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편집국] “현재의 비난은 대부분 억측과 오해, 그릇된 정보를 토대로 하고 있다. 한국선급은 까다롭고 엄격한 국제 규정을 준수하며, 매년 강도 높은 감사를 받고 있다. 선박 검사와 관련해 선주로부터 어떤 향응이나 금품도 받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16일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후, 사고선박을 검사한 한국선급에 대한 국민적 비판이 거세지자, 한국선급은 5월 22일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호소문(세월호 사고에 대한 한국선급의 입장)을 발표했다. 호소문의 요점은 한국선급은 진실되고 성실하게 사업을 하고 있는데, 언론이 사실이 아닌 내용으로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당시 호소문은 이렇게 마무리됐다. “국제사회의 신뢰는 무너지긴 쉽지만,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 부디 부정적인 편견과 오해, 감정을 접고 냉정하게 문제점과 책임을 지적해 주길 바란다.”

그로부터 보름 후, 검찰의 문제점 지적이 이어지기 시작했다. 6월 5일 오공균 한국선급 전 회장의 구속을 시작으로, 해수부 공무원들에게 술과 골프를 접대하고 상품권을 제공한 이유 등으로 한국선급 및 자회사 임직원들이 배임, 횡령, 뇌물공여, 금품수수 등을 이유로 줄줄이 조사를 받았다.

정확히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지 2개월이 지난 6월 16일,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선급측은 두 번째 호소문(세월호 사고에 대한 한국선급의 입장 2)을 발표했다. “감사원과 해수부의 합동감사, 검,경 합동수사를 통해 초창기 한국선급에 관한 언론의 의혹들은 대부분 근거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만, 최근 유감스럽게도 저희 검사원이 세월호 부실검사 혐의로 기소되는 상황이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이후 마치 조사가 다 끝난 양 한국선급의 향후 개선방향 등을 열거하고는 “청렴 윤리경영을 강화하겠다”며 마무리 지었다.

한국선급에 대한 조사가 아직 끝나지 않은 시점에서 발표된 이러한 내용의 호소문은 주위를 어리둥절하게 만들었다. 공교롭게도 두 번째 호소문 발표 이후, 검찰은 한국선급 인사들을 줄줄이 구속시켰다.

6월 20일 정부 위탁을 받아 해군 함정을 검사한 한국선급 수석 검사원 윤모 씨가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된 것을 시발점으로, 30일 국가연구비 6,000만 원을 횡령한 이모 씨(iKR 신사업본부장)가, 7월 9일에는 해외지부 간부인 조모 씨가 안전성 미확보 여객선이 안전한 것처럼 선박 검사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로 각각 구속됐다. 또 13일에는 거제지부 수석검사원인 이모 씨가 선박검사 관련 뇌물수수혐의로 수갑을 찼다.

도대체 뭘 믿고 한국선급측이 선박검사와 관련해 어떤 향응이나 금품 수수도 없었다고 자신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특히, 한국선급은 국가연구비를 횡령한 이모 iKR 본부장(당시 한국선급 신성장기술지원팀장)에 대해 징계 없이 사표만 받은 뒤, 자회사인 iKR의 본부장으로 재발탁하는 기이한 인사도 단행했다.

현재까지 검찰이 발표한 한국선급 임직원의 비리행위만 해도 머리가 어지러울 지경인데, 감사원의 감사결과는 그간 한국선급측의 면피성 해명에 쐐기를 박았다.

지난 8일 감사원은 ‘세월호 침몰사고’ 관련 중간 감사결과를 통해 “선박 도입에서부터 증축, 안전점검, 운항관리 등 여객선 안전관리 전반에 대한 관계기관의 부실 속에 ‘복원성이 취약한 세월호가 화물 과적 및 고박(고정) 불량 상태에서 출항’한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됐다”고 발표했다. 한국선급이 세월호의 복원성 검사를 통과시켜 줬으니 이 부문은 두 말 할 것도 없고, 세월호가 고박 기준대로 실제로 고박이 가능한지 테스트도 하지 않은 채 청해진해운의 고박 배치도에 대해 수정·보완 요청 없이 그대로 승인한 사실도 이번 감사결과에서 드러났다.

결국, 한국선급은 세월호 참사의 원인이 된 복원성과 화물 고박 문제 등 직접적 원인에 모두 책임이 있는 것이다. 그 내면에는 횡령, 금품수수, 뇌물공여, 배임 등의 각종 비리가 자리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 한국선급측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아직 아무런 잘못도 없다는 듯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참사의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한 또 다른 조직인 한국해운조합은 적어도 자신들의 변명을 늘어놓는 호소문 따위는 발표하지 않았다.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은 비리들이 캐내어져야 진심으로 머리를 숙일 것인가. 지금까지 검찰과 감사원에서 발표한 내용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인가. 아니면 또 다른 변명을 준비하고 있는 것인가. 혹시라도 세 번째 호소문을 발표할 계획이 있다면, 부디 다섯 글자만 썼으면 한다. “죄송합니다”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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