 업체가 원유공급을 맡았는데 부친이 사망하고 2세가 경영에 뛰어들면서 사업을 철회했다”며, “이 때문에 마린앤오일에서 신규 원유공급자를 찾아나섰고, 지난달까지 아랍에미리트의 원유공급자가 투자의향을 보였지만 결국 투자계약을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말했다.

실제 국내에서는 이미 수많은 정유사가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은 원유를 정제해 추출하는 능력을 가진데다가, 선박에서 사용하는 선박유는 가장 질 낮은 C등급을 사용하면서 수익성이 낮아 국내 정유사에는 메리트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사의 한 관계자는 “정유사는 원유를 공급받아 높은 양질의 기름을 만드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실제 선박에서 사용하는 것은 벙커 A~C 중 가장 질 낮은 C를 사용하기 때문에 우리 정제능력과는 맞지 않다”며, “우리나라 정유사의 기술력으로는 질 낮은 기름을 만들어 판매하는 것보다, 경유나 휘발유 등 질 높은 기름을 생산하는 것이 훨씬 이익이 나기 때문에 선박유는 국내 정유사의 수익구조와는 전혀 맞지 않는 제품이다”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유류중계기지가 설립되더라도 싱가포르만큼 낮은 단가를 맞출 수 없다면 사업 성공 여부가 불투명하기 때문에 원유공급업체가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동안 마린앤오일 측은 사업 진행을 위해 지속적으로 해외 원유공급자를 물색했으며, 다국적기업인 코노코필립스를 비롯해 러시아, 아랍 등의 원유공급자와 협의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실제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다.

항만업계 관계자는 “원유를 사오는 것만 4,000억 원 가량이 소요되는데, 이 금액은 유가변동 등의 리스크가 크다”며, “이 때문에 원유공급사에서 이에 대한 보증을 투자자의 모기업인 한진그룹이나 삼성그룹에서 해주길 바라기도 했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정도 리스크는 모회사가 부담하기 쉽지 않은데다, 원유공급자도 이 정도 능력을 갖고 있는 곳이 전 세계에 얼마 안 된다”고 밝히고는, “금리부분도 유류공급기지로 말하는 싱가포르가 1.2~1.5%인데 반해 우리나라는 3~3.5% 정도로 거의 2배 이상 부담된다”고 덧붙였다.

마음만 급한 BPA 측의 재촉도 신규투자자를 끌어들이는 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싱가포르에서도 유류기지 구축에 10년 이상 소요됐는데 BPA에서는 사업치유기간을 3개월밖에 안 주면서 마린앤오일 측을 압박하고 있다”며, “이러한 점도 원유공급자들이 투자하지 않는 또 다른 이유”라고 덧붙였다.

이같이 유류중계기지사업이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현재 BPA는 정부가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기한을 연장해 현 시스템에서 사업을 계속 추진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만 반복하고 있어 사업추진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BPA 관계자는 “민간사업자에게 사업을 맡겼음에도 투자자 모집에 실패했고 더 이상 기한 연장은 어렵다”며, “모든 사업은 원점에서 중앙정부가 진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BPA에서 사업을 정부주체로 바꿔야 한다고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가 없다”고 밝히고는, “BPA가 정부에 사업 시행을 하겠다고 해서 승인을 받은 사업이기 때문에 정부 위주로 바꿀 순 없으며,  설사 바꾼다고 해도 신규사업자가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기한을 연장해 좀 더 사업을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항만업계에서는 현재 국내 경기 위축과 해운업계의 장기불황으로 정부가 사업을 추진해 신규사업자를 모집하게 되면 새로운 사업자를 찾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돼 해수부와 BPA가 한발씩 양보해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 항만업체 관계자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한 부분은 있지만, 사업주체가 정부로 바뀌면 현재 투자협약을 맺은 마린앤오일과 계약은 끝나는 것”이라며, “국내 경기도 어렵고 해운업계도 장기불황으로 어려운 현 시점에서 정부주체로 전환되면 신규사업자가 나타나겠냐”고 반문했다.

이어 “현재 리스크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고 신규투자자만 모집하면 될 일을 원점에서 재검토한다는 것은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라면서, “어찌됐든 정부가 도울 수 있는 방법과 BPA가 할 수 있는 부분을 최대한 타협해 유류중계기지사업이 무산되지 않고 성공할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류중계기지사업은 지난 2009년부터 BPA 측이 민간투자사업으로 추진해오고 있다. BPA는 한진해운과 삼성물산, 씨엘 등이 주주로 참여한 '부산마린앤오일'과 지난 2011년 실시협약을 체결해 약 2,900억 원의 예산으로 부산신항 남측 준설토 투기장에 6만 3,000㎡에 기름 23만㎘를 저장할 수 있는 유류탱크를 설립할 예정이다.
 
김수란 기자  sooran@dailyl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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