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편집국] 한국선급 측이 어제(22일) 세월호 참사와 관련된 호소문을 내놓았다.

내용인즉, 세월호 참사에 대한 한국선급과 관련된 거의 모든 보도가 억측과 오해로 인한 비난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언어도단이란 말인가. 정말이지 한국선급은 무려 288명이 사망하고, 16명이 실종상태인 이번 참사에 아무런 책임이 없다는 말인가.

우선, 한국선급은 세월호의 여객실 증축에 따른 안전진단을 엄격하게 조치했다고 주장했다. 그들은 그 근거로 ‘증축으로 인해 저하된 복원력을 회복시키기 위해 평형수를 기존 370t에서 1,700t으로 늘리고, 화물적재량은 2,525t에서 1,070t으로 감축하라’는 조치를 취했다고 한다. 또 ‘차량별 적재 대수, 고정 위치와 방법까지 명확하게 조치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선급의 안전조치는 권장사항이 아니라 반드시 지키고 출항 전에 확인해야 할 의무규정임에도 세월호가 이를 지키지 않았다’며 모든 책임을 청해진해운 측에 전가했다.

이외에도 ▲구명뗏목 미작동 문제 ▲선주와의 유착관계 ▲독점체제 ▲외국 신뢰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또, ‘한국선급은 대한민국 자산’이라며, 본인들의 치적을 열거하고는 ‘지난해 50년 만에 처음으로 관료 출신이 아닌 내부 출신의 해양기술인을 회장으로 선택했지만, 세월호 침몰과 함께 물러났다’고 강조했다.

따져보자. 한국선급 측의 이같은 주장은 일정 부문 일리가 있다. 구명뗏목문제 등이 그렇다. 또 청해진해운이 이번 참사의 당사자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나머지 주장들은 지극히 주관적인데다, 앞으로 검찰에서 조사해야 할 사안들이다.

핵심은 이번 세월호 참사와 한국선급이 어떤 부문에서 직접적 연관관계가 있는지 짚고 넘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번 참사에 직접적 영향이 있는 부문은 ‘여객실 증축에 따른 선박의 복원성 검사 문제’이다. 세월호는 복원력의 심각한 문제로 인해 전복됐기 때문이다.

세월호 증축과 관련, 한국선급은 ‘평형수를 더 넣고 짐을 덜 실으라는 검사 승인조건이 사실은 무조건 지켜야 할 안전수칙’이라고 주장했다. 그렇다면, 한국선급 측은 세월호의 선사인 청해진해운 측이 이같은 수칙을 지킬 것이라 판단했을까. 상식적으로 이러한 내용이 이해가 되는가.

청해진해운이 아니라 그 어떤 업체라도 선박과 사업용 차량 등 사람이나 물건을 운송해 돈을 벌 수 있는 수단을 개조할 때는 돈을 더 벌기 위함이라는 것은 상식이다. 물론 아주 드문 경우이지만, 화물을 더 잘 보존하기 위함이나, 또는 승객의 편의성을 높이기 위해 개조를 하는 경우도 더러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정상적인(?) 기업이라면 이번 세월호와 같이 평형수를 개조 이전보다 4배 이상 넣고, 화물량을 절반 이상 줄이면서까지 개조를 하진 않는다. 특히, 국내 여객선사들의 주 수익원은 화물이다. 청해진해운도 적자에 허덕이던 기업이다. 때문에 상식적으로 돈을 더 벌기 위해 회사 돈을 들여 개조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한국선급 측은 돈을 벌 수 있는 화물을 절반 이하로 싣고, 수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바닷물(평형수)을 4배 이상 넣으라는 수칙을 청해진해운이 지킬 것이라 생각했는지 의문이다.
 
한국선급 측은 이 부문과 관련해 호소문에서 ‘한국선급의 안전검사는 자동차검사와 같이 규정을 지킬 때 안전을 보증한다’고 적시했다. 하지만, 어떤 자동차검사에서도 차량적재함을 높이는 대신 차량의 균형성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가 없는  쇳덩어리를 싣고, 화물을 줄이라는 조건을 내걸진 않는다. 

특히, 한국선급 측은 세월호의 복원력 검사 당시 1차에서는 불합격 판정을 내렸지만, 2차에서는 이러한 조건을 내걸고 합격을 시켰다. 도대체 세월호를 복원력 검사에서 합격시켜주고 청해진해운으로부터 얼마의 검사비를 받았는지 궁금하다. 그 비용을 받고 그렇게까지 해서 합격을 시켜줘야 했을까. 결국 세월호는 수백 명의 안타까운 목숨을 앗아가며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한국선급은 선박검사에 있어서는 대한민국에서 독보적인 전문기관이다. 그들 스스로 ‘대한민국의 자산’이라고 표현하고 있다. ‘국가의 자산인 한국선급’은 참사가 터지자 ‘우린 규정대로 했으며, 모든 것은 선주 측 잘못’이라는 호소문을 발표했다. 법적인 책임은 앞으로 따져야 할 문제겠지만, 정말 도의적으로도 책임이 없다는 것인가. 또 규정대로 해 법적인 문제가 없다면 이러한 규정은 바뀌어야 한다. 안전문제에 있어 현실과는 동떨어진 이런 면피성 규정은 반드시 사라져야 한다. 

덧붙여 한 가지만 더 언급해보자.

한국선급은 50년 만에 처음으로 관료 출신이 아닌 내부 출신 인사를 회장으로 선택했는데, 마치 낙하산인사의 관례를 깬 사람이 세월호 사고로 함께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는 듯이 밝혔다. 정말 지난해 회장 선거가 겉으로 드러난 대로 낙하산인사의 악습을 깬 훌륭한 선택이었는가. 전임 회장과 해양수산부의 대립이 왜 발생했는지, 그 연장선상에서 회장선거가 어떻게 진행됐는지 스스로 잘 알면서 여론에 기대보려는 이러한 발언은 왠지 낯간지럽지 않은가.

단원고 학생들을 비롯한 수백 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아직도 수습되지 않은 상황에서, 반박성 호소문을 내면서까지 조직의 안위만 생각하는 한국선급 측의 행위가 괘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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