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편집국] 세계 1~3위 해운동맹인 P3네트워크 출범이 무산됐다. 중국이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국내 해운업계에는 대단히 다행스러운 일이지만, P3 출범에 대한 일련의 소동으로 해운시장에서 ‘중국의 힘’이 얼마나 큰지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 왠지 뒷맛이 개운치 못하다.

중국 정부는 어제(17일), 글로벌 해운업계에 P3가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시장지배력 강화로 독점가능성이 많다는 점을 들어 승인을 거부했다. 중국의 이 같은 결정에 P3 네트워크를 주도해온 머스크(세계 1위)는 곧바로 기업결합작업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거칠 것 없이 일사천리로 진행돼 오던 P3네트워크 출범작업이 중국의 한 마디에 곧바로 좌초된 것이다.

P3 출범에 대해 미국과 유럽의 승인은 사실상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국내 해운업계는 중국정부의 결정에 촉각을 곤두세워 왔다. 하지만, 전망은 좋지 않았다. 중국이 P3 출범을 승인해 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번 중국 정부의 결정은 다소 의외라 할 수 있다. 결국 중국은 자국의 무역기업 보호가 우선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할 수 있다.

우리 정부도 이러한 결정을 내릴 수 있었겠는가. 아니, 그만한 위치에 있는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P3측은 이번에 중국과 한국에 기업결합 승인을 요청하면서 우리나라는 신경도 쓰지 않는 듯한 행보를 보였다. 중국 정부로부터 승인만 얻어내면 한국을 비롯한 주요 중소국가들은 중국이 결정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승인했는데, 한국이 승인하지 않는다면 P3측 소속 선박의 국내 항만 기항거부로 한국의 해운물류산업은 상당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냉혹한 현실이다.

정부도 이러한 현실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중국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마냥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것이 한국 해운물류산업의 현주소이다. 그동안 심심찮게 ‘수출입 물동량 역대 최대치 경신’이라는 문구를 접해 왔지만, 이는 ‘우물 안 개구리의 독창회’였을 뿐이다.

중국 교통운수부 집계 따르면, 지난 2011년 중국항만에서 처리한 물동량은 총 91억t에 달하며, 컨테이너는 약 1억 6,300만 TEU를 처리했다. 단연 세계 1위이다. 이러한 물동량 처리실적을 뒷받침하듯 세계 10대 컨테이너항만 중 무려 7개가 중국 항만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전체 항만에서 총 2,300만 TEU를 처리했다. 같은 기간 중국 상하이항에서 처리한 3,360만 TEU에도 한참 못 미친다.

해운을 포함한 물류산업에 대한 결정권을 두고 정부가 자국이 아닌 타국의 눈치를 보는 순간부터 국가경제가 예속될 가능성은 매우 높다.

현실적으로 국내 물류산업이 중국을 따라잡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정부는 우리 물류산업을 어떻게 육성시킬지 결정을 해야 한다.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한 지정학적인 위치를 어떻게 활용할지 공부하고 준비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한경쟁 시대에는 영원한 아군도, 영원한 적군도 없다. P3네트워크를 구성하려 했던 3개 업체도 모두 국적이 제각각이었던데다, 서로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언제 어떻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때문에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육은 백년지 대계’라는 말이 있다. 경제에 있어 백년지 대계는 ‘물류산업의 육성’이라고 말하고 싶다. 국가의 혈맥이 끊어진 다음에, 무슨 글로벌 경쟁력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자국의 경제를 보호하고 발전시키기 위해 단호하게 ‘NO’라고 외칠 수 있었던 중국의 강력한 ‘물류주권’이 부럽다. 우리에게도 이러한 ‘물류주권’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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