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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반성하는 ‘척’이 안전불감증 키웠다

오병근 기자l승인2014.04.28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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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로그 = 편집국] 참 많이 아프고 힘든 시간이다. 희망이 분노로, 분노가 힘없는 슬픔으로 바뀌고 있다. 세월호 참사로 대한민국이 슬픔에 잠겼다.

태안 해병대 캠프 참사, 경주리조트 붕괴로도 모자랐는지 어른들은 반성할 줄 모른다. 아니 반성하는 ‘척’은 잘한다. 사실, 반성하는 ‘척’만 하는 것이 더 무섭다. 문제의 본질이 해소된 양 착각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시간이 흘러 또 다른 재난이 발생하면 수습이 안 되는 똑 같은 바보짓을 반복한다.

이번 세월호 참사에도 또다시 반성하는 ‘척’만 하려한다.

총리가 사퇴의사를 밝혔고, 사고의 빌미를 제공했던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의 수장들이 자리를 내놓았다. 이번에도 똑 같은 그림이 반복되려 한다. 과연 이들이 물러나면 문제의 본질이 해소되는가.

한국선급은 이번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단체이다. 이 조직은 지난해 세월호의 증축 개조검사를 담당했다. 그들이 일반적인 상식대로만 검사를 했더라면 ‘화물과 승객을 줄이고, 평형수를 2배 더 넣는’ 조건으로 세월호의 개조에 합격점을 주진 못했을 것이다. 화물과 승객을 최대한 많이 실어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배를 개조하려는 선사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들어 복원성 검사를 통과시켜 줬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복원성은 선박의 안전한 항해를 담보하는 가장 기본이자 최후의 보루라 할 수 있다. 이번 세월호 참사의 원인도 급회전 시 무게중심을 잡지 못해 전복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한다. 선박이 운항 중 회전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선박의 중심을 잡아주는 복원성 검사는 수많은 선박검사 가운데 가장 세밀하게 다뤄져야 한다. 이렇듯 중요한 검사를 무슨 이유에선지 한국선급은 세계 해운역사에 남을만한 이상한 ‘조건’을 달아 통과시켰다.

해운조합 역시 이번 사고의 원인제공을 했다. 선박 출항시 재화중량톤수를 엄격히 체크해야 할 권한과 책임이 있으면서도 이를 무시했다. 세월호는 사고당시 한국선급측이 복원성 가능 무게로 제시한 최대톤수인 987t 보다 무려 4배 가까운 3,608t이 적재됐다. 하지만, 해운조합 인천지부는 이를 묵인했다. 규정에 따라 제대로 체크만 했다면 이번 사고는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본인들의 책임을 내 팽개친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의 수장이 지난주 금요일과 토요일 각각 사퇴의사를 밝혔다. 두 사람이 그만둔다고 사고가 반복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있는가. 그렇지 않다.

이번 참사는 두 조직의 수장이 물러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냉정히 따져 이들은 문제가 된 조직의 수장으로서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의미에서 사퇴를 한 것이다. 두 사람이 물러난다고 해도 현 시스템이 그대로 유지된다면 수많은 선박의 안전은 또 다시 운에 맡겨야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최소한 안전문제와 관련해 대한민국은 못된 습관이 있다. 매번 사고만 발생하면 책임있는 조직의 수장이 사퇴를 하고, 사고의 직접적 책임이 있는 사람만 비교적 가벼운 법적 제재를 받는 식으로 마무리 된다. 조직은 그대로인데, 몇몇 사람만 바뀌는 것이다. 그래서 뭐가 달라졌는가.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의 수장은 임기제이다. 이는 이들 조직의 회장과 이사장이 오너가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민간기업은 오너가 바뀌면 조직 및 모든 시스템을 비롯해 회사의 경영환경 자체가 바뀐다. 그렇기 때문에 기업의 M&A는 조직원에게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하지만, 한국선급과 해운조합은 그렇지 않다. 수장이 바뀐다고 조직체계와 관행이 바뀌진 않는다. 제2의 세월호 사태가 발생하지 않으려면 이들 조직의 내외부 시스템을 확 뜯어 고쳐야 한다.

대형 참사 뒤에는 늘 ‘비상식적인 거래’와 ‘관행’이 존재해 왔다. 이러한 검은 거래와 관행은 그들만의 이익을 위해 자연스럽게 형성돼 왔다. 오랫동안 형성돼 왔기 때문에 끊어내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러한 시스템적 오류는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한다.

권한이 있지만 행사하지 않고, 책임이 있지만 피해나갈 궁리만 한다면 제 2의 세월호 참사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다. 제발 반성하는 ‘척’만 하지 말자. 진심으로 반성하고 또 반성해야 해결책이 나올 것이다.

수학여행을 다녀온다던 수백 명의 꿈 많던 아이들이 아무 영문도 모른 채 어른들의 잘못된 관행과 묵인으로 어둡고 차디찬 바다에 갇혔다. 이 아이들에게, 또 유족 및 실종자 가족들에게 어떤 식으로 잘못을 빌어야 조금이나마 치유가 될 수 있을지 모두가 고민해야 할 것이다.

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오병근 기자  bkfree@dailylo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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