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주 5일 근무제를 정말 하긴 한답니까.”

택배업계에 ‘주5일 근무제’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당장 우정사업본부가 이번 토요일(12일)부터 매주 토요일에는 택배(국제특송 포함) 배송업무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주5일 근무제 도입에 불을 지폈습니다. 우정본부 입장에서는 적어도 택배와 국제특송 업무는 끝까지 토요일에 근무를 하길 바랬을 것입니다. 실제로 노조측과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기로 약속한 날(7월 1일) 까지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습니다. 결국은 약속을 지킬 수밖에 없었죠. 아마도 우정본부가 민영기업이었으면 어떤 결정을 했을까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어쨌든, 우체국택배는 토요일 배송을 하지 않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우정본부의 이번 결정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지난해 말 기준 우체국택배의 시장점유율(MS)은 약 10% 정도 됩니다. 때문에 우체국택배만 토요일 배송을 하지 않는다면 현재 주6일 근무제인 국내 택배시장에는 그 어떤 영향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MS 90%의 민영업체가 우체국택배 물량을 배달하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관건은 민영택배업체 입니다.

기자가 각 업체에 확인해본 결과, CJ대한통운을 제외한 대다수 택배업체가 빠르면 이번 추석을 전후해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계획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CJ대한통운,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등 업계 1, 2, 3위의 MS는 60%에 육박하고 있습니다. 이는 시장의 주도권을 대기업이 갖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때문에 현실적으로 중소·중견업체들은 대기업의 흐름에 따라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물론, 이들 중소·중견업체 중 특정업체가 시장의 흐름과 역행하는 판단을 내릴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시장구조상 득(得) 보단 실(實)이 많을 수밖에 없는 결정이 될 것입니다.

택배시장은 경쟁이 심합니다. 한 업체가 약해보이면 경쟁사에서 순식간에 달려들어 물량을 빼앗아 갑니다. 사실, 토요일 배송이 안 된다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것 없이 불편하기만 할 것입니다. 금요일 주문한 제품이 토요일이 아닌 이틀 후인 월요일에 배달되기 때문이죠. 때문에 특정업체만 주5일제를 도입한다면 소비자가 물품 주문 시, 토요휴무 업체를 꺼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국 시장지배력이 미미한 택배업체가 독단적으로 결정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번 사안에 대한 CJ대한통운의 행보라 할 수 있습니다. 대다수 택배업체가 주5일 근무제에 찬성하는데, 1위 업체인 CJ대한통운만 홀로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MS가 약 34%에 달하는 시장 과점기업입니다. 2,3위 기업인 한진(11%)과 현대로지스틱스(11%)의 점유율을 합한다 하더라도 22% 밖에 되지 않으니, CJ대한통운의 영향력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시장 과점기업인 CJ대한통운은 주5일 근무제 도입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했던 올 초부터 줄곧 반대의사를 내비쳐 왔습니다. 이 회사가 토요일에도 택배를 배달해야 한다는 결심은 아직까지는 확고한 것 같습니다.

최근 만난 CJ대한통운의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누가 뭐라고 해도 현재로서는 주6일 배송제를 지킨다는 것입니다. 그 것이 고객에 대한 약속이기 때문입니다. 택배가 서비스업인데, 서비스를 기다리는 고객을 불편하게 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주5일 근무제 도입에)찬성하지 않는다고 업계에서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회사에는 나름의 전략이 있는 것입니다. CJ대한통운이 잘못을 저지르는 것도 아니고 고객이 편리하게 맞춰준다는 것인데 왜 뭐라고 한다는 건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굳이 업계의 흐름에 맞출 필요가 있을까요.”

회사는 저마다 전략이 있고 이를 통해 이익을 추구하는 것입니다. 시장의 흐름에 어쩔 수 없이 끌려가지 않아도 된다면 각 사의 전략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업계는 이러한 CJ대한통운을 못마땅해 하는 분위기가 역력해 보입니다. 언제부터인가 은근히 CJ대한통운을 ‘미운오리새끼’로 취급하는 경향까지 나타나고 있습니다. CJ대한통운은 대한통운과 CJ GLS가 통합되면서 대형 물류기업으로 성장했지만, 업계로부터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아왔습니다. 이번 주5일 근무제 도입도 아마 이러한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아 보입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에서 CJ대한통운에 대한 불만이 고스란히 나타납니다. “드러내 놓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CJ대한통운이 좀 심한 것은 사실 아닙니까. 이번 주 5일 근무제 도입문제도 그렇습니다. 배송사원들에게 돈을 더 주지 못한다면 근무여건이라도 좀 편하게 해 주자는 업계의 움직임에 동참하면 안 된답니까. 업계를 이끌어 가야할 리딩기업이 매번 본인들만 살겠다고 그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업계도, CJ대한통운도, 그들의 입장에는 모두 나름의 일리가 있습니다. 하지만, 주5일제 도입이 현 구도대로 실제로 진행된다면 업계 전반에 걸쳐 상당한 관심거리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미 정부기관인 우정본부(우체국택배)가 주5일 근무제 도입을 확정한 상황에서, 올 추석을 기점으로 민영기업의 참여가 이어진다면 과점기업인 CJ대한통운의 ‘나홀로 불참’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합니다.

업계가 ‘배송기사 근무여건 향상’과 ‘네트워크 운영효율 향상’이라는 성적표를 받을까요, CJ대한통운이 ‘물량 증대’와 ‘화주로부터의 신뢰 향상’이라는 결과를 가져올까요. 또 반대로 업계가 물량 이탈에 따른 경영난 가중으로 주6일제 근무제로 회귀할지, CJ대한통운이 영업소 배송사원들의 집단 반발 및 이탈로 이어질지,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주5일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는 업체는 우정본부와 같이 토요일 배송을 전면 중지하는 기업과 일부 주요물품은 전담팀을 구성해서 배송하는 기업으로 나눠질 것 같습니다. 이들 기업이 어떤 결정을 내리느냐에 따라 시장에서의 변수는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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