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계 장비 교체시기와 맞물려 시장 수요는 충분

- 국토부, “가격은 수입제품의 50~60% 수준 될 것”

 국토부가 총 64억 원을 투입해 저렴하고 성능이 뛰어난 택배화물용 자동분류기를 개발키로 하자, 택배업계가 상당한 기대를 하고 있다.<사진은 한진 대전터미널 자동분류기에서 화물이 자동으로 분류되는 모습.>
 
[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정부가 택배화물 자동분류기를 개발키로 하자, 택배업계가 기대에 찬 반응을 보이고 있다. 다만, 대다수 택배업체가 이미 자동분류기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개발할 분류기의 가격과 성능이 외국산 제품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최근 정부예산 48억 원, 민간자본 16억 원 등 총 64억 원을 투입해 기존 제품보다 2배 가량 빠른 시간당 2만 상자를 처리할 수 있는 자동분류기를 오는 2017년까지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국토부의 이 같은 발표에 택배업체 대다수는 대체적으로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규모나 성능에 따라 적게는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수백억 원까지 호가하는 고가장비인 자동분류기를 국산화 하면 효율적인 터미널 운영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 고위관계자는 “정부가 자동분류기를 개발한다고 하니 기대는 하고 있다”며, “문제는 성능과 가격인데, 값이 저렴하고 성능이 외국산 제품에 비해 뒤처지지 않는다면 (분류기를)교체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에서 개발한다면 가격은 수입가보다 내려갈 것으로 생각되며, 기기의 성능이 보장된다면 경쟁력은 충분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자동분류기는 지난 1997년부터 본격 국내에 도입되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자동분류기의 내구연한은 15~20년이다. 물론, 각 업체마다 도입시점에 차이는 있지만, 국토부가 개발 완료하겠다는 시점이 오는 2017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초기에 도입한 업체가 분류기를 교체할 시기와 맞물린다. 특히, 우체국에서 활용하고 있는 기기가 대거 교체할 시기인 것으로 알려져 수요는 충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동분류기는 프랑스 시네틱(Cinetic), 일본 호쿠쇼(Hokusho), 스웨덴 샌드빅(Sandvik), 독일 부머(Beumer), 덴마크 크리스플랜트(Crisplant) 등으로, 이들 외국산 제품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시장에는 국산 자동분류기도 있지만 성능이 떨어져 택배업체로부터 외면받고 있어, 국산제품은 수동분류기 정도만 활용되고 있다.

택배업계가 수입제품을 사용하는 동안 큰 문제는 없었지만, 아무래도 국산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부품교체 및 A/S 등에서 아쉬운 점이 발생하고 있다.

한진 관계자는 “자동분류기 도입시 A/S 유지 계약 및 책임수리는 보장되지만, 가격이 고가인데다 15~20년 간 장기간 운영하는 주요 장비이기 때문에 국내 업체와 거래하는 것이 긴급상황 대응 등 유지관리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의 이 같은 반응에 국토부는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만큼 반드시 외국산제품보다 저렴하고 성능도 좋은 제품을 내 놓겠다는 입장이다.

이성훈 국토부 물류시설정보과장은 “일단 가격대는 목표가격은 잡아 놓았는데, 아직 개발 초기단계라 확정되지는 않았다”며, “통상 국산화 시 외국제품 가격 대비 50~60% 수준이거나, 많을 경우 70%까지 설정을 하고 있기 때문에 업체에서 구입하기에 부담스럽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과장은 이어 “이미 발표한대로 개발될 제품의 성능은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며, “제품 개발이 완료될 2017년에는 우체국과 민간 택배사의 분류기 교체시기가 도래하기 때문에 수요는 충분히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다만, 택배시장이 이미 완숙기에 접어들어 새 터미널 구축에 따른 장비 구입은 적을 것이라는 점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대규모의 신규 수요가 아닌 기존 장비의 교체가 주류를 이룰 것이라는 것이다. 물론, 이 또한 외국업체와의 경쟁이 불가피하다는 점도 극복해야 한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택배시장은 성장률이 안정기로 접어들었기 때문에 (국산 자동분류기가)얼마나 판매가 될지는 의문”이라며, “내구연한이 최대 20년이라 해도 일반적으로 각 업체가 부품만 교체하고 사용기간을 최대한 더 늘리길 원하기 때문에 대규모로 장비를 교체하진 않을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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