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가하락으로 탱커만 ‘긍정적’

-여전한 공급과잉으로 벌크·‘컨’시황 ‘울상’
-해운업계, “최악의 경우 BDI 600대로 떨어질 수도”

▲ 올해는 유가하락으로 탱커시황만 유일하게 긍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다. 석유회사들의 재고 비축으로 가수요가 있을 경우, 일시적 고시황까지 예측되고 있어 VLCC 시장은 매우 밝다. 사진은 SK해운이 운항 중인 VLCC 선박 씨 프라스페러티(C. Prosperity) 호.

[데일리로그 = 김수란 기자] 올해 해운시장의 화두는 ‘미국 경제 회복’과 ‘유가하락’ 등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겠다. 미국의 금리인상과 나홀로 성장 등의 요인이 글로벌 경기를 견인할 수 있는지와 유가하락에 따른 해운사의 수익 향상이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선박운항에 소요되는 비용 중 대부분이 유류비라는 점에서 얼핏 유가하락은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였지만, 유가하락으로 웃을 수 있는 곳은 탱커시장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컨테이너는 유가하락에 따른 비용절감이 곧 화주의 운임인하 요구로 이어질 것라는 점에서, 벌크시장은 여전한 공급과잉으로 수요대비 선복량 과다라는 점에서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탱커시장은 유가인상이 예고되면서 석유회사들이 재고를 비축할 것으로 예측돼 가수요가 있으면 일시적으로 고시황이 유지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올해 인도 예정인 탱커가 많지 않다는 점에서 내년까지도 시장상황이 나쁘지 않을 것으로 점쳐진다. 본지는 2015년 해운시장의 주요이슈로 ▲미국 경제회복 ▲유가하락 ▲선박대형화 및 대형 얼라이언스 ▲쏟아지는 울트라막스 등 4가지로 예상, 각 부문별 분석을 통해 시장을 전망해 본다.<편집자 주>

- 세계 경제, 미국만 나홀로 성장

올해는 수년간 지속돼 온 세계경기 위축 속에서 지난해에 이어 미국만 나홀로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미국은 고용회복, 가계소비 증가, 주택가격 상승 등이 경기회복을 견인하면서, IMF와 OECD 등 전문기관에서는 연간 경제성장률도 2005년 이후 처음으로 3%를 넘길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특히, 1999년 이후 중국 등 신흥국에게 자리를 내줬던 세계 경제 주도권을 15년 만에 다시 잡게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최근 “미국 고용지표의 지속적인 개선세가 의미하는 것은 미국이 수요 부진으로 고전하는 세계 경제를 떠받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금융위기 이후 미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대거 가져다 썼지만, 미국에선 오히려 씀씀이를 줄였고 그결과 금융위기를 제일 먼저 벗어나 성장세를 회복했다”고 평가했다.

물론, 올해 예정된 금리 인상은 이같은 회복세에 장애요인이 될 수 있는 요소지만, 재정적자 축소에 따른 공공부문 지출증가와 미 증시에 큰 악재로 작용하지 않고 기업 실적도 사상 최고치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어 부정적이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기준 금리를 제로 수준으로 끌어내리고 양적완화 정책을 펼치면서 경기를 부양했다. 그 결과 미국 경제가 회복세를 타자,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는 올해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미국의 경제전망이 아직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일본이나 유로존, 중국 등에서 장기 침체가 우려되는 상황임에 따라, 미국 경제만 나홀로 성장하는 것은 미국의 수출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이외의 국가들의 장기 침체에 대한 우려의 상황에서 다른 통화 대비 달러화 강세가 지속될 경우 미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며, “외국 기업들은 통화 약세를 기회로 대미 수출을 늘리고, 결과적으로 미국 기업의 생산 부진과 임금 상승률 둔화가 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달러 금리 인상 예정과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에 대한 악재 속에서도 국제 선박금융 시장은 전반적으로 회복되는 분위기이다. 다만, 펀드 시장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종서 수출입은행 박사는 “선박금융 포션이 컸던 유럽계 은행들이 최근 되살아나는 분위기임에 따라, 2013년, 2014년에 비해 국제 선박금융 시장은 회복세를 띌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조달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좋은 상황은 아니지만, 전반적으로 유럽계 은행들이 BIS(자기자본비율)이 늘어나는 등 회복되는 분위기다”고 설명했다.

- 유가하락, 탱커시장 견인할 듯…선사 수익률은 ‘글쎄’

미국의 셰일자원 혁명으로 인해 원유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나면서, 유가가 급격히 하락했다. 국제 유가는 지난해 6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기준으로 배럴당 100달러 대에서 최근 45달러 이하로 급격히 떨어지는 등 2009년 4월 이후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고 있다. 원유를 정제해서 사용하는 선박유인 벙커유 가격도 노테르담 기준으로 t당 600~700달러 수준에서 최근 250달러로 덩달아 하락했다.

이 같은 국제유가 추락은 대체연료인 미국의 셰일가스 수출이 가장 큰 이유로 지목되지만, 미국 측에서 더 이상 무분별한 셰일가스 수출을 막겠다는 전략을 펼치고 있어 이에 대한 영향은 축소될 전망이다. 하지만, 신흥산유국인 리비아의 원유수출과 중동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수출 경쟁, 이라크 내전으로 이에 따른 비용 충당을 위한 원유 생산이 공급과잉을 불러온데다, 글로벌 경기침체로 수요가 하락하고 있어 올해 지속적으로 가격이 떨어질 전망이다. 일부 원자재 전문가들은 배럴당 원유가격이 30달러 까지 추락할 것으로 진단키도 했다.

국제유가 하락 속에서 올해 탱커시황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일 전망이다. 대다수의 전문기관에서 올 연말께나 유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함에 따라, 원유사들이 재고를 쌓아둘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히, 육상에 재고를 쌓아놓지 못하면 선박에라도 재고를 비축해둬야 함에 따라, VLCC같은 초대형 원유운반선에 대한 시황이 긍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원유 수송 전문선사의 한 관계자는 “현재 유가가 선물이 현물보다 10달러 정도 올라있는데 이는 12월 물을 계약할 경우 연말에 10달러 정도를 더 줘야하는 하는 상황인 것”이라며, “이 때문에 올 겨울이 되면 가격이 오르게 되므로 정유사들이 재고를 많이 가지고 가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같은 가수요에 대한 수익을 얻으려면 정유사도 어찌됐든 물량을 비축해 둬야 하는데, 육상이든 선박이든 물량을 쌓아두려고 한다”며, “따라서 석유를 비롯한 관련 제품에 대한 해운시황이 괜찮을 것이며 가수요에 대한 탄력이 붙으면 상당히 고시황을 유지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탱커 용선 시장에 대해서도 상당히 긍정적일 것이라는 전언이다. 원유수송선에 대한 시황이 긍정적으로 전망되면서 해운사들도 서로 탱커를 용선하려고 하는데다, 올해 인도 예정인 탱커가 많지 않다는 점이 호재라는 것.

이 관계자는 “올해 공급 측면에서 인도 예정인 탱커가 많지 않다”며, “최근 해운회사들이 탱커에 대해 단기간으로 용선을 하려고 함에 따라, 수요가 올라가고 있어서 용선가도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연료유 하락에도 탱커를 제외한 선종에 대한 시황 개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선박 운항시 가장 많이 소요되는 연료비가 절감됨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릴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전한 공급과잉 때문에 시황개선이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게다가 올해부터 연료유를 경유로 사용토록 하는 국제해사기구(IMO)의 권고에 따라 벙커유 사용이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IMO는 올해부터 북서 해안에서 200마일 반경 안에서 운항 선박은 벙커유 대신 벙커유보다 가격이 비싸고 친환경적인 경유를 사용토록 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의 경우 한진해운이 지난해 3분기부터 유가하락에 따라 실적개선을 이뤄냈지만, 올해 화주들이 유가하락분에 대해 운임에 반영해달라고 요구할 경우 운임 인상이 쉬울 것 같지 않다”며, “벌크시장도 물량에 비해 여전한 공급과잉으로 계선 선박이 많아 유가 하락에 따른 시황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 원양 ‘컨’ 시장 규모의 경제…선박대형화와 대형 ‘컨’얼라이언스 출범

▲ 2M 소속 선사인 MSC가 최근 인수한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인 'MSC 오스카'로 1만 9,224TEU 시리즈 중 첫번째 선박이다. 이 선박은 중국 교통은행이 MSC에 장기용선키로 해주고 발주한 처 중 하나이다.

지난해 세계 1~3위 컨테이너 선사 얼라이언스인 P3출범이 무산되면서 머스크의 ‘플랜B’인 2M이 내달 본격 출범을 앞두고 있다. 2M은 세계 1위 선사 머스크와 2위 선사 MSC가 만나 이뤄진 초대형 얼라이언스이다. P3무산으로 양사에게 팽당한 3위 선사 CMA-CGM도 이에 질세라 중국의 CSCL(차이나쉬핑), UASC와 손을잡고 O3를 구성해 내달 출범을 앞두고 있다.

국적 원양 ‘컨’선사인 한진해운과 현대상선도 각각 이에 대비하기 위해 CKYHE와 G6를 구성해 운영 중임에 따라, 원양 ‘컨’시장은 4강 체제로 구축됐다. 이들 4개 얼라이언스는 전체 ‘컨’선대의 약 78.7%를 차지하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원양시장에서 독립선사나 중소형 선사의 시장 경쟁력이 상실될 것도 우려되고 있다.

특히, 2M과 O3는 1만 8,000TEU~1만 9,000TEU급 초대형 선박을 다수 보유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초대형선을 확보하지 못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올해 어떻게 버텨낼 지도 관건이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의 보유선박 중 최대사이즈는 1만 3,000TEU급으로 양사 모두 각각 5척 씩 가지고 있다.

게다가 북미와 유럽시장 모두 선박 대형화로 여전히 공급과잉인 상황임에 따라, 운임 상승에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된다.

전형진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박사는 지난해 11월 개최한 ‘세계해운전망 국제세미나’에서 “1만TEU급 이상 초대형 선박은 척수로는 전체 4.5%지만, 선복량은 16.8%를 차지하는 등 선복량이 대폭 증가할 것”이라며, “북미의 경우 물동량이 크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올해 선박대형화로 치열한 운임경쟁이 예고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럽항로도 내년까지 안정적인 물동량 증가가 예상되지만, 선복량도 크게 증가해 평균 선복량만 올해 6.5% 가량 늘어날 것”이라며, “올해 초대형 얼라이언스 출범에다 초대형 선박 집중배치로 극심한 운임 경쟁 및 공급과잉 심화가 우려되며, 유럽경제의 더딘 회복도 운임상승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선박대형화에 따른 시황부진은 원양뿐만 아니라 아시아역내 항로에서의 운임상승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원양항로에 초대형선박을 집중배치하면서 남아도는 선박들을 역내항로에 배치함에 따라, 평균 선박규모가 대폭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노기룡 고려해운 부장은 ‘세계해운전망세미나’에서 “역내아시아 주요 국가들의 경제발전은 ‘컨’ 물동량 증가 요인이지만, 선복 공급 과잉이 지속되고 있어 운임 상승에 어려움이 있다”며, “원가 경쟁력 확보와 선사간 협력강화가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쏟아지는 울트라막스, 벌크시황 회복에 부정적…BDI 600까지 하락할지도

올해 벌크시황은 여전히 수요 대비 선복량 공급과인으로 업계 전반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특히, 올해는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 중간급이 울트라막스(6만~6만4,000t급) 선형이 대규모 인도 예정임에 따라, 벌크시황 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이수 폴라리스쉬핑 부장이 지난해 열린 ‘세계해운전망세미나’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인도 예정인 울트라막스 선박은 총 214척으로 파나막스 188척, 수프라막스 56척에 비해 월등히 높았다.

박 부장은 “케이프사이즈와 파나막스간 탈동조화가 지속되고 중국의 석탄 수요회복이 관건이 될 것”이라며, “울트라막스 대량인도가 파나막스와 수프라막스에 대한 화물 경쟁이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캠코선박운용에서 발표한 ‘올해 건화물(벌크)선 시황전망’ 보고서에서도 “수프라막스에 대한 현존 선박대비 수주 잔량 비중은 25%로 전체 벌크선 평균값과 큰 차이가 없으나 울트라막스 선박의 경우 그 수치가 262%로 매우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고 설명했다.

국내 벌크선 업체들도 시황 회복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 많았다. 벌크물량 지표의 기본이 되는 철광석 물동량이 지난해보다 크게 감소하고, 중국의 철광석 수입이 최근 5년내 최저 수준일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세계철강협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철강수요량은 15억 9,000만t 수준으로 지난해와 비슷한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통상 벌크선 성수기인 4분기에 시황이 회복되지 않았고 올해 늘어나는 공급량에 비해 수요가 크게 늘지 않을 것이라는 점 때문에 일각에서는 BDI가 최저점을 지나 600대까지 떨어질 수 있을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다.

정영두 캠코선박운용 차장은 “올해 케이프사이즈 선복 증가율은 5%대 선에 머물며 시황 상승에 도움을 주겠지만, 중국의 제조업 경기가 침체 국면에 접어들며 철광석 수입량이 크게 증가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발레막스 중국 입항 허용과 전반적인 선복 대형화 추세는 장기적 시황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벌크선사 관계자는 “벌크시황은 계절적 요인이 많이 작용해 봄에는 물량수요가 많지 않아 겨울에 돈을 벌어놔야 한다”고 밝히고는, “그런데 지난 4분기 운임이 올라야 하는 시점에 거래가 없어 오르지 않은데다, 선박이 올해 더 쏟아지면 현재 저점이라고 말하는 BDI 700에서 최악의 경우 600대 까지도 떨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선박대형화도 시황회복에 장애인데, 울트라막스가 쏟아져나오면서 화주들이 중간사이즈인 파나막스에 물량을 실을 바에는 (운임이 더 낮은)케이프나 수프라막스급과 계약하려 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파나막스급 선박이 필요한 곳이 없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케이프사이즈가 입항할 수 없는 항만이 있음에 따라, 파나막스가 여전히 필요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벌크선사 관계자는 “작은 항만은 케이프가 아직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파나막스로 운항한다”며, “선박 대형화 추세라고는 하지만, 지리적으로 케이프를 받지 못하는 항만이 많기 때문에 선박 대형화로 인해 파나막스가 필요하지 않게 될 것이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고 반박했다.

 

저작권자 © 데일리로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