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선사와 신규 조인트벤처 설립해 가스공사서 적하보증

 

-신규 선사 등에 참여제한 없어
-해운 전문가, “기간화물 수송에 산업 발전 기여도 가산점 줘야”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하반기 해운시장을 달굴 한국가스공사의 LNG선 입찰요건이 기존 방식에서 상당부문 바뀔 것으로 알려지면서 해운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KOGAS)는 내달 말께 LNG선 6척에 대한 신규 입찰공고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는 최근 SK해운, 팬오션, 장금상선, KSS해운, 삼선로직스 등과 함께 설명회를 개최하고 낙찰된 선사와 합작회사(조인트벤처)를 설립해 선박 원리금 지급보증이 아닌 회사에 직접 적하보증을 하는 방식으로 요건을 변경한다고 밝혔다.

공사는 국내 해운업체들의 장래가 불확실한 점을 감안해 20년 장기 물량을 수송하면서 일어날 문제들에 대해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이같은 방식으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스공사는 지난해까지 낙찰 선사가 신조선을 발주하면 신조에 대한 원리금을 가스공사의 신용등급으로 지급보증해 금리를 대폭 낮추고 선사에 문제가 있을 경우 대체 선사를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이는 고가의 LNG선을 낮은 금리로 조달할 수는 있었지만, 운임면에서 선사들에게 마진이 많이 남는 구조가 아니었던 탓에 수송을 해도 원리금을 상환하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해운경기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장기계약이라는 메리트로 신용도를 높여주는 효과는 있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가스공사는 자체 신용등급으로 선사가 신조를 발주하면 이에 대한 원리금지급보증을 해주면서 선박금융 금리를 2%대로 저리에 조달했다”며, “이를 통해 수송선사가 문제가 생길 경우 대체선사를 지정할 수 있는 구조라서 선사의 신용등급만 보고 선박금융을 하는 다른 거래에 비해 좋은 구조였다”고 설명했다.

새로 추진하게 될 합작회사의 구조는 지난 2004년 추진했던 합작회사인 콜트(코리아LNG트레이딩, KOLT)와 유사하지만, 투입 선박에 대해 선사 개별 금융조달이 아닌 공동법인을 통해 선박금융을 진행한다.

콜트는 대한해운이 2척, 팬오션, 현대상선이 각각 1척씩 LNG선 총 4척이 소속된 합작법인이지만, 선박금융 조달은 개별 선사들이 진행했다. 도입 취지는 콜트를 통해 LNG수송선의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취지였지만, 개별 금융조달을 통해 각자 지분을 가지고 들어갔던 구조여서 성공시키기 쉽지 않았다.

이번 합작회사는 콜트와 취지는 비슷하지만, 방식을 변경해 개별 금융조달이 아닌 회사에 적하보증을 서 참여 선사들 사이의 불만을 해소하고 글로벌 LNG 수송 경쟁력을 키우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와 함께, 기존 수송 실적을 가지고 있던 선사뿐만 아닌 신규 선사가 가스공사 입찰에 참여할 수 있게 되며, 법정관리 중인 선사도 입찰 참여가 가능하게 된다. 통상 가스공사는 입찰 진행시 LNG선 수송실적에 대해 가산점을 주면서 사실상 새로운 선사가 신규로 가스공사 물량을 낙찰받기는 어려웠다. 과거 팬오션이 새로 진출한 사례가 있었지만, 1척 뿐이며, 나머지는 모두 기존 수송선사들이 지속적으로 낙찰받아 운항해 왔다.

이번 입찰요건 변경으로 법정관리를 받고있는 팬오션이나 사모펀드로 매각된 한진해운의 H라인해운, 현대상선의 현대엘엔지해운 등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으며, KSS해운이나 장금상선, 현대글로비스 등 LNG 수송 실적이 없는 선사도 가스공사 물량을 수송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해운업계는 가스공사의 이같은 조치에 대해 최근 수송했던 선사들이 선대를 매각하거나 법정관리에 들어가면서 신규 진입을 개방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가스공사 물량을 수송했던 한진해운이나 현대상선이 사모펀드에 전용선대를 매각하고 대한해운과 팬오션이 법정관리를 하는 등 수송선사가 거의 남지 않았다”며, “이 때문에 신규 진입을 개방한다는 입장이었을 것”이라고 전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존 수송선사뿐만 아니라 신규 진입에 대해 오픈한 것은 바람직하지만, 가스공사에서 국내 해운산업 발전에 기여한 선사들에게 어떠한 혜택도 주지 않는 것은 공평하지 못한 처사라는 볼멘 소리도 나오고 있다.

A사 관계자는 “가스공사에서 선원 및 선박관리에 대한 부분은 기존 수송 실적이 있는 선사가 아니면 직접 하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기존 수송선사와 신규진입 선사에 차별을 두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있다”며, “신규 진입에 대해 오픈한 것은 좋은 방향이지만, 기존 수송선사들 대부분이 국내 산업발전에 기여해 왔는데 이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은 국가 공기업인 가스공사로서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한 해운 전문가도 “국민 세금으로 살려낸 회사와 국내 조선업 발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신형 LNG선 운항 및 전쟁지역을 오간 선사를 차별화시키지 않으면 향후 어떤 선사가 국익 발전에 도움을 주려고 하겠냐”고 반문하고는, “해운산업 발전에 기여한 선사들이 꾸준히 해운업을 하면서 국익을 위해 계속되는 노력을 다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도 가스공사의 역할인데, 그런 선사에 차별성 있는 조건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 측은 현재까지 LNG선 수송입찰에 대해 확실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입찰 계획에 이사회도 개최해야 하는 등 아직까지 확실하게 정해진 바가 없다”며, “(해운산업 발전 기여도에 따른 차별성에 대한 부분은) 업계의 상황을 고려해 최대한 효율적인 방향으로 이뤄질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현재 가스공사 물량을 수송하고 있는 선사는 한진해운(H라인해운) 5척, 현대상선(현대엘엔지해운) 7척, SK해운 5척, 대한해운 4척, 팬오션 1척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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