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편집 : 2019.12.10 화 11:48

돈 더 벌려는 선사에 “화물·승객 줄이고, 평형수 더 넣어라”

한국선급, 세월호 복원성 검사 통과시키며 상식 이하 ‘기술추천’ 제시 김수란 기자l승인2014.04.25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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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운전문가, “세월호 쌍둥이선박 ‘오하마나호’도 다시 검사해야”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국선급이 세월호 개조 당시 진행했던 복원성 검사에 문제가 많았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지난해 1월 개조 시 한국선급 측이 이번 사고의 핵심 사안인 복원력 문제를 상쇄시키기 위해 ‘선박 개조 후 화물과 승객을 줄이고, 평형수를 더 많이 넣는’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는 ‘기술추천’을 조건으로 복원성 검사를 통과시켜줬기 때문이다.
해운 업계 및 전문가에 따르면, 한국선급은 세월호 증축 당시 무게중심이 11.27m에서 11.78m로 51㎝ 높아짐에 따라, 무게중심이 올라간 만큼 복원성 유지를 위한 조건을 제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선급은 세월호 증축에 따른 복원성을 위해 화물량은 구조 변경 전 2,437t에서 987t으로 1,450t을 줄이고, 여객은 88t에서 83t으로 5t 축소할 것을 요구했다. 아울러, 밸러스트(평형수)는 1,023t에서 2,030t으로 늘려 1,007t을 더 싣도록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한국선급 측의 이같은 기술추천에 대해 해운 업계와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선사가 지킬 수 없는 현실 불가능한 조건이라는 지적이다.

카페리 자체가 화물수익이 대부분인데, 선사 입장에서는 화물적재가 그만큼 줄어드는 개조작업을 진행할리 만무하며, 관행상 화주의 짐을 적재량 초과를 이유로 운송을 거절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개조의 조건으로 화물과 승객 대신 평형수를 더 실어야 한다는 한국선급 측 조언은 혹시 있을지 모르는 사고에 대한 면피용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해운전문가는 “화물적재를 줄이라는 것은 본선에 공간이 텅텅 비어 있는데 짐을 싣지 말라는 것과 같다”며, “개조작업으로 재화중량톤이 약 58%로 엄청나게 줄었는데 화물을 싣지 못하면서 굳이 증축을 하겠냐”고 반문했다. 이 전문가는 특히 “(한국선급 측이) 화물 대신 평형수를 더 실으라는 조언을 했다는데, 상식적으로 돈 되는 화물이 아닌 평형수를 더 많이 실으려면 증축을 왜 하겠느냐”고 반문하고는, “선사가 개조 후 손해볼 일을 돈 들여가면서 할 이유는 없지 않냐”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조건을 맞출 수 없는 현장과 선사에 1차적 책임이 있지만, 한국선급이 제시한 이러한 기술추천은 본선 업무의 특성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조치라고 생각한다”며, “세월호의 쌍둥이 선박이라는 ‘오하마나호’도 같은 구조라고 하니 이 선박도 철처히 분석해 원인을 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동종업계에 따르면, 특히 인천~제주노선은 국내 카페리노선 가운데 수익이 꽤나 괜찮은 노선이며, 이러한 수익의 대부분이 화물수송에서 나온다는 점도 적재량 초과를 부추긴다고 한다.

실제로 지난 24일 청해진해운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13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도 이러한 내용이 잘 나타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청해진해운은 지난해 매출액 320억 원 중 화물운송으로 194억 원, 여객운송으로 125억 원을 각각 벌어들였다. 이는 전년 대비 화물은 51억 원, 여객은 7억 원 늘어난 수치다. 청해진해운이 여객보다는 화물운송에 총력을 기울였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세월호 역시 사고 당일 승용차 124대, 1t 화물차 22대, 2.5t 이상 화물차 34대 등 차량 180대와 화물 1,157t 등 총 3,608t이 적재돼 있었다. 운임도 화물이 8,000여만 원으로 승객(3,000여만 원)보다 월등히 많았다.

연안해운업계 관계자는 “보통 연안 카페리선사들은 화물을 실어나른 수익으로 선박의 감가상각비와 이자 등을 지급하고, 현금이 들어오는 여객 수익을 운영비로 사용하는데, 저가항공 등으로 해상여객 운임이 계속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기왕 운항할 거면 화물을 하나라도 더 실으려고 하는 것이 업계의 현실”이라며, “때문에 선사 입장에서는 금전적 이익과 함께 화주와의 거래관계도 있어 짐을 실어달라고 하면 거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연안여객선뿐만 아니라 국제 카페리선도 화물수익이 대부분인데, 화물 대신 평형수를 더 싣고 화물적재톤수를 줄이라고 하면 차라리 개조를 안하는 게 나을 것”이라며, “해운업계 종사자라면 누구나 알 만한 내용인데 이러한 상황을 몰랐다면 60년 전통의 한국선급의 기술력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업계의 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랬다면 (기술추천은) 뻔뻔하게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변명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사고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는 급선회는 선박을 운항하면서 수시로 발생하는 상황임에 따라, 운항 미숙보다는 선박의 구조적 결함이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선박전문가인 A씨는 “선박 운항 중 급선회는 늘 있는 상황인데 급선회했다고 넘어가는 선박은 정상이 아니며, 선급에서도 이를 잘 알고 있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점에서 이번 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운항부문이 아니라, 선박을 개조하면서 발생한 구조적 결함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데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수란 기자  sooran@dailyl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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