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한종길 객원논설위원, 現 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

부산을 동아시아의 해양금융허브로 만들려는 정부의 노력이 착착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던 우리나라 선박금융의 주요 기능을 부산으로 이전시키기 위해 해양금융종합센터와 해운보증기구, 탄소배출권거래소 등이 부산에 설립한다. 또 한국선박금융과 같은 선박운용회사도 부산으로 옮길 예정이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선박금융공사 대신 해운보증을 담당하는 해운보증기구도 연내에 부산에 설립될 전망이다. 해운보증기구는 해운사의 선박건조를 위한 자금 중 후순위채무 또는 지분투자에 대한 보증지원이 주요 업무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선박금융을 전담할 해양금융종합센터(해양센터)의 기능도 대폭 강화돼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한국산업은행의 선박금융 관련 조직도 통합돼 부산 문현금융단지에 설치될 예정이다.

아울러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지분을 투자한 한국선박금융과 KSF선박금융 등의 선박운용회사도 부산에 이전키로 했다. 캠코선박운용도 존속이 결정되면 부산으로 함께 내려갈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부산본부에 탄소배출권거래소도 2015년 공식 출범시키기로 했다.

이러한 내용들이 계획대로 추진되면 부산이 명실상부한 해양·선박 금융 중심지로 도약할 것이라고 부산시 관계자와 부산정치권에서는 기대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중앙정부의 노력과 지원에만 의존하는 작금의 해양금융허브정책이 과연 부산을 해양금융허브로 만들어줄 수 있을지 의문이다. 특히나 해운보증기구의 출범으로 신조선 구입에 대한 장기 안정적인 자금조달이 가능한 기반이 일부나마 만들어졌다고들 하지만, 우리나라 선사의 돈줄은 말라만 가고 있다는 작금의 상황을 고려하면 더욱 그러하다.

글로벌 전개를 하고 있는 대형 2개 선사는 당장 운영자금 조달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고, 해외시장에 대한 풍부한 지식과 접근능력을 갖춘 선주사들은 금융기관의 신용도평가에서 낮은 평가를 받아 신규대출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부산에 만들어지는 해양금융종합센터도 해운보증기구도 신조선확보를 위한 금융지원이 주요 역할이지 선사의 운영자금 공급이나 중소선주를 대상으로 한 신용제공은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새롭게 등장하는 해양개발이나 선박관리업과 같은 업무분야에 대한 금융지원은 더욱 어렵다.

하지만, 이들 분야가 없는 해운산업은 이빨 빠진 도끼와 같다. 해운이 제대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싼 값으로 선박을 적기에 확보해 대형운항사에 제공하는 중소선주 ▲경기사이클에 관계없이 글로벌 오퍼레이션을 할 수 있는 운영자금을 확보한 글로벌 선사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는 해양개발 ▲선박과 관련분야의 품질경영을 가능케 하는 선박관리기업이 일체가 되어야만 경쟁력이 있다.

해운보증기구도 해양금융종합센터도 못한다면 누가 선사에 운영자금을 공급하고 중소선주에게 신용을 제공할 것인가. 선박금융과 관련된 지방은행의 역할이 바로 여기에 있다. 부산이 해양금융허브가 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지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부산지역 지방금융기관의 역할이다.

부산의 지방은행은 전국 어느 은행보다 선박금융에 대해 더 높은 이해도를 가진 유능한 인재를 확보하고 적절한 규모의 선박금융을 실시해야만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부산의 지방은행에 선박금융전문가가 존재하는가.

부산이 동아시아의 해양금융허브가 되려면 일본의 이마바리(今治)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몇 년 전부터 필자는 주장해 왔다. 이마바리시는 비록 인구30여만 명의 작은 중소도시에 지나지 않지만 일본전체 선복량의 3분의 1을 소유한 해양도시이다. 이마바리는 이마바리선주라고 불리는 중소선주사들이 집적을 이루고 있다. 이들의 신조수요에 부응하기 위한 중소조선소, 수리조선소, 선용품업체, 선박관리사회사 등이 클러스터를 만들고 있다.

해양도시 이마바리의 기반을 받치고 있는 것이 바로 이마바리의 이요은행과 에히메은행과 같은 지방은행들이다. 이들 지방은행들은 중앙의 시중은행이나 국책은행으로부터 자금조달이 어려운 중소선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신용공급을 위해 노력한 결과가 오늘날의 이마바리선주집단을 만들었다. 이들 지방은행들은 중소선주와 같이 호흡하면서 단기가 아닌 장기적 해운수익확보를 위해 지속적으로 공부해 왔다.

예를 들어 에히메은행의 경우, 행원들이 선박금융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선박의 신조발주계약부터 참여해 조선소의 신조현장에서 근무하다가 선박이 진수되고 출항하면 선박에 동승해 해외 하역현장까지 항해를 함께 하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어떤 은행에서도 볼 수 없는 일이다. 일본의 중앙시중은행들도 하고 있지 않지만, 이마바리의 지방은행들은 지역의 주요산업인 해운산업의 발전이 없이는 자사의 발전도 없다고 보고 긴 호흡으로 선박금융전문가를 현장에서부터 키우고 있는 것이다.

부산의 지방은행이 제대로 된 선박금융정책을 세우고 적극적으로 전문가 양성을 하지 않는다면 정부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지는 부산해양금융허브는 사상누각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선박금융은 타이밍이 중요한 분야이고, 글로벌한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아울러 지역적인 특화를 추진하려면 해당지역의 은행들이 제대로 된 역할을 해야만 가능하다는 점에서 부산지역 은행이 변화해야 한다. 이마바리의 지방은행들을 뛰어넘지 못하면 부산의 선박금융허브는 이루어지기 쉽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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