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 과적 및 평형수 감량 지시’ 누가 했는지가 관건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세월호 침몰 이유가 선주의 중대과실이거나 또는 감항성(복원성) 유지사항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면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고원인이 선주 과실인지, 선원 과실인지의 여부와 복원성 유지를 위한 평형수를 적절하게 채우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 면책사유에 해당되기 때문에 보험사에서 배상을 해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해상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침몰한 세월호의 사고원인을 선박 개조 후 복원성 상실 및 화물과적 등을 이유로 들고 있는 가운데, 사고원인이 선원이 아닌 선주로 판명될 경우 보험사에서 보험금을 지급할 의무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선장과 1등 항해사 등 선원이 일으킨 해기 과실은 보험이 되지만, 선주의 중대과실이 인정되면 면책사유에 해당돼 보험 보상이 어렵다는 것.

세월호는 메리츠화재에 선체보험 78억 원, 한국해운조합에 선주책임상호보험(P&I) 36억 원에 각각 가입돼 있다. 면책사유 없이 보험금이 지급되고 선박을 잔존물로 처리할 경우 메리츠화재는 114억 원을, 해운조합은 잔존물 처리비용 100억 원과 탑승객 1인당 3억 5,000만 원을 각각 지급해야 한다.

해상보험업계 관계자는 “사고원인이 선장이나 1등 항해사 등 선원이 일으킨 과실이라면 보험이 되지만, 선주의 중대과실이 인정되면 보험 보상이 안된다”며, “세월호 사고원인 중 하나인 화물 과적이나 고박이 선사에서 지시해 이뤄진 것인지, 선장이나 항해사의 지시에 진행된 것인지 여부에 따라 보험 지급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세월호는 복원성 상실과 관련해 선박 개조 후 적합 여부를 판정했던 한국선급이 검사를 통과시켜주며 세월호의 평형수(밸러스트)를 더 채우라는 로딩매뉴얼(기술조언)이 있었다. 하지만, 세월호는 평형수를 빼고 화물을 더 적재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이에 대한 면책사유가 인정되면 보험사에서는 청해진해운에 보험을 배상할 책임이 없게 된다는 것이다.

보험업체 A사 관계자는 “선박은 감항성(복원력)을 유지할 의무가 있는데 세월호가 복원력 유지를 위한 평형수를 빼고 화물을 더 실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사전에 평형수를 더 채워서 운항하라는 한국선급의 지시가 있었지만, 평형수를 빼고 화물을 더 적재하면서 복원성을 잃어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에 보험업계에서는 면책사유라고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외신 등을 통해 세월호 사고를 접한 외국계 재보험사들이 보험 면책사유가 확실하다고 판단하고 있어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이 안될 가능성도 있다”며, “보험사에서 보험금 지급이 안되면 전체 손해배상에 대해 선사에서 책임져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 세월호의 원수보험사인 메리츠화재와 해운조합은 8일 현재까지 재보험사들로부터 면책사유에 대한 통보를 받지 못했으며, 정부의 조사결과 발표 후 자체 조사를 통해 보험 지급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해운조합 관계자는 “재보험사 측에서 면책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야기는 아직 듣지 못했다”며, (보험금 지급은) 세월호 사고에 대한 검경합수부의 조사결과가 나온 후에 판단할 사항으로 (지금 이야기하는 것은)시기상조다”고 말했다.

메리츠화재 관계자도 “우리 쪽에서도 자체 조사를 해서 보험금 지급을 결정하기 때문에 면책이냐 부책이냐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고 밝히고는, “선박이 저당 잡혀 있는 상황에서 선체보험이 지급되면 산업은행으로 가는데다 여러 가지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보험금 지급은 나중에 생각할 문제이다”라고 전했다.

이어 “언론에서 개조한 화물선에 대해 화물 과적이 면책사유로 해당돼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판례가 있다고는 하지만, 세월호는 화물선이 아니라 여객선이기 때문에 상황이 다르다”고 설명하고는, “화물선에서 과적한 화물량과 여객선에서 과적한 화물량에 대한 수의 개념이 다른데, 여러 가지 사항으로 오해하고 있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한편, 해경이 인양업체인 언딘과 계약했기 때문에 해운조합이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일부 보도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해운조합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세월호에 대한 선박 소유는 사고가 나면 먼저 선체보험사인 메리츠화재에서 선박을 인양할지 잔존물로 처리할지 여부에 대해 결정하고, 선박이 보험금 지급보다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면 선박을 포기하고 선주에게 소유권이 넘어간다.

이후 선주도 메리츠화재와 마찬가지로 선박에 대해 더 이상 가치가 없다고 판단하면 P&I 보험을 가입한 해운조합에 가는데, 해운조합은 선박과 화주들이 화물에 대해 포기하면 이를 잔존물로 처리한다. 따라서, 해운조합에서 100억 원을 지급하는 경우는 메리츠화재와 선주인 청해진해운 및 세월호에 실은 화물의 화주 모두가 자산에 대한 권리를 포기할 때에만  가능하다.

해운조합 관계자는 “P&I는 선체보험사와 선주가 모두 선박을 포기해야만 오기 때문에 언딘과 해경이 계약했다고 우리 쪽에서 보험금 지급이 안되는 것이 아니다”며, “메리츠화재에서 선박을 인양할지에 대한 여부도 결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지금 우리가 판단할 사항이 아닌데 이상한 방향으로 여론이 흘러가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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