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악화에도 前 회장에 퇴직위로금 2억 2천만 원 지급

한국선급 부산본사 전경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한국선급이 지난해 거액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오공균 전 회장에게 퇴직위로금으로 1년치 연봉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선급 50여 년 역사상 퇴직 회장에게 위로금을 준 사례가 없는데다, 경영 악화가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이 같은 결정을 내려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본지가 입수한 이사회 회의록 자료에 따르면, 한국선급은 지난해 9월 26일 열린 이사회에서 오공균 전 회장에게 연봉 100%에 해당하는 2억 2,000만 원을 주기로 결정, 다음달 곧바로 이를 지급했다.

한국선급 관계자는 “오공균 전 회장에게 연봉 100%에 해당하는 2억 2,000만 원을 퇴직위로금으로 지급키로 결정하고 지난해 10월 오 전 회장에게 지급됐다”고 확인해줬다.

특히, 지난해 해운·조선경기 불황으로 한국선급의 수익 악화가 예상되면서, 한국선급이 비상경영을 선포하고 허리띠를 졸라매겠다는 취지의 내용을 발표한 다음 달 전임 회장에게는 거액의 퇴직위로금을 지급키로 결정해 비판여론이 더욱 커지고 있다.

한국선급은 지난해 8월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전임직원 연봉 5% 삭감, 사업성 예산 15% 절감, 불요불급한 사업 합리화 등을 추진하는 비상경영체제를 선포한 바 있다.

이날 이사회 회의록을 살펴보면, 한국선급은 주요 현안 보고에 비상경영 추진 배경에 대한 보고가 이뤄지고 심의의안으로 자회사인 iKR의 지분구조 변경과 정관개정 및 오 전 회장의 퇴직위로금 지급안을 결정했다.

당시 이사회에서 김종신 전략기획본부장은 “올해 지속되는 해운·조선경기 불황의 여파로 신조선 물량이 급격히 감소했고 함정, 녹색산업 등 신성장 산업이 전반적으로 부진해 올해말 약 167억 원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이에 대응하기 위해 임직원의 자발적 참여속에 비용절감, 긴축재정 확대 등 비상경영을 추진하게 됐다”고 참석 이사들에게 설명했다.

하지만, 오 전 회장의 퇴직위로금 지급을 결정할 때는 일부 이사들이 경영위기 상황에서 유례가 없다는 이유로 반대의견을 내비쳤지만, 결국 퇴직위로금으로 연봉의 100%를 지급하는 안건에 의결했다.

당시 정영준 검사지원본부장(현 회장 직무대행)은 “오 전 회장의 6년 간 업적을 고려해 퇴직위로금을 결정해 달라”며, “참고로 타사 사례를 조사해 본 결과 강원랜드는 재임당시 연봉의 100%를,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은 퇴직 당월 기본 연봉의 5.5배를 지급했다”고 부연설명까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석 이사들은 비상경영체제 상황에서 임직원의 동요와 전임 회장들의 퇴직위로금 지급사례가 있는지 등을 들어 퇴직위로금 보다는 판공비 확대나 명예회장 보수 등 다른 명목으로 지급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참석 이사들 중 일부가 오 전 회장의 6년 간 실적을 운운하며 지급이 옳다고 주장함에 따라 퇴직위로금으로 2억 2,000만 원 지급을 결정했다.

특히, 이러한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지 않게끔 상당한 신경을 쓴 정황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일부 이사들이 퇴직위로금 지급에 반대하자, 전영기 당시 한국선급 회장(의장)은  “일반회사 같은 경우는 임원으로 그만두면 사무실도 얻어주는 등 여러 가지가 있으나, 저희는 그런 것이 없다”며, “생각을 해봤지만 현실이 어렵기에 이런 좋은 선례는 있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 해서 말씀을 드린다”고 찬성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도 “외부유출 금지 부탁드린다”며 외부에 알려질 것을 우려했다.

또 한 이사가 “언론에 알려질 것 같은데, 이런 적자 상황에서 안좋은 영향이 있지 않을지”라고 묻자, 전 의장은 “같은 걱정 중에 있다”며 언론에 보도되는 것을 상당히 경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이 거액의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 속에서도 선급측이 오 전 회장에게 퇴직위로금을 지급했다는 것에 대해 관련업계 및 국회까지 격분하고 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한국선급이 급속도로 성장한 것도 국내 해운업체들의 영향이 크기 때문에 선급의 수익은 우리(해운업계) 돈이라고 인식하는 부분이 많다”며, “가뜩이나 계속되는 방만경영 논란으로 선급의 내부 경영상황에 대한 불신이 큰데, 겉으로는 업계의 어려움에 동참하겠다며 비상경영을 선포해놓고, 속으로는 전임 회장에게 유례가 없는 최직위로금으로 연봉 100%를 지급했다고 하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국회 관계자도 “세월호 사고 이전부터 히말라야 트레킹에 미국일주 등 과도한 복리후생과 타 산업체에 비해 높은 연구 및 교육훈련비 등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들이 많은 기관이었다”며, “잘못된 부분에 대해 따져물어도 주무관청인 해양수산부가 해당 기관을 두둔하는 등 당황스러운 부분이 많았는데,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임 회장에게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 것은 무슨 경우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한국선급을 관리감독하는 해수부는 오 전 회장에게 퇴직위로금을 지급한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등 관리감독에 헛점을 드러냈다.

해수부 관계자는 “지난해 한국선급에 감사를 실시했는데 지급이 됐으면 알았을 거고…, 우리측에서 확인한 바로는 이사회에서 (퇴직위로금) 지급을 결정하기는 했지만, 지난해까지는 지급이 안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하는 등, 감사 과정에서 상당한 문제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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