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송실적 없어도 최저가 써내면 'OK'…화물 적하보증만 해줘

 

- 해운업계, “이미 특정선사 염두해 둔 것 아니냐” 의혹 제기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국가스공사(KOGAS)의 LNG선 6척에 대한 입찰공고가 오는 26일 발표되며, 본입찰은 10월께 진행될 계획인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가스공사가 이번 입찰에서 선사가 아닌 화물에 대한 적하보증만 해주고, 저가입찰에만 촛점을 맞춘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등 위험화물 수송에 대한 안전관리가 미흡하지 않느냐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오는 25일 이사회를 개최해 올해 발주하게 될 LNG선 6척에 대한 입찰계획을 확정지을 방침이다. 이사회에서 승인을 얻으면 26일 입찰공고를 내고, 29일 선사들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한다. 또 내달 중 적격심사(PQ)를 거쳐 10월 중 본입찰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또 LNG선 입찰과 관련, 가스공사가 선사를 보증함으로써 공사의 신용도로 선박금융에 대한 금리를 적용받던 구조와는 달리, 과거 2011년 한국전력에서 도입했던 방식과 유사하게 화물에 대한 적하보증만 해주고 선사들에게 LOU를 제공할 예정이다. 한전은 이례적으로 지난 2011년 낙찰됐던 한진해운, 현대상선, 팬오션, SK해운에 대해 20년 간 화물을 수송하고 문제가 될 경우 대체선사를 지정한다는 LOU를 제공한 바 있다.

가스공사는 이번에 LNG선 6척을 입찰에 부치면서 기존에 물량을 수송했던 해운사들의 장기적 불확실성이 커짐에 따라, 가스공사와 선사가 공동으로 조인트벤처를 설립하고 선사들은 운항만 하게끔 구조를 바꿀 예정이었다. 하지만, 조인트벤처가 참여선사들의 매출이 잡히지 않고 법인 수익에 대한 배당만 받아가는 구조임에 따라, 선사들의 반발로 구조를 다시 한 번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기존 조인트벤처 형식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운송실적이 매출로 잡히지 않아 선사들에게 너무 불리한 구조였기 때문에 반발이 있었다”며, “이후 가스공사 측에서 지난 2011년 한전 입찰과 같은 구조로 입찰 내용을 변경키로 결정하고,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도 마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변경되는 가스공사 LNG선 입찰 구조는 가스공사에서 제시한 4가지 타입의 선박엔진을 장착하면서 최저가 입찰금액을 제시해야 한다. 즉, 지급보증이 없는 탓에 선사들은 가스공사가 제공하는 LOU만을 갖고 자체 신용도에 따라 선박금리를 적용받고, 4가지 엔진 타입 중 연료비가 제일 많이 절감되는 엔진을 채택해 가스공사에 금액을 제시하면 가스공사는 이중 최저가를 제출한 선사를 낙찰하게 되는 방식이다.

가스공사에서 제시한 선박엔진은 발전기를 이용한 DFDE, 가스를 활용하는 MEGI, 기름을 사용하는 스팀터빈, 비행기 엔진형식인 COGES 등 총 4가지 타입이다. 이중 스팀터빈 방식은 안정적이고 고장이 적다는 이유로 선사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엔진이지만, 연료 효율이 좋지 않은 단점이 있어 이번 LNG선에서 채택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팬오션만이 DFDE를 이용한 선박을 1년 가량 잠시 운항한 적이 있으며, 가스공사의 입찰에 거론되는 선사들 중 스팀터빈 이외의 엔진을 활용한 선박 운항 경험이 없다”며, “연료 효율이 좋은 엔진을 채택해서 가장 낮은 금액을 제시해야 하는 만큼 스팀터빈은 기름으로만 사용하기 때문에 DFDE와 MEGI 중 하나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규 선사에 대한 진입 제한이 없으며, 최저가 입찰제로 입찰이 진행될 것으로 가닥이 잡히면서 해운업계에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는 점이다. 일각에서는 내달 중 진행되는 적격심사(PQ)에 소요되는 기간이 하루밖에 안된다는 점을 들어, 이미 가스공사에서 특정 선사를 염두해 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게다가 LNG 같은 위험화물을 수송하면서 '선박관리 등 안전분야는 기존 선사와 컨소시엄을 구성하라'는 단서조항도 사라지면서, 안전문제도 함께 거론되고 있는 실정이다.

A사 관계자는 “최저가 입찰제를 시행하면 모기업에 대한 뒷 배경도 없고 법정관리로 부실을 털어내 신용도가 좋아진 것도 아닌 일반 선사들과 이들이 어떻게 경쟁이 되냐”고 반문하고는, “내달 진행되는 적격심사의 소요시간이 하루 밖에 안되는 점 때문에 H사와 D사 등 두 업체만 낙찰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많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해운업체 관계자는 “구조를 바꾸기 전 제시했던 조인트벤처에서는 적어도 LNG가 위험화물이라는 점을 근거로 선박관리부분은 기존 선사와 컨소시엄을 맺으라고 했지만, 이 같은 조항도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도 전혀 제약이 없게 되면 최저가입찰제에서 단가를 낮추는데만 급급해지기 때문에 안전문제를 느슨하게 할 가능성도 있는데, 가스공사 같은 공기업이 너무 비용절감에만 신경쓰는 것이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해운 전문가들은 국가 공기업이며 기간화물 수송에 대해 차별성 없는 최저가입찰제를 도입하면 해운시장의 질서가 헤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고 있다.

한 해운 전문가는 “국가 공기업이라면 해운업계가 국가 경쟁력 발전에 기여하기 위한 방안도 같이 염두해야 함에도, 기간화물을 아무나 싸게만 수송해 주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업계와 공기업의 상생을 요구하는 현 정부체제에 반하는 처사가 아니냐”고 반문하고는, “현재 한전의 최저가 입찰제에 대한 문제점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음에도, 국가 산업발전 기여도에 대한 아무런 가산점이 없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가스공사측은 입찰 공고 전 해당 내용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실무부서에서 공고는 26일 나올 예정이지만, 공고성 정보이기 때문에 답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가스공사가 입찰 참여 제안서를 제공한 선사는 H라인해운, 현대엘엔지해운, 대한해운, 팬오션 , SK해운, 현대글로비스, KSS해운, 폴라리스쉬핑, 장금상선, 삼선로직스, 동아탱커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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