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편집국] 한국선급이 검찰의 수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고 있다는 정황이 포착되고 있다. 해경 정보담당자가 검찰의 압수수색 계획을 선급 법무팀장에게 미리 알려주자, 선급 측이 관련 자료를 일부 폐기하고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검찰수사 및 언론에 대응하는 매뉴얼을 교육시켰다고 한다. 기가 찰 노릇이다.

아직도 어둡고 추운 진도 앞바다에 실종자들이 갇혀 있는데, 세월호에 대한 무책임한 검사로 참사의 원인을 제공했던 한국선급은 약삭빠르게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본지는 이미 한국선급의 무책임하고 이해할 수 없는 행위를 수십 차례에 걸쳐 보도한 바 있다.

‘연간 매출 1,000억 원이 넘어가지만, 외부감사도 제대로 받지 않는 주인이 없는 기관’, ‘필요에 따라 공기업, 사업자단체, 민간기업 등으로 정체성이 바뀌는 기관’, ‘정부로부터 위임받아 국적선 검사대행업무를 독점하는 기관’, ‘회원사인 해운업계는 연간 수천억 원의 적자를 내고 있지만, 700여 명에 달하는 전 직원을 회사 돈으로 히말라야나 미국으로 여행을 보내준 기관’ ….

그동안 본지가 보도한 내용의 주요 골자이다. 이같이 한국선급에 대한 문제점을 끊임없이 지적해왔지만, 감사권한이 있는 해양수산부는 뒷짐만 지어왔다.

그러던 해수부가 지난해 6월, 뜬금없이 한국선급에 대한 지도감독을 진행했다. 하지만, 이는 한국선급의 전 회장인 A씨(현 명예회장)가 지난해 초 선급의 자회사를 만들어 핵심 업무를 대거 이관시켜 해수부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데 대한 ‘보복성 감사’라는 의구심이 짙었다. 한국선급 자회사 설립문제로 양 기관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었던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이 때문인지 선급에 대한 여러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8월 마무리된 감독결과는 담당자 부서이동 및 경고에 그쳤다.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있었지만, 그냥 그대로 끝났다.

묘하게도 지도감독이 끝난 이후 해수부와 한국선급의 관계는 또 다시 급속도로 가까와 졌음을 알 수 있다. 한국일보 보도에 따르면, 11월 해수부는 “한국선급이 단독으로 미국 독립시험기관 인정신청을 해야 한다”며 해양과학기술원에 평형수처리설비의 품질관리 매뉴얼 등을 선급에 이첩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과원이 이에 반발하자, 해수부 직원이 무단으로 관련 자료를 유출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부산지검 특수수사팀은 한국선급에 대한 비리를 수사 중이다. 한국선급 전·현직 임원들이 상품권과 요트 회원권 등으로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로비를 벌였는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한국선급은 그동안 정부의 비호 아래 국적 선사에 대한 검사업무 독점으로 무차별적으로 돈을 벌어들였다. 돈 벌 궁리만 하다보니 가장 우선시돼야 하는 선박의 안전은 뒷전으로 밀렸다.

한국선급은 세월호 개조와 관련된 복원성 검사를 통과시켜주며 ‘화물과 승객을 덜 싣고, 평형수를 2배 이상 더 넣으라’는 말도 안 되는 조건을 내걸었다. 배를 개조해 돈을 더 벌려는 선사의 속내를 뻔히 알면서도 무책임하게 통과시켜준 것이다. 사고 선박에는 평상시보다 돈 안 되는 평형수는 절반 가량 덜어져 있었고, 돈 되는 화물은 3배 이상 더 실렸다. 개조 당시 복원성 검사가 통과되면서부터 이미 세월호의 참사는 예고돼 있었던 것이다.

믿기 힘든 사고로 온 국민이 아파하고 있지만, 한국선급은 빠져나갈 궁리만 하고 있다. 검은 유착관계로 맺은 인맥을 활용해 수사내용을 미리 알아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한국선급을 향해 검찰이 칼날을 곧추세웠으니, 일단 지켜볼 일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검찰의 수사만으로 이번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문제가 있는 몇몇 사람들의 비리를 파헤친다고 향후 이러한 사고가 또 다시 벌어지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참에 문제가 되는 조직은 확실하게 개혁을 해야 한다.

국가가 모든 운송수단을 ‘검사’하는 이유는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서이다. 한국선급이 존재하는 가장 근본적인 목적은 ‘선박의 안전’이다. 한국선급은 존재의 이유를 망각했다. 이 조직을 개혁해야 하는 이유이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