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한종길 객원논설위원(한국해운물류학회 회장) 리먼쇼크로 촉발된 해운경기의 바닥이 올해 확인되면서 해운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국내외 투자자가 많아지고 있다.

해운업의 경기회복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국내 해운산업을 둘러싼 국내외 환경은 그다지 좋지만 않다. 환율변동이 과거와는 다르기 때문이다.

해운기업들은 국제시장을 대상으로 경영활동을 할 뿐만 아니라, 거래의 대부분이 달러화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환율변동의 영향을 회피하기 어렵다.

물론 해운거래 관행상 운임수입 뿐만 아니라, 비용지출도 대부분 달러화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환율변동이 해운기업의 경영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다. 즉, 환율이 하락하면 수입과 비용이 모두 감소하므로 그 변동 폭이 매우 크지 않은 한 순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과거의 환율위험과 다른 점은 일본엔화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금까지는 달러화의 변동에만 주의를 기울이면 됐지만, 엔화의 약세기조가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지 경계를 할 필요가 있다.

거시적인 측면에서도 일본 제조업의 부활과 엔저현상에 따른 우리 제조업의 경쟁력 약화로 국내발 물동량의 증가세는 둔화되고 일본선사가 압도적으로 지배하는 일본시장에서의 일본선사의 경쟁력은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일본엔화의 급격한 약세는 엔고로 인해 고통을 받던 일본 해운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시켰다.

‘아베노믹스’라는 이름하에 일본정부의 과격한 엔화약세 유도는 일본해운업 뿐만 아니라 일본제조업의 경쟁력도 강화시키고 있다. 1 달러 당 79 엔이었던 엔/달러 환율은 1 달러 당 106 엔까지 낮아졌다. 1 엔이 절하될 때마다 많게는 20억 엔의 여유가 발생한다는 일본해운업계 관계자의 의견을 종합하면 일본 대형선사들이 많게는 540억 엔의 환차익을 얻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이는 일본해운과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는 우리 해운업계에는 결코 유리한 환경이 아니라는 것을 의미한다. 현실적으로 ▲동아시아 발착 화물의 집화 ▲선주사의 중고선박 확보 ▲선박관리업의 선박관리비 등 다양한 측면에서 국내 해운업계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예를 들어, 일본선사들의 자국내 조선소에 대한 신조발주가 늘어나고 있는 최근의 경향은 값 싸고 질 좋은 선박의 저가확보를 통한 일본선사의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다. 또 우리나라 선박관리업체가 일본선주로부터 지급받는 선박관리료는 달러이긴 하지만 일본선사의 입장에서는 자국의 엔화를 달러로 바꿀 때 더 많은 엔화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선박관리료의 인하압력을 받을 수 있다.

따라서 환율변동위험에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하면 제2의 키고사태, 엔화대출 파동은 재연될 수밖에 없다. 세계를 대상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해운기업에 환율변동위험 관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과제이다.

그렇다면 우리 선사들이 엔/달러, 원/달러 환율 하락에 대응하기 위해 어떤 대응이 필요할까. 필자는 총 5단계에 걸친 대응이 필요하다고 본다.

첫째, 현재의 환율 포지션과 장래의 변화를 파악해야 한다. 둘째, ‘환율리스크’가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 셋째, ‘환율리스크 헷징’을 위한 무기가 무엇인지 알아내야 한다. 넷째, 우리 회사는 어떤 무기를 가져야 하며, 언제까지 이것을 사용할 수 있는지 인식해야 한다. 다섯째, 이를 통해 가장 유효한 환율변동 위험 대응전략을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환율리스크 대응전략은 현 시점에서 우리 해운업계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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