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로그 = 오병근 기자] “KG에서 어떤 생각으로 이러한 판단을 내렸는지 모르겠지만, 이건 뭐 거의 도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KG가)왜 그랬을까요?” 택배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 업체 임원의 말입니다.

KG이니시스가 동부택배를 전격 인수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필자를 포함해 업계 거의 모든 관계자가 “왜”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그만큼 이번 M&A가 파격적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20년 가까이 택배시장을 취재해 온 필자 역시 깜짝 놀랐습니다. 사실 필자는 약 보름 전부터 이러한 내용 대다수를 알고 있었습니다. 취재를 진행할수록 단순히 ‘설’로만 머물던 내용이 점점 더 기정사실화 됐습니다.

하지만, 제 머릿속에는 끝끝내 ‘설마’라는 물음표를 지울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지난주 화요일쯤 관련기사를 모두 써 놓고도, KG이니시스 IR팀 관계자의 말 한 마디에 1주일 가까이 관련기사를 홀딩시켜 놓았으니 말입니다. 당시 전화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IR팀 관계자의 말은 너무나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제가 (회사에서)주식 담당자입니다. (홍보팀이 아닌)저한테 물어 보시지요. 동부택배 인수는 전혀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가 동부택배를 인수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이렇게 확정적인 단어를 써가며 해당 회사 담당자가 취재에 응하지는 않습니다. 때문에 당황한 측면도 있지만, 이 보다는 필자 스스로 ‘설마 인수 하겠어’라는 의구심이 더 컸기 때문에 기사를 홀딩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정말 KG이니시스는 왜 동부택배를 인수한 것일까요?

- 택배회사만 인수하면 ‘곤두박질’ 치는 KG이니시스 주가

일단 KG측은 이번 인수배경으로 “동부택배 인수를 통해 체계적인 대기업 물류시스템과 서비스 노하우를 적용시킬 계획”이라며, “인수를 진행 중인 팍트라인터내셔널, KG옐로우캡과 함께 택배사업 통합 시너지를 낼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이번 인수를 통해 택배부문의 서비스 및 원가경쟁력 강화로 수익 개선을 앞당길 수 있을 것”이라며, “앞으로 택배시장 ‘톱 3’에 진입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습니다.

KG측의 이러한 발표를 되짚어 보면 옐로우캡과 동부택배는 국내운송에, 팍트라인터내셔널은 해외운송을 담당함으로써 상호 시너지 효과를 내겠다는 것으로 압축됩니다. 다분히 현재 성장하고 있는 해외직구시장을 노림으로써 본업인 전자결제서비스와 결합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됩니다.

업계는 일단 충분히 가능한 계획이라고 하지만,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이러한 예상은 주식시장에서도 나타났습니다. 22일 KG가 동부택배 인수를 발표하자 다음날인 23일 KG이니시스의 주가는 곤두박질 쳤습니다. 23일 12시 현재 전날 종가인 1만 7,000 원 보다 5% 빠진 1만 6,150 원을 나타낸 것입니다. 다분히 M&A가 반영됐기 때문입니다. 이에 앞서 지난 10월 KG가 자회사인 옐로우캡을 흡수 합병할 당시에도 주가는 폭락했습니다.

이는 지난 9일 KG이니시스의 팍트라인터내셔널 인수 발표 당시와는 전혀 다른 시장의 반응입니다. 당시 팍트라인터내셔널 인수 발표로 KG이니시스의 주가는 급등한바 있습니다. 1만 6,000 원 대 후반이었던 이 회사의 주가는 발표 이후 1만 8,000 원대까지 육박했습니다.

이는 시장에서 KG이니시스의 팍트라인터내셔널 인수는 호재로, 옐로우캡과 동부택배 인수는 악재로 각각 판단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물론 KG측의 발표대로 3개 물류업체의 조화로운 운영과 함께 본업인 전자결제를 접목시켜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를 창조해 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택배시장에서 국내 ‘빅3’에 들어가겠다는 목표는 좀 과하지 않았나 싶을 정도로 무모하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옐로우캡과 동부택배의 지난해 매출은 각각 1159억 원과 1228억입니다. 양사를 합친 매출은 2,387억 원입니다. 이는 업계 5위권인 로젠의 지난해 매출액인 2,480억 원에 육박하는 수치입니다.

양사의 영업실적을 합치면 276억 원 적자였지만, 로젠은 162억 원 흑자를 기록했습니다. 수치만으로 단순하게 비교해도 양사와 로젠은 실적만 봤을 때 전혀 다른 회사인 것입니다.

더군다나 양사의 매출을 합쳐 2,400억에 육박한다는 논리는 택배시장에서 전혀 먹히지 않습니다. 택배업계에는 ‘1+1=2가 되지 않는다’는 오래된 정설이 있습니다. 즉, 두 택배회사가 합치게 되면 영업소나 인력이 겹쳐 이를 손질하면 잘 해 봐야 1.5가 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러한 정설은 모두 맞아 떨어졌습니다. 더군다나 양사는 손을 봐야 할 부문이 많기 때문에 실적을 개선시키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또 다른 가능성으로 제기되고 있는 추가 M&A는 불가능해 보입니다. 올해나 내년 초가 지나면 더 이상 시장에 매물로 나올 택배업체가 없어 추가 인수 가능성도 사실상 없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러한 내용에 비춰볼 때, 업계 3위를 목표로 한다는 것은 많은 무리가 따를 것으로 보입니다.

- 시니컬한 택배업계 반응.

이번 M&A로 KG이니시스는 수년간 적자에 허덕여 온 두 택배회사를 한꺼번에 품에 안았습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반응입니다.

사실 KG이니시스가 지난 2012년 만년 적자에 허덕이던 옐로우캡을 인수했을 당시에도 업계는 “고생을 꽤나 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러한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옐로우캡은 지난 2년간 적자를 기록했고, 올해에도 적자가 확실시 되고 있습니다. 연간 적자규모는 50~100억 원 가량으로 3년 간 누적적자만 200억 원이 넘을 것이라고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동부택배의 경우 적자폭이 더욱 심합니다. 동부택배는 지난해 1,228억 원의 매출을 기록, 옐로우캡(매출 1,160억 원)보다 조금 많았지만, 영업적자만 188억 원에 달합니다. 올해도 영업실적은 이와 유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양사의 공통점은 흑자경영을 해 오던 기업이 어떤 주변의 영향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경영이 어려워진 것이 아니라 만성적인 적자에 허덕여 왔다는 것입니다. 냉정히 판단해 이는 택배시장에서 양사의 경쟁력이 상당히 떨어진다는 것을 뜻합니다.

이 때문인지 업계 일각에서는 “KG가 옐로우캡과 동부를 합친 후, 택배시장 진출이 확실시 되고 있는 농협에 재매각 할 가능성도 있다”는 루머까지 제기되고 있습니다.

“KG가 택배부문을 농협에 매각할 수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어요. 가능성은 상당히 떨어져 보이지만, 현 구도에 비춰보면 전혀 허황된 얘기는 아닌 것 같습니다.” 업계 관계자의 말입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습니다.

“KG가 동부를 인수하면서 시장에 나와 있던 3개 매물 중 2개가 사라졌습니다. 현실적으로 농협이 시장에 들어오려면 나머지 1개를 인수하는 방법이 유력한데, 결과적으로 농협의 시장진출 문턱을 높여놓은 것 같아 저희로서는 매우 만족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이번 KG의 동부택배 인수는 업계에 적잖은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파장이 큰 만큼 의문도 풀리지 않습니다.

옐로우캡을 시장에 내 놓았던 KG는 도대체 왜 역으로 동부택배까지 인수한 것일까요. KG이니시스의 향후 행보가 정말 궁금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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