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기사 근무여건 개선 차원…올 추석 이후 도입 가능성 높아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택배시장에도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될 것이 유력시 된다. 다만, 도입 시기는 추석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택배배송원들이 토, 일요일에 쉴 수 있는 주5일 근무제 도입과 관련, 최근 택배업계가 일괄도입이 아닌 각 업체가 자율적으로 도입하자는데 뜻을 모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업계 전반적으로 ‘주 5일 근무제’ 도입이 불가피하지 않겠느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어 빠르면 올 추석을 전후해 각 업체별로 제도가 도입될 것이 확실시 되고 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최근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각 업체가 모여 ‘갑론을박’을 펼쳤지만, 일괄적으로 도입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판단, 각 업체가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본지가 각 택배업체에 확인한 결과, CJ대한통운을 제외한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등 메이져 택배업체와 중소·중견업체 대다수가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겠다는 의중을 내비쳤다. 이들 업체가 이 제도 도입을 선호하는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배송사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조 한진 상무는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대해 CJ대한통운만 제외하고, 모든 업체가 긍정적이라는 것이 업계 전체적인 분위기”라고 전하고는, “배송사원 대부분이 주 5일 근무를 원하고 있어 당장은 아니지만, 올 추석 이후 제도 도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주 5일 근무제를 도입해야만 하는 가장 큰 이유에 대해서는 “ES(배송사원)들에게 돈을 많이 주지 못하면 근무여건이라도 개선시켜줘야 하지 않겠냐는 것이 업계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현대로지스틱스도 같은 생각이다.

양성익 현대로지스틱스 택배사업본부장은 “최근 (통합물류협회)택배위원회 회의에서 10여 업체 관계자들과 만나 얘기를 해 보니 CJ대한통운만 제외하고 모두 주 5일 근무를 하자는 분위기였다”고 밝히고는, “시기는 좀 봐야 하겠지만, 올해 내에는 가능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이어 “택배가 3D라는 이유로 인력이 빠져나가고 있어 각 지사가 인력난으로 너무 고생이 많다”며, “배송사원들도 토요일에 일을 하는 것보다 가족과 함께 하는 것을 원하고 있어, 반드시 시행한다는 것이 회사 방침”이라고 덧붙였다.

주 5일 근무제 도입의 또 다른 이유로는 업무효율과 관련이 있다. 토요일에는 물량이 많지 않기 때문에 굳이 평일과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꼭 배달을 해야만 하는 물품에 대해서만 특별팀을 구성해 운영하면 효율성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계산이다.

이윤조 상무는 “택배업계는 일반적으로 토요일에는 물량이 거의 없음에도 평일과 같이 차량을 운행시키기 때문에 유류비에 차이가 없다”며, “배송량은 적은데, 유류비는 똑 같이 드니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로 개선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상무는 또 “주 5일 근무를 하더라도 토요일 배송이 꼭 필요한 물량에 대해서는 별도의 조직을 운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홈쇼핑이나 쇼핑몰 등에 피해가 가지 않는 선에서 대안을 마련해 가면서 시행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체국택배를 운영하는 우정사업본부는 지난해 말, 노사가 주 5일 근무제 도입에 합의함에 따라 당장 오는 7월 1일부터 시행해야 한다. 현재 노사가 택배 및 국제특송 업무로 이견이 있어 협의 중에 있지만, 주5일제를 도입한다는 기본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

우정사업본부측은 당장 내달부터 주 5일 근무제가 도입되더라도 외주 의존율이 높은 택배물량에 한해서는 위탁업체를 활용해 토요일에도 배송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전국을 커버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현재 우정본부측과 위탁계약을 맺고 있는 택배기사는 총 1,800여 명으로, 이는 전체 집배원 1만 7,000여 명의 10%를 조금 넘는 수준이다.

우정본부 관계자는 “내달 1일부터 토요일 휴무에 대해 현재 노사가 협의중에 있다”며, “토요일 휴무제가 적용되더라도 택배물량을 아예 배송을 하지 않겠다는 의미는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집배원들이 토요일 근무를 하지 않으면 물품 배송에 차질은 발생하겠지만, 위탁업체를 활용해 토요일에도 배송을 계속 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덧붙였다.

주5일 근무제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CJ대한통운측은 화주와 택배를 이용하는 일반고객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기 때문에 택배사가 먼저 나서서 주 5일 근무를 실시한다는 것은 안 된다는 입장이다.

CJ대한통운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분석해보니 이 제도를 도입하면 물량이 많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왔다”며, “제품을 판매하는 판매자의 사업에 (택배업체가)영향을 줘서는 안 되기 때문에 주5일 근무제 도입을 우리(CJ대한통운)가 먼저 나서서 진행할 순 없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